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교류협력법 위반 혐의 조사

개정 목소리 많지만 尹정부 더 강화 쪽으로

통일부. (출처: 연합뉴스)
통일부. (출처: 연합뉴스)

[천지일보=김성완 기자] 극우 인사로 평가받는 김영호 장관이 오더니 통일 업무를 관장하는 통일부가 제 역할과는 정반대로 가고 있어 우려된다.

취임한 지 불과 5개월째인데 그간 행보를 보면 과도하게 북한 인권 문제에 집착하다가 남북 교류 협력 담당 조직을 없애더니 최근에는 통일부가 일본 내 조선학교 접촉자를 조사한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대화와 소통이라는 본연의 임무는 방기한 채 되려 위축시키고 북한의 예민한 구석은 끊임없이 건드리는 등 진정 통일을 원하는 기관이냐는 의구심마저 들게 한다는 것인데, 일각에선 냉전 시대로 회귀한 것 같다는 지적도 나온다.

통일부가 아니라 남북 대결부라는 말까지 나돌 정도인데, 윤석열 정부는 원칙에 입각한 선명한 대북 관리라지만 회의적인 시각이 많은 이유다. 윤 정부 들어 남북 간 접촉은커녕 아예 단절된 현실이 모든 걸 말해 주고 있다.

◆통일부, 조선학교 접촉 단체‧영화인 조사

최근 논란은 통일부가 남북 인적 교류 관련해 시민사회단체와 개인에 대한 조사에 나서면서 불거졌다.

지난 12일 한국일보 보도에 따르면 통일부는 일본 내 조선학교 구성원들과의 접촉을 문제 삼았다. 배우 권해효씨가 운영하는 ‘조선학교와 함께하는 사람들 몽당연필’ 등 단체들과 조선학교 차별 실태를 폭로한 영화감독 김지운씨가 포함됐다.

남북교류협력에관한법률(남북교류협력법)은 북한 주민과 접촉할 경우 통일부에 사전 신고 후 승인을 받아야 한다. 사전 계획에 없는 접촉이 이뤄졌거나 외국 여행 중 우발적인 경우 사후 신고도 가능하다.

통일부가 문제 삼은 조선학교는 조총련 산하 교육기관이기 때문에 협력법상 접촉 신고 대상이라는 것이다. 다만 남북교류협력법에 따르면 조총련 소속이더라도 한국 국적자인 경우에는 접촉 신고 대상이 아니다. 조선학교 학생의 80% 이상은 한국 국적으로 알려져 있다.

그럼에도 몽당연필은 지난 5월 사전 신고 없이 일본 교토 내 조선학교를 방문했다는 이유로 ‘경고’ 처분을 받았다. 단체 측에서는 갑작스러운 일본인 소개로 방문한 것이라며 사후 접촉 신고를 했지만 통일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시민단체 등 통일부 조치에 반발

조사 명단에 오른 시민단체와 개인은 “통일부의 조사는 남북 교류를 위축시키기 위한 핑계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김명준 몽당연필 사무총장은 “이명박·박근혜·문재인 정부 통틀어 조선학교와 교류 자체를 문제 삼는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라며 “과거 교류 사안까지 경위서를 쓰라고 하니 활동을 위축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북 교류 단체의 인사들은 “규정대로 접촉 신고서를 사전에 제출해도 통일부가 이를 수리하지 않는 방식으로 민간 차원의 남북 교류를 아예 차단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통일부는 최근 위안부 연구를 위한 조총련 인사 접촉 신고 수리를 거부하는 등 학술적 목적의 접촉까지도 불허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이 같은 일은 보수‧극우 정권이 집권만 하면 언제든지 벌어질 수 있는 일이라 30년 전 법인 남북교류협력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는 이런 지적에는 아랑곳하지 않은 채 법과 원칙에 따른 교류 협력 질서와 체계를 확립한다는 기조로 더욱 엄격하게 적용하는 한편 위반 시 제재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법령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파장 확산에 통일부 한발 물러서

파장이 커지자 통일부는 “남북 교류 협력을 원천적으로 막겠다거나 과태료를 부과하겠다는 것은 아니다”라며 한발 물러선 듯한 태도를 보였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언론 브리핑에서 관련 조사와 관련해 “몽당연필은 웹사이트에서 조선학교 방문·교류 사실이 공개돼 있으나 역시 사전 접촉 신고를 하지 않은 것을 인지해 알아보는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또 조선학교를 다룬 영화를 만들면서 조총련 인사를 무단 접촉했다는 이유로 김 감독과 조은성 프로듀서를 조사한 것에 대해 “국회 국정감사에서 영화 제작 과정에 대한 문제 제기가 있었기 때문에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과정에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과정은) 법적인 신뢰를 높여 국민들이 공감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교류 협력 여건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통일부의 해명에도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특히 몽당연필 측에 따르면 통일부는 몽당연필이 주최하는 연례행사인 소풍 콘서트를 앞두고 ‘사전 접촉 신고를 왜 하지 않았느냐’며 연락을 해왔다. 그러나 몽당연필은 2020년 이후 조선학교를 방문한 사실이 없고 향후에도 관련 인사들을 접촉할 계획이 없었다.

이에 통일부는 2019년 진행된 청년 교류 활동을 돌연 문제 삼았다고 한다. 김명준 몽당연필 사무총장은 “당시에는 통일부에서 교류활동을 문제 삼지 않았다”며 “건수를 찾기 위한 조사 아닌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배우 권해효. (출처: 연합뉴스)
배우 권해효. (출처: 연합뉴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