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은사 일부 신도들, 주지 연임 반대 시위
원학스님 “허위사실로 명예훼손” 소송 제기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신도에게 막말하는 주지는 즉각 물러나야 합니다.”

강남 대형사찰 봉은사의 일부 신도들이 주지 원학스님의 연임을 반대하는 시위를 펼치는 등 논란이 커지고 있다. 원학스님은 막말 의혹 등을 전면 부인하며 명예훼손 혐의로 신도들을 고발했다.

봉은사 일부 신도들은 지난 20일 서울 조계사 일주문 앞에서 ‘원학스님 주지 연임반대’ 기자회견을 열고 사퇴를 촉구했다. 신도들은 ‘원학스님 주지 연임반대 서명운동본부’를 구성하고, 지난 13일부터 봉은사와 템플스테이통합정보센터 앞에서 서명운동을 진행하고 있다.

봉은사 대표 신도조직인 ‘봉은’ 회원 20여명은 성명을 통해 “지난 2년간 신도들이 경험한 원학스님의 언행은 봉은사 신도들에게 큰 실망을 안겨주었다”며 “종단 및 승가에 대한 불신을 키워왔다”고 토로했다. 이어 “원학스님이 더 이상 봉은사의 재산관리인 소임을 계속 맡아서는 미래가 암담할 뿐만 아니라 승가화합에 큰 장애가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강진희 봉은장은 “권력에 대한 집착으로 거짓말, 욕설, 비방 등 범계를 서슴지 않았다”며 “우월적 위치에서 편법을 이용해 신도들을 제명하고 형사소송을 일삼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원학스님은) 물욕을 채우고자 사례금, 고액 강사료, 도서·CD·그림 판매 등 갖은 방법을 동원했다”며 “또 종루 공사, 공양간 공사, 회주스님 모시기 등 불필요한 불사를 독단적으로 실행해 예산을 낭비했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봉은사 측은 종루 안에 건립된 전통문화체험관과 관련 “빈 공간을 활용해 전통 찻집을 마련했다”며 “외국인과 신도 및 방문객의 템플스테이 전통문화 체험에 우리의 전통 다도를 활용하고자 종단으로부터 승인을 얻어 개관해 현재까지 많은 사람이 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일부 신도들이 사찰업무를 방해하는 등 비방을 일삼아 왔다”며 “종루는 (봉은사) 신도들의 요구와 종단의 승인을 거쳐 전통문화체험관으로 변경됐다”는 점을 강조했다.

봉은사 측은 “최모씨 등 일부 신도들이 주지 스님을 비롯한 사중 스님들을 비하하며 명예를 훼손해 신도회 회의를 거쳐 제명하게 됐다”며 “또한 주지 스님이 물욕을 채우고자 갖은 방법을 동원했다는 주장은 잘못된 것이다. 불필요한 불사를 독단적으로 실행한 바도 없다”고 말했다.

반대 측 신도들은 총무원장 자승스님을 향해 “이런 실체를 아시고도 두둔하거나 연임을 허락하신다면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라며 “사부대중 화합을 위해 힘쓰실 스님을 새로운 재산관리임으로 선임해 주시기 바란다”고 호소했다.

봉은사 신도들은 종루 개축을 둘러싼 갈등 및 신도 제명, 민·형사상 고발 등의 보고서와 원학스님의 행적이 담긴 동영상과 녹취 파일 등을 총무원에 발송했다.

이와 관련 주지 원학스님은 지난 20일 봉은사 일요법회에서 자신의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스님은 “개인의 신상과 관련해 사실이 아닌 것을 유인물로 만들어 배포해 명예를 훼손했다. 이는 국법이 정한 법의 논리로 가야 한다는 게 내 생각”이라며 “주지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을 법원이 기각했다. (반대 측 신도들이) 그런데도 또 항소를 했다. 결국 강남경찰서에 업무방해와 허위사실 유포, 명예훼손 등으로 고발했다”고 소송 이유를 설명하며 여러 의혹을 부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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