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정신교육 교재에 독도·센카쿠·쿠릴열도 분쟁지로 동일시

대일본 굴욕적 외교 속 관계 개선 명분 ‘친일 색채’ 반영된듯

'10월 25일은 독도의 날' (출처: 연합뉴스)
'10월 25일은 독도의 날' (출처: 연합뉴스)

[천지일보=김성완 기자] 국방부가 장병들의 정신교육 책자인 정신전력교육 기본교재에 독도를 ‘영토 분쟁 지역’으로 표현해 논란이 일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즉각 시정 등 엄중히 조치할 것을 지시했고 국방부는 일선 부대에 배포된 해당 교재를 전량 회수하기로 했지만 파문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국방부가 왜 이렇게 기술했느냐는 게 핵심인데 그간의 대일본 굴욕적인 외교 행태를 볼 때 대통령실의 한일관계 개선을 명분으로 한 친일 색채가 관여된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다.

◆국방부 오전엔 ‘문제없다’는 입장

국방부가 이달말 전군에 배포한 ‘정신전력교육 기본교재’ 197~198페이지에는 “한반도 주변은 중국, 러시아, 일본 등 여러 강국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는 설명과 함께 “이들 국가는 자국의 이익을 위해 군사력을 해외로 투사하거나, 댜오위다오(일본명 센카쿠열도), 쿠릴열도, 독도 문제 등 영토 분쟁도 진행 중에 있어 언제든지 군사적 충돌이 발생할 수 있다”고 내용이 수록됐다.

이처럼 독도를 센카쿠(尖閣·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 쿠릴열도와 동일시하면서 영토 분쟁이 진행 중인 지역으로 기술한 것은 ‘독도와 관련한 영토 분쟁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기존 우리 정부의 공식 입장과 정확히 반한다.

이 같은 비판에 전하규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오전 정례브리핑에서 “영토 문제를 저희가 언급하는 게 아니고, 기술된 주어가 이들 국가인데 주변 국가들이 영토에 대해서 여러 가지 주장을 하고 있다는 얘기를 하는 것이지 우리 국가가 독도를 영토 분쟁으로 인식한다는 기술은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교재 내용이 국방부의 입장이 아닌 독도 영유권을 둘러싼 주변 국가의 인식을 설명하는 문구인 지라 아무 문제가 없다는 태도인데, 그러나 일본의 부당한 주장을 별다른 설명 없이 그대로 인용한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나왔다. 일본이 주장하는 거라면 다 실어주는 것이냐는 지적이다.

국방부 해명이 더욱 말이 안되는 건 국방부 정신전력교육 기본교재를 보면 11차례 등장하는 한반도 지도에 독도가 전혀 표시돼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를 볼때 국방부의 독도 관련 표현이 다분히 의도적이었을 것이라는 군안팎의 관측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한일관계 개선을 빌미 삼아 과거사 갈등도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도 일본 정부의 입장을 대변해왔던 윤 정부의 태도라면 이런 친일 기조가 반영됐지 않았겠느냐는 설명이다.

군 일각에선 대통령실의 관여 가능성도 제기한다. 극우‧친일 세력이 안보실을 차지하고 있다면 이들 부류의 색채가 개입되거나 착색됐을 가능성이 많다는 논리다. 올해 한일 정상 간 만남에서 독도 문제를 언급했다는 일본 측의 보도 당시 무슨 얘기가 오갔을지 외교가에서 걱정했을 정도니 이런 일각의 의구심도 어쩌면 당연해 보인다.

◆尹질책에 입장 바꾼 국방부, 전량 회수키로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윤석열 대통령은 교재 속 독도 관련 표현에 크게 질책했다. 김수경 대통령실 대변인은 이날 서면 브리핑에서 “윤 대통령은 국방부가 최근 발간한 장병 정신교육 자료에 대한민국 영토인 독도를 영토 분쟁 지역인 것처럼 기술한 것을 보고받고, 결코 있어서는 안 될 일이라고 크게 질책하고 즉각 시정 등 엄중조치할 것을 지시했다”고 말했다.

그나마 뒤늦게라도 다행인데, 다만 대통령의 그간 행보를 보면 자신이 저질러놓고 문제가 커지면 책임을 떠넘기는 경우가 한두번이 아니었던 만큼 이번에도 그럴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대체적이다. 윤 대통령의 질책은 독도 관련 표현이 자칫 정권을 무너뜨릴 뇌관으로 작동할 수 있다는 우려와 맞물렸기 때문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이에 국방부가 태도를 바꿔 즉각 시정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국방부는 28일 출입기자단에 보낸 입장문에서 “국방부는 장병 정신전력 강화를 위해 5년 만에 정신전력 기본교재를 발간, 배포했지만 독도영토 분쟁 문제, 독도 미표기 등 중요한 표현상의 문제점이 발견돼 전량 회수하고, 집필과정을 감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방부는 교재를 준비하는 과정에 치밀하지 못한 부분에 대해 상황의 엄중함을 인식하고, 빠른 시일 내에 객관적인 사실에 기초한 교재를 보완해서 장병들이 올바르고 확고한 정신무장을 갖추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역대 모든 정부는 독도를 우리 고유 영토로 규정하는 동시에 독도의 분쟁지역화 자체를 금기시했다. 한국이 이미 독도에 대한 실효적 지배권을 행사하고 있는 상황에서 일본이 조장하는 영유권 갈등에 대응하는 것 자체가 전략·전술적 패착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 시마네(島根県)현에서 2월 22일을 ‘다케시마의 날’로 제정하고, 일본 정부는 차관급 인사를 파견하는 것 역시 독도를 영토분쟁 지역화하려는 의도다. 일본 방위청 역시 지난해 방위백서에 독도를 분쟁 지역으로 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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