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에도 두 개의 전쟁 계속
가자지구 사망 2만명 넘어서
러·우크라 최악공격 주고받아

29일(현지시간) 가자지구 남부 라파의 영안실 밖에서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사망한 친척의 시신을 한 팔레스타인 남성이 옮기고 있다. (출처: 뉴시스)
29일(현지시간) 가자지구 남부 라파의 영안실 밖에서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사망한 친척의 시신을 한 팔레스타인 남성이 옮기고 있다. (출처: 뉴시스)

[천지일보=이솜 기자] 2024년 새해에도 중동과 유럽에서 벌어지고 있는 두 비극이 이어질 전망이다. 휴전·종전을 촉구하는 국제사회의 염원에도 결국 또 한 해를 넘기게 된 셈이다.

지구촌이 한 해를 마무리하고 한 해를 준비하는 이번 주말 두 전장에서는 포성이 이어지면서 수많은 생명이 사라졌다. 특히 3년 차에 접어드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장에서는 서로 최대 공격을 주고받으며 끔찍한 연말·연초를 맞았다. 이어지는 국제사회의 휴전 호소에도 이스라엘 당국은 앞으로 몇 달간은 전쟁을 지속하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했다.

유럽과 중동의 최대 분쟁 지역에서는 피비린내가 진동한 파괴적인 새해의 시작을 알렸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이스라엘군은 이날 가자지구 중부와 남부의 부레이, 누세이라트, 알 마가지, 칸 유니스에서 집중 공격을 퍼부었다.

이날 가자지구 보건부는 지난 10월 7일 하마스의 공습 이후 이스라엘의 보복으로 팔레스타인인 2만 1600명 이상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지난 24시간 동안에는 165명이 사망했으며 이 중 70%가 여성과 어린이였다고 보건부는 덧붙였다. 가자지구 전투에서 사망한 이스라엘 군인의 수는 172명으로 늘어났다.

전쟁으로 인해 가자지구 주민 230만명 중 약 85%가 피난을 떠났고 이스라엘이 지정한 안전 지역으로 피난 가는 주민이 급증하고 있지만 이스라엘군은 폭격을 계속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이스라엘에 고강도에서 저강도 전투로 전환할 것을 촉구했지만 시한을 정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스라엘에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그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정쟁이 절정에 달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쟁은 몇 달 더 계속될 것”이라며 “내 정책은 분명하다. 우리는 전쟁의 모든 목표, 무엇보다 하마스의 전멸과 모든 인질의 석방을 달성할 때까지 계속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레바논과의 북쪽 국경에서 교전이 격화되고 이스라엘 당국이 협상적 해결책을 도출하기 위한 ‘외교적 모래시계’가 바닥나고 있다고 암시함에 따라 이 지역에서 더 큰 확전의 위협도 커지고 있다.

이집트가 지난주 정상 회담을 개최하고 단계적 전쟁 중단 계획을 추진했지만, 현재로서는 일시적인 공격 중단에 대한 희망은 거의 없어 보인다.

지난달 30일 러시아 서부 벨고로드에서 우크라이나군의 포격을 맞은 차량에 화재가 발생, 소방대원들이 이를 진화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지난달 30일 러시아 서부 벨고로드에서 우크라이나군의 포격을 맞은 차량에 화재가 발생, 소방대원들이 이를 진화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러 접경지 미사일 공격… 41명 사망

우크라이나는 전쟁 발발 이래 최대 규모의 공습을 당한 다음 날인 지난달 30일 러시아를 향해 공격을 감행했다고 AP, AFP 통신 등 외신이 보도했다. 이날 러시아 국경 도시 벨고로드 중심부에서 발생한 포격으로 어린이 3명을 포함해 총 21명이 숨졌다고 러시아 정부는 발표했다.

또 이 공격으로 110명이 추가로 부상했으며, 이는 22개월 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시작된 이래 러시아 영토에서 발생한 가장 치명적인 공격 중 하나라고 밝혔다.

러시아 국방부는 이번 공격에 체코산 RM-70 ‘뱀파이어’ 다연장로켓과 금지된 집속탄 형태의 빌카(Vilkha) 미사일 2발이 사용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러시아 외교관들은 이번 공격과 관련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의를 소집할 것을 촉구했다.

전날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역에 미사일 122발과 드론 수십대를 발사하는 18시간에 걸친 공격을 감행해 민간인 최소 41명이 사망하고 160명이 부상을 입었다.

산부인과 병원, 아파트 단지, 학교 등이 이번 공격을 당해 불특정 다수가 잔해에 파묻혔다고 AP통신은 전했다. 한 공군 관계자는 이 공습을 전쟁 중 가장 큰 공중 폭격이라고 평가했다.

이날도 우크라이나 당국은 러시아가 새해 전야를 앞두고 우크라이나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인 하르키우의 주거 지역에 피해를 입혔다고 밝혔다.

전쟁 3년을 앞두고 우크라이나는 여름 반격에서 의미 있는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한 이후 겨울 날씨로 인해 크게 위축되고 있다. 러시아의 지속적인 공습은 폴란드 등 우크라이나의 이웃 국가들의 우려도 불러일으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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