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여성 ‘결혼 긍정’ 27.5%
‘결혼 필요성 못 느껴’ 대답 多
최근 ‘집게손가락’ 논란 속에
“페미 하고 싶게 만든다” 불만

최근 넥슨이 서비스하는 게임 ‘메이플스토리’ 관련 홍보 영상에 남성 혐오를 뜻하는 ‘집게손가락’이 삽입됐다며 논란이 된 뒤 사회적 갈등이 극에 치달았다. 온라인상에서 이성들은 서로 물어뜯기 바쁘다. 연말을 맞아 통계청이 연일 저출산에 대한 대한민국의 위기를 경고하지만, 성별 갈등이 매년 심화하면서 남녀의 사이는 멀어지는 상황이다. 특히 여성들의 결혼 기피는 심각한 수준이다. SNS를 살피면 현재 한국 사회에서 여자가 과연 결혼하고 출산하는 게 가능한지를 묻는 목소리가 넘친다. ‘집게손가락’이 촉발한 논쟁과 사회적 갈등으로 인한 저출산 문제로까지 사고를 확장해 짚어봤다.

NO를 외치는 여성 이미지.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NO를 외치는 여성 이미지.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천지일보=홍수영 기자] “보수적인 한국 사회에 반발한 페미니스트의 반란과, 이에 반대되는 남성들이 반페미니스트적 반응을 보이면서 결혼율을 사상 최저로 떨어뜨리고 성별 간 극명한 양극화를 초래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 칼럼니스트 로스 다우서트는 지난 2일 ‘한국은 소멸하는가’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한국 사회의 저출산 요인 중 하나로 이 같은 성별 갈등을 꼽았다.

다우서트는 이외에도 잔인한 입시경쟁 등 여러 요인을 언급했지만, 미국인의 눈으로도 한국 사회의 성별 갈등이 극심하게 보인다는 점은 상당히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런 성별 갈등을 극명하게 보여준 하나의 사례가 최근의 메이플스토리 집게손가락 사태다. 문제가 된 손가락 영상은 메이플스토리 ‘엔젤릭버스터’ 게임 리마스터 홍보 영상이다. 애니메이션 제작사 스튜디오 뿌리가 만들었다. 일부 네티즌들은 해당 영상을 프레임 단위로 세밀하게 확인하면 한 캐릭터가 집게손가락이 보인다는 주장을 펼쳤다.

미국 뉴욕타임스(NYT) 칼럼니스트 로스 다우서트가 자신의 칼럼 ‘한국은 소멸하는가’를 홍보하고 있다. (출처: 다우서트의  X(트위터))
미국 뉴욕타임스(NYT) 칼럼니스트 로스 다우서트가 자신의 칼럼 ‘한국은 소멸하는가’를 홍보하고 있다. (출처: 다우서트의 X(트위터))

그들은 집게손가락 모양이 여성이 주축이었던 온라인 커뮤니티 ‘메갈리아’가 남성의 성기를 작다고 비하할 때 사용하는 표현이라며 ‘남성 혐오’를 목적으로 의도적으로 삽입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뿌리가 만든 여러 게임 영상에서 비슷한 집게손가락이 보인다며 우연이 아닌 의도라고 확신했다.

넥슨은 영상을 비공개 처리한 뒤 진상 조사에 나서겠다며 사과했다. 뿌리도 “의도하고 넣은 동작은 절대 아니다”라면서도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애초 뿌리는 장선영 대표 명의 사과문을 통해 “해당 스태프는 퇴사를 결정했다”고도 했으나, 이후 삭제했다. 해당 스태프는 현재 퇴사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뿌리 측은 경향신문과의 단독 인터뷰를 통해 해당 그림을 여성이 아닌 40·50대 남성이 그렸으며, 원청사인 넥슨이 준 구체적인 예시에 이미 집게손가락 모양이 있었고, 제작과정에서 수차례에 걸쳐 검사·확인 과정을 거쳤다며 억울하다고 하소연했다. 자신들의 사과 역시 원청인 넥슨의 강력한 요청에 따른 것이라고 했다.

사실 이런 논란의 중심엔 항상 넥슨이 있었다. 지난 2016년 넥슨은 게임 ‘클로저스’ 성우를 녹음료·계약금을 지급한 뒤 전격 교체했다. 해당 성우가 페미니즘에 대한 지지 견해를 밝혔다는 게 이유였다. ‘일부 남성들이 결집해 요구하면 기업이 들어준다’는 선례였다. 

그런 경향은 집게손가락 논란으로 이어졌다. 집게손가락 논란의 시작은 지난 2021년이었다. GS25에서 벌였던 캠핑 프로모션 관련 포스터 손 모양이 문제였다. 이후 ‘집게손가락 찾기’가 남성 커뮤니티에서 하나의 ‘이벤트’가 됐다. 그리고 이번 엔젤릭버스터 사태까지 이르렀다.

