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규 대중문화평론가(동아예술전문학교 예술학부 교수)

카카오가 지난달 23일 포털 다음 뉴스 검색 시 1200여개에 달하는 검색 제휴 언론사들을 빼고 150여곳의 뉴스 제휴 언론사(CP) 기사만 노출되게 기본값을 변경했다.

이러한 다음카카오의 조치에 검색 제휴 언론사들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도 소규모 매체들의 ‘목소리’를 차단하는 행위라고 비판하고 있다. 이번 다음카카오의 잘못된 선택은 독자들이 당연히 누려야 할 다양한 뉴스 선택권을 원천 봉쇄하는 ‘검색 쿠데타’다.

이용자의 정보 접근권을 제한하는 콘텐츠 제휴언론사만 뉴스를 보여주는 것이 다음카카오가 공고한 정치적 중립이며, 이용자의 정보 접근권을 향상하는 것인가. 이번 정책 변경으로 이용자들은 옵션을 별도로 선택하지 않는 한 키워드 검색을 하더라도 검색 제휴 매체 기사는 볼 수 없다. 전체 언론사를 선택해 볼 수 있는 전체 옵션 탭을 도입했지만 그냥 구색을 맞추기 위한 형식에 불과하다.

다음카카오의 생각이 짧은 정책 변경은 뉴스 이용자들이 뉴스를 접하기 어렵게 만들었고, 언론 시장은 부익부 빈익빈의 기형적 구조로 더욱 악화되게 만들었다. 이러한 차별적 행태는 군소언론의 정부 비판 기사 유통을 막겠다는 강한 의구심도 든다. 다음카카오가 뉴스검색 설정 기능을 바꾸며 밝힌 이유는 이용자 선호도와 양질의 뉴스 소비 환경이라고 주장하지만 궁색한 변명으로만 들린다.

포털들을 통해 뉴스를 접하는 소비자들은 특정 포털이 자신들이 원하는 뉴스만 내보내는 구조를 과연 반가워할까. 혹은 김범수 카카오 의장이 ‘사법리스크’에 처하자, 정부와 여당인 국민의힘의 눈치를 보면서 정부와 국민의힘에 쓴소리를 하는 중소 진보 매체들 죽이기에 나선 건 아닌가.

다음카카오는 다시 다음뉴스의 ‘뉴스검색 기본값’을 전체 언론사로 변경해야 한다. 많은 사람이 생각하는 이러한 일련의 상황들이 정치적 압력에 의한 것일 수 있다는 의심을 해소해야 한다.

포털뉴스를 제공하는 사업자는 다양한 정보와 뉴스를 제공해야 하는 책무도 있다. 국민 알 권리 침해를 중지하고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양질의 다양한 뉴스를 생산하고 있는 중소 매체들이 팩트 보도, 비판, 정보 등을 제공하고 독자들과 마주할 수 있게 해야 한다.

가짜뉴스를 생산하는 매체나 기자는 퇴출의 대상이고 사라져야 한다. 그러나 제휴 언론사만 기본값으로 설정하는 정책은 포털의 ‘슈퍼 갑질’이며 현장에서 지금도 고군분투하는 많은 중소 매체 기자들에게 허탈감만 안길 뿐이다. 기본값을 전체 언론사로 하되, 신규 언론사들의 진입 장벽을 높이고 모니터링을 통해 가짜뉴스를 생산하는 매체에 경고와 벌점으로 퇴출을 가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다음카카오는 뉴스를 제공할 통로 봉쇄를 중단하고 독자들의 기본권 침해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오히려 허위조작정보, 오보, 편파보도, 선정성 등을 생산하는 매체들 관리에 집중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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