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가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3.12.19.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가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3.12.19.

[천지일보=김누리 기자] 정부가 기습적으로 대주주 양도소득세 기준을 대폭 완화하기로 하면서 국회 임명 동의 절차를 앞둔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가 유탄을 맞게 됐다.

대주주 양도세 기준을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지켜온 정부가 여야 합의를 무시하고 기습적으로 대주주 양도세 개정을 추진하자 대통령비서실 경제수석 출신인 최 후보자가 배후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24일 관계 당국과 국회 등에 따르면 지난 22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가 취소됐다. 이날 기재위 전체회의에선 최 후보자의 인사청문 보고서 채택을 논의하기로 예정돼 있었다. 기재위가 취소됨에 따라 최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 경과보고서 채택 여부는 불투명해졌다.

당일 아침까지만 해도 최 후보자의 인사청문 보고서가 무난하게 채택될 것이라는 전망이 유력했다. 하지만 정부가 같은 날 오전 대주주 양도세 기준을 완화하는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안을 전격 입법예고 하면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임명에 돌연 반발하는 등 분위기는 반전됐다.

통상적으로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 후보자는 대체로 해당 부처에 몸담았던 관료 출신이 꿰차는 데다 정치적 이슈도 적어 인사청문 보고서 채택이 불발되는 경우는 흔치 않다. 2013년 기재부 장관이 부총리급으로 격상된 뒤 취임한 6명의 부총리 가운데 국회 동의를 받지 못한 사람은 현오석 전 부총리가 유일하다.

다만 야당이 정부가 여야 합의를 일방적으로 깬 점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낙관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최 후보자의 인사청문 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은 채 윤석열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하면 최 후보자는 경제부총리제 부활 이후 국회 동의 없이 임명되는 두 번째 부총리가 된다.

최 후보자의 발목을 잡은 것은 대주주 양대주주 양도세 기준 완화 관련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안 입법예고에서다.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안에는 상장주식 양도세를 내야 하는 대주주 기준을 종목당 ‘10억원 이상’에서 ‘50억원 이상’으로 상향하는 내용이 담겼다.

지금까지는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회사 지분율이 1%(코스닥 2%·코넥스 4%)를 넘거나 종목별 보유 금액이 10억원 이상이면 대주주로 간주해 매매 차익의 22~33%(주민세 포함)를 매겨왔다.

이에 따라 연말만 되면 과세 대상자 지정을 피하기 위해 고액 투자자들이 매물 폭탄을 던지면서 증시에 부담을 주는 일이 반복됐다.

다만 여야는 지난해 5천만원이 넘는 투자소득에 무조건 과세하는 금융투자소득세 시행 시기를 2년 연기하는 조건으로 기준을 그대로 유지하기로 합의했다. 다시 말해 기준을 바꾸려면 금투세 시행 시기를 포함한 여야 간 합의가 선행돼야 한다는 뜻이다.

최 후보자가 지난 19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사실상 대주주 양도세 기준 완화 방침을 공식화하고, 기재부는 이틀 뒤 예고 없이 시행령 개정을 밀어붙이면서 ‘총선용 정책’이라는 반발이 제기된 셈이다.

특히 시행령 입법 예고가 야당에 사후 통보되면서 민주당 입장에서는 총선이 다가오자 대통령실이 다급하게 여야 합의를 깼다고 느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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