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화석연료 종료’ 시작 의미”… 산유국 “탄소포집 역할 옹호”
‘기후위기 직격’ 도서국은 불만 “급진적 변화 점에 점진적 진전만”

(로이터통신=연합뉴스) 기후 활동가들이 지난 12일(현지시간)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가 열린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화석연료 사용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올해 의장국인 UAE는 화석연료의 ‘단계적 퇴출’ 대신 ‘화석연료로부터의 전환’을 내용으로 하는 합의문 초안을 13일 공유했다.
(출처: 로이터통신, 연합뉴스) 기후 활동가들이 지난 12일(현지시간)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가 열린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화석연료 사용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올해 의장국인 UAE는 화석연료의 ‘단계적 퇴출’ 대신 ‘화석연료로부터의 전환’을 내용으로 하는 합의문 초안을 13일 공유했다.

[천지일보=방은 기자] 국제사회는 제28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8)에서 13일(현지시간) 이른바 ‘탈화석연료 전환’이 처음 명시된 합의를 마침내 도출했다. 거의 200개국 대표들이 참석한 두바이에서 열린 COP28은 지난 2주간 당사국 각자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엇갈리는 열전의 현장이었다. 화석연료 퇴출까지는 이루지 못했지만 화석연료 시대에서 재생에너지로 전환해야 한다는 큰 방향을 공식화했다.

이날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COP28에서 최악의 기후 변화를 피하기 위해 전 세계적으로 화석 연료 소비를 줄이기 시작하는 데 동의했으며, 이는 석탄, 석유 등 화석연료 시대의 궁극적인 종료를 의미한다. 이번 COP28 최종 합의문에는 구체적으로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 질서정연하고, 공평한 방식으로 화석연료 에너지 체계에서 전환을 개시할 필요가 있다고 규정했다.

1995년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첫 총회 이후 당사국들이 석유와 천연가스, 석탄 등을 모두 아우르는 화석연료 의존에서 벗어나기 위한 공동의 움직임에 합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COP28의 술탄 알 자베르 의장은 총회에서 “이 거래가 역사적”이라고 말하면서도 “진정한 성공은 이행에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이 합의를 실질적인 조치로 전환하는 데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에스펜 바르트 아이데 노르웨이 외무장관은 “화석연료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필요성에 대해 이렇게 명확한 합의문을 중심으로 전 세계가 단결한 것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이번 총회의 최대 관심사는 화석연료의 ‘단계적 퇴출’이 합의문에 포함되느냐였다. 총회에 참가한 100개 이상의 국가가 이 문구가 들어가야 한다고 요구했다. 하지만 사우디아라비아가 주도하는 석유 생산 단체인 OPEC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혔다. 이로 인해 COP28 일정을 하루 넘겼고 일부관계자들은 협상이 교착상태로 끝날 것을 우려했다.

결론은 ‘화석연료의 생산과 소비를 줄일 수 있다’는 문구보다는 강경하고 퇴출보다는 약한 표현인 ‘전환’으로 절충됐다. 화석연료 시대를 끝내고 재생에너지로 전환해야 한다는 큰 방향을 공식화한 셈이다. 특히 협상은 2030년까지 전 세계적으로 재생에너지 용량을 3배로 늘리고, 석탄 사용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가속화하며, 탈탄소화가 어려운 산업을 정리할 수 있는 탄소포집 및 저장과 같은 기술을 정부 주도로 가속화할 것을 요구한다.

이에 UAE를 포함한 몇몇 산유국들은 협정에서 탄소포집의 역할을 옹호했다. 하지만 비평가들은 이 기술이 여전히 비싸고 대규모 효율성이 입증되지 않았으며 지속적인 시추를 정당화하는 데 사용될 수 있다고 전했다.

이에 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은 “기후위기가 본질적으로 화석연료로 인한 위기라는 것을 마침내 인식한 COP28 결정은 중요한 이정표”라면서도 “진정으로 화석연료 시대를 종식하는 분기점이 될지는 앞으로 있을 조처와 재정 동원 여부에 달려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기후 위기로 인한 해수면 상승 등으로 인해 실존적 위기에 처한 도서국들은 불만을 내비쳤다. 군소도서국가연합(AOSIS)을 이끈 사모아의 안느 라스무센 수석대표는 합의문에 다수의 허점이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우리의 행동에 급진적인 변화가 요구되는 시점임에도 불구하고, 늘 그랬듯이 (화석연료)비즈니스에 밀려 점진적인 진전만이 이뤄졌다”고 지적했다.

또한 지난달 30일 COP28 개막 첫날부터 COP27에서 합의한 ‘기후 손실과 피해 기금’을 공식 출범시키는 성과도 거뒀으나 합의문에는 저개발국과 개발도상국의 재생에너지 전환 등을 위한 기금 관련 조항이 미흡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과학자 연합(UCS)의 정책 책임자인 레이첼 클리투스는 기후 협약을 높이 평가했지만 개발도상국이 화석 연료에서 전환하는 데 드는 비용을 지불할 수 있도록 부유한 국가가 더 많은 자금을 제공하도록 약속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존 케리 미국 기후특사는 이번 협정이 채택된 후 “지금은 다자주의 시대로 실제로 함께 모이고 사람들이 개인의 이익을 취하고 공동선을 정의하려고 시도하는 순간”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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