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네덜란드 관계 격상 주목
이재용·최태원도 ASML 동행
和, 신규 원전 건설 추진 중
韓 “현지 수출 거점 마련할 것”

기념촬영하는 한-네덜란드 정상. (연합뉴스) 2023.12.10.
기념촬영하는 한-네덜란드 정상. (연합뉴스) 2023.12.10.

[천지일보=최혜인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11~14일(현지시간) 네덜란드를 국빈 방문해 반도체와 원자력발전소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양국 간 협력을 모색한다. 일찍이 우리나라 대통령 직속 국가안보실이 밝힌 ‘한-네덜란드 동맹 공고화’의 일환이다. 우리나라 대통령이 네덜란드를 국빈 자격으로 방문하는 건 지난 1961년 한-네덜란드 수교 이후 처음이다.

이번 방문은 한국과 네덜란드가 반도체, 청정에너지, 고급 기술, 물류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하는 기회로 여겨진다. 특히 세계 1위 반도체 장비기업인 ASML까지 찾아가는 이번 방문은 국내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에 대한 통찰과 힌트를 가져다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10일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에 따르면 네덜란드는 한국의 경상도·충청도를 합한 면적에 인구는 한국의 1/3 규모다. 지하자원은 부족하지만 글로벌 10위권 안에 드는 무역 강국에 첨단산업 기술 선도국으로 꼽힌다.

특히 ASML 등 세계적인 반도체 장비 기업을 다수 보유하고 있는 반도체 강국이다. 반도체는 이번 방문에서 윤 대통령이 가장 큰 관심을 둔 분야이기도 하다. 그중 ASML은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유일하게 공급하는 기업이다. 삼성전자·TSMC·인텔 등 글로벌 기업들이 장비를 공급해주길 기다리는 ‘슈퍼 을’로도 통한다. 실제 반도체 제조용 장비는 한국의 대(對)네덜란드 교역에서 수입액의 약 70%를 차지한다. 이번 방문이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윤 대통령은 이번 국빈방문 중 네덜란드 국왕과 함께 ASML 본사를 방문해 피터 베닝크 CEO와 만나 반도체 공급망 협력 강화, 인재 양성, 공동 개발 등을 논의한다. 이 회사의 클린룸도 시찰할 예정인데, 외국 정상으로선 처음이다. 여기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동행한다. 이를 통해 공급망 협력 강화, 반도체 인재 양성, 공동 개발 등을 모색할 전망이다.

이와 관련 윤석열 대통령은 AFP 통신 서면 인터뷰를 통해 “ASML 방문은 ‘한-네덜란드 반도체 동맹’ 관계에 있어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고 대통령실이 10일 전했다. 앞서 국가안보실도 순방 예고 브리핑을 통해 “윤 대통령은 베닝크 회장의 방한을 계기로 두 차례 만나 반도체 협력에 대한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눈 바 있다”며 “이번 방문에서 주요 반도체 기업 대표들을 만나 양국 간 협력 확대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이 2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피터 베닝크 네덜란드 ASML 회장을 접견하고 있다. (연합뉴스) 2023.7.28
윤석열 대통령이 2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피터 베닝크 네덜란드 ASML 회장을 접견하고 있다. (연합뉴스) 2023.7.28

아울러 윤 대통령은 이날 “한국-네덜란드는 ‘경제가 안보요 안보가 경제인 시대’라는 공감대 아래 경제안보 분야 파트너십 강화 방안을 최우선 과제로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윤 대통령의 이번 국빈방문을 통해 한국과 네덜란드 양국이 관계를 한 단계 격상하고 협력도 확대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네덜란드가 세계 최고 수준의 제조업 기반을 갖춘 만큼 ‘첨단기술 우방’ 지위를 재확인하는 데에도 의의가 있다.

반도체뿐 아니라 청정경제 분야에서도 양국 간 협력이 기대된다. 원전 분야는 반도체와 함께 한국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분야다. 이와 관련 네덜란드도 탄소 중립 달성을 위해 신규 원전 건설을 추진하고 있으며, 수소 경제에도 적극 투자하고 있다. 네덜란드 정부는 재작년 연정 합의문에서 신규 원전 2기 건설 계획을 밝혔다. 새 원전 발전소는 각각 1500㎿ 규모로 현재 보르셀 발전소와 함께 네덜란드 전력 수요의 약 25%를 생산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윤 대통령은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와 만나 양국의 청정에너지 협력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첨단기술 분야에서도 양국 간 협력의 지평이 넓어질 것으로 보인다. 양국은 인공지능(AI), 양자, 생명과학 등 과학기술 분야에서 협력도 추진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네덜란드의 과학기술 기관과 기업을 방문해 협력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물류 분야에서도 양국 간 협력을 확대하기 위한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네덜란드는 유럽의 물류 허브 역할을 담당하고 있으며, 한국은 최근 유럽 수출이 증가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양국 간 물류 협력 방안을 논의해 한국 기업의 유럽 수출을 지원할 계획이다.

국가안보실은 올해 대(對)유럽 무역수지가 10년 만에 흑자로 전환되는 등 유럽 수출에 활기를 띠고 있는 점을 두고 “네덜란드 선진 인프라와 물류시스템을 활용해 유럽무역의 중심지에 우리 기업의 수출 거점을 마련하는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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