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피습사건의 범인 김모씨는 범행 일체를 혼자서 치밀하게 준비했던 것으로 경찰 수사에서 드러났다. 이 대표를 찌른 흉기를 구입해 개조했고, 이 대표 동선을 사전 답사한 정황들이 속속 확인됐다.

전문가들은 ‘정치 테러’에 해당하는 이 대표 피습은 “은둔형 정치 훌리건에게 나타나는 범행 양상‘이라고 분석한다. 국민의힘과 민주당, 경찰의 말을 종합하면 김씨는 과거 국민의힘 당원으로 활동하다 지난해 민주당에 입당해 최근까지 당적을 보유해온 것으로 보인다.

언론들은 김씨의 거주지인 충남 아산시 주민들의 말을 인용해 ‘대통령 욕을 많이 했다’ ‘술을 마시고 민주당 욕을 많이 했다’ ‘정치 유튜브를 보는 모습이 자주 보였다’고 보도했다. 김씨는 정치에 과다하게 몰입한 나머지 특정 정치인을 따라다니고 살해까지 하려했던 것으로 판단된다.

우리 사회에는 김씨와 같이 정치에 대해 지나치게 집착하는 이들이 많다. 특히 정치가 해결해야 할 법과 제도 등 본질적인 문제보다 정치인에 대한 호불호나 비방에 관심이 집중되는 경향을 보인다.

정치인들이 극단적 진영 정치를 밑천으로 삼고, 유튜브 방송들이 증오를 부추기면서 ‘우리 편’이면 무조건 옳다는 확증 편향으로 상대편을 악마화하는 국민들이 많다. 이번 테러도 흑백논리, 증오를 부추기는 식의 정치 저질화에 근본 원인이 있다는데 큰 이견이 없다.

외신들도 비슷한 문제를 지적한다. 미국 CNN은 “한국 정치가 양극화로 분열됐다”고 했고, 영국 가디언도 “한국은 범죄율이 낮은데도 여러 형태의 정치폭력 역사가 있다”고 설명했다.

2일 사건이 발생한 직후부터 유튜브 공간엔 음모론·배후설 등 억측과 혐오 발언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경 전 부대변인은 “대통령이 민생은 뒷전이고 카르텔·이념 운운하며 국민 분열을 극대화하니 이런 일이 벌어지는 거 아닌가”란 글을 SNS에 올렸다.

양이원영 민주당 의원은 “정적을 제거하기 위해 공적 권한을 사적으로 이용하는 권력과 정치, 이제는 그만둬야 한다”며 윤석열 정부로 화살을 돌렸다. 여당도 부끄러운 모습을 보이긴 마찬가지다.

2일 대전에서 열린 국민의힘 신년인사회에서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이 대표 피습을 언급하자 “(이 대표 측) 쇼입니다”란 말까지 나와 한 위원장이 손을 들어 제지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번 사건은 좌우 세력이 상대방 암살까지 서슴지 않으며 극렬하게 대립하던 해방 정국을 연상케 한다는 말까지 나온다. 테러범은 사회의 혼란과 분열을 일으키기 위해 테러를 자행한다. 정치적 입장과 진영은 다르더라도 테러는 한목소리로 규탄해야 한다.

수사 당국은 신속하고 투명한 수사로 이번 사건의 범행 동기는 물론 배후 여부까지 한 점 의혹 없이 밝혀 공개해야 한다. 4월 총선에 대비해 유사한 테러가 재발하지 않도록 주요 정치인들의 특별 경호 대책도 강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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