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원 “피해 처리 절차 쉽게 확인 안돼”

피해구제계획 찾기 어려운 사례. (출처: 한국소비자원) ⓒ천지일보 2023.12.27.
피해구제계획 찾기 어려운 사례. (출처: 한국소비자원) ⓒ천지일보 2023.12.27.

[천지일보=양효선 기자] 소비자 A씨가 지난해 6월 외국 국적 OO항공사의 베르겐-헬싱키-인천 구간 항공권 2매를 구입하고 254만원을 지급했다. A씨는 탑승 3주 전 일정 변경을 위해 여러 차례 항공사에 연락했지만 연결되지 않아 변경이 불가능했고 결국 항공권이 취소 처리됐다. A씨는 취소된 항공권을 복구해주거나 환급해달라고 요청했지만 OO항공사는 이를 모두 거부했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최근 1년 6개월(2022년~2023년 6월)간 접수한 단일 항공사 대상 항공 서비스 관련 피해구제 신청 854건을 분석한 결과, 외국 항공사의 대응이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27일 밝혔다.

이 기간 접수된 항공 서비스 관련 피해구제 신청 건 중 외국 국적 항공사 관련 건이 532건으로 국적항공사(322건)보다 1.7배 많았다.

이에 소비자원이 이 기간 피해구제 신청이 접수된 외국 국적 항공사 46개를 대상으로 항공교통이용자 보호를 위한 소비자 피해 처리 절차 등을 홈페이지에 안내하고 있는지, 실제 피해구제 절차를 이행하고 있는지 등을 조사했다.

조사 대상 21개(46%) 외국 항공사가 홈페이지에서 피해 처리 절차를 쉽게 확인할 수 없었고, 8개(17%)가 안내된 내용대로 상담 접수를 하지 않거나 한국소비자원의 피해 구제 처리에 제대로 대응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항공 사업법에 따르면 항공사는 피해 처리 절차를 포함한 피해구제 계획을 수립하고 이를 소비자에게 알려야 한다.

조사 대상 46개 중 25개(54%) 외국 국적 항공사는 홈페이지 메인 화면에 ‘피해구제 계획’ 등의 바로가기 메뉴를 마련해 소비자 피해 접수 및 처리 절차를 찾기 쉽게 고지하고 있었다.

영국항공, 루프트한자항공, 에어뉴질랜드, 에어프랑스, 터키항공 등 15개 항공사는 법률정보, 서비스 계획 등의 하위 메뉴에서 피해구제 관련 정보를 고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3단계 이상 하위 메뉴에 고지한 경우 소비자가 관련 정보를 찾기 어려웠고 고지 내용 중 필수 정보의 일부가 누락된 사례도 있어 개선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델타항공, 라오항공, 뱀부항공, 시베리아항공, 에어아스타나, 에티오피아항공 등 6개 외국 항공사는 홈페이지 메인 화면이나 하위메뉴에서도 피해구제 접수처 및 처리 절차 등에 관한 정보를 찾을 수 없었다.

피해구제 유형별 현황. (출처: 한국소비자원) ⓒ천지일보 2023.12.27.
피해구제 유형별 현황. (출처: 한국소비자원) ⓒ천지일보 2023.12.27.

조사대상 46개 중 8개(17%)는 홈페이지에 안내된 방법으로 피해 접수가 불가능하거나 관련 법령에서 규정한 소비자 피해 대응 절차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가루다항공, 중국춘추항공사는 고지된 전화번호나 전자우편 주소로 연락이 원활하게 되지 않아 소비자원에 피해구제를 신청해도 절차 진행이 어려웠다.

에어인디아, 에티오피아항공은 국내사무소 연락처를 표기했지만 피해 접수 사건은 본사로 이관하는 등 국내 소비자 피해 해결을 위한 최소한의 절차도 진행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심지어 본사로 직접 연락해도 적절한 답변이 없어 사실상 피해 구제가 어려웠다.

시베리아항공, 아에로멕시코, 체코항공, 팬퍼시픽항공은 국내 취항 중단이나 본사 파산으로 인해 국내사무소 운영이 중단됐고 현재 해외 본사와도 연락이 되지 않고 있다.

외국항공사 홈페이지에서 피해구제 신청 절차 찾기 어렵게 고지된 사례. (출처: 한국소비자원) ⓒ천지일보 2023.12.27.
외국항공사 홈페이지에서 피해구제 신청 절차 찾기 어렵게 고지된 사례. (출처: 한국소비자원) ⓒ천지일보 2023.12.27.

소비자원은 이번 조사를 바탕으로 항공사에게 피해 접수 방법 등을 소비자가 찾기 쉬운 곳에 표시할 것과 피해구제 접수처 및 처리 절차를 고지한 대로 이행할 것을 권고했다.

이에 델타항공, 미얀마항공, 에어뉴질랜드, 에어프랑스, 카타르항공, 케이엘엠항공, LOT폴란드항공, 하와이안항공은 소비자원의 개선 권고를 수용해 소비자가 찾기 쉽게 표시를 개선했다.

만약 해외 본사로 신청하도록 안내받아 직접 진행이 어렵다면 국제거래소비자포털(crossborder.kca.go.kr)에 상담을 신청할 수 있다.

한편, 항공서비스 관련 주요 피해유형으로는 항공편 결항‧변경‧지연(350건), 취소‧변경 시 위약금 과다 및 환급 지연‧거부(312건)이 1위와 2위를 각각 차지했다. 두 유형 모두 외국 국적 항공사가 국내 항공사 피해보다 약 2배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원은 “외국 국적 항공사 이용 과정에서 피해가 발생하면 항공사에서 적절히 처리하지 않거나 처리 결과에 이의가 있는 경우, 사건을 소비자원으로 이송하도록 요청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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