메이플스토리 ‘엔젤릭버스터’ 게임 리마스터 홍보 영상 캡처. (출처: 유튜브)
메이플스토리 ‘엔젤릭버스터’ 게임 리마스터 홍보 영상 캡처. (출처: 유튜브)

◆이젠 결혼 필요성조차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

엔젤릭버스터 집게손가락을 그린 게 여성이 아닌 남성이었고, 심지어 넥슨이 여러 차례 검수까지 했다는 사실이 알려진 뒤 여성들의 울분은 폭발했다. 해당 기사 댓글에서 한 네티즌은 “페미 안 하던 여자도 페미 하고 싶게 만든다”고 힐난했다. 다우서트의 칼럼이 공개된 지 약 사흘 만에 그의 분석이 타당했다는 사실이 실사례로 확인된 셈이다.

이른바 페미니즘이 꼭 비혼으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비혼주의자 페미니스트들이 있긴 하지만 결혼한 페미니스트 사례도 얼마든지 있다. 문제는 페미니즘을 죄악시하는 남성을, 더 넓게는 여성을 적대시하는 남성을 결혼 상대로 여길 수는 없다는 여성들이 늘어난다는 점이다. 결혼이 줄면 출산도 자연히 준다. 결혼하지 않고 출산한 일본인 방송인 후지타 사유리의 사례가 있긴 하지만, 현시점에서 출산을 유도할 가장 큰 전제는 결혼이다.

이와 관련 X(트위터)의 한 사용자는 저출산 대책 관련 타래에서 “한국 남성이랑 결혼하기 싫어서 고통을 감수해 애 안 낳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성별 20~30대 청년들의 결혼에 대한 태도, 2008-2022. (제공: 통계청)
성별 20~30대 청년들의 결혼에 대한 태도, 2008-2022. (제공: 통계청)

실제 통계청이 지난 15일 공개한 ‘한국의 사회동향 2023’에 따르면 지난해 ‘귀하는 결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 20대 여성의 27.5%만이 긍정적인 답변을 했다.

통계청은 “20~30대 청년들의 결혼에 대한 긍정적 태도는 지속적으로 감세하는 추세”라며 “남성보다 여성이, 30대보다 20대에서 결혼에 대한 긍정적 태도가 더 낮다”고 분석했다.

20·30대 여성의 결혼에 대한 긍정 답변은 2008년 50% 수준에서 지난해 20대 27.5%, 30대 31.8%로 떨어졌다. 물론 결혼에 대한 부정적 생각은 남성에서도 보인다. 같은 기간 남성 청년은 70% 수준에서 20대 41.9%, 30대 48.7%로 감소했다. 다만 그 비율로 볼 때 여성들이 결혼에 대해 더욱 부정적인 상황임을 확인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결혼을 하지 않는 주된 이유로는 ‘결혼자금 부족’이 가장 많았다. 전 연령대가 똑같았다. 주목할 점은 ‘결혼의 필요성 못 느낌’이라는 답변이 청년 세대일수록 비율이 높다는 점이다. 10대는 20.4%, 20대는 19.3%, 30대는 14.2%, 40대는 15.4%가 결혼의 필요성을 못 느꼈는데, 해당 연령대에서 ‘결혼자금 부족’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응답이었다. 

하고 싶어도 못 하는 사람도 있지만, 이젠 처음부터 결혼을 염두에 두지 않은 사람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것이다.

결혼제도에 대해 언급하는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 (출처: 최재천의 아마존)
결혼제도에 대해 언급하는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 (출처: 최재천의 아마존)

◆“결혼, 남성이 원해 만들어… 이탈자는 생긴다”

문제는 이런 부분을 정책적으로 해결하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일단 결혼한 부부를 지원해 출산에 이르게 하는 것은 정책으로 접근할 수 있겠지만, 결혼을 거부하는 사람을 억지로 짝지어 줄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저명한 진화생물학자인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는 저서 ‘여성시대에는 남자도 화장을 한다’에서 “인간의 결혼제도는 남성이 원해서 만든 제도”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 같은 주장을 자신의 유튜브 ‘최재천의 아마존’에서도 여러 차례 반복했다. 

최 교수는 ‘수컷만 구애 활동을 하는 이유’라는 영상을 통해서도 “대부분 종에서 짝짓기에 성공하는 수컷은 5%를 넘지 않는다. 이 세상에 태어나는 수컷의 95%는 암컷 손목도 잡아보지 못하고 생을 마감한다”며 “인간은 예외다. 일부일처제를 법으로 정해놓고 거의 모든 수컷에게 기회가 돌아가도록 배려한다”고 지적했다. 

남성의 필요로 만들어졌음에도 남성들이 여성들에게 결혼하고자 하는 욕구를 불러일으키지 않으면서(일부는 자신도 포기하면서) 결혼율 저하와 출산율 저하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만들어지고 있는 셈이다.

최 교수는 ‘남녀갈등보다 더 큰 갈등이 온다!’는 영상에서 성별 갈등을 짚으면서 “가정을 이루고 자식을 기르는 일은 갈등 조율과 협력이 없으면 불가능하다”며 “이 세상에 살아있는 모든 생물은 매 순간 갈등을 조율하고 풀어내야 하는 게 삶의 현장”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젊은 남성들을 향해 “(여성 혐오 대열에서) 이탈자는 꼭 생긴다. 단속을 못 하면 전체적으로 와해가 되는 일이 벌어진다. (그렇게 되면) 언젠가는 남녀가 화해될 수밖에 없다”며 대결의 끝은 정해져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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