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절기 중 해가 가장 일찍 지는 '대설' 

큰 눈 안 내리면  '기설제' 지내기도

동지, 아세(亞歲) 또는 작은설로 불러

대설(大雪)은 눈이 가장 많이 내린다는 뜻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천지일보 2023.12.08.
대설(大雪)은 눈이 가장 많이 내린다는 뜻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천지일보 2023.12.08.

[천지일보=백은영 기자] 대설이 지났는데도 다소 포근한 날씨 탓에 여기저기에서 “겨울 맞아?” “다시 봄이 왔나봐~”와 같은 말들이 오고갔던 한주가 지났다. 한낮 기온이 16도까지 껑충 뛰었을 정도였으니 봄이 다시 온 듯한 느낌이 들기에 충분했다. 한겨울 포근한 봄 날씨를 느껴보는 것도 잠시, 다시 겨울을 겨울답게 만들 한해의 마지막 절기가 남았으니 바로 동지(冬至)다. 올해 동지는 22일이다. 24절기 중 하나인 대설과 동지에 대해 알아보자.

◆ 눈이 가장 많이 내린다는 대설

소설(小雪)에 이어 오는 대설(大雪)은 눈이 가장 많이 내린다는 뜻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시기적으로는 음력 11월로 양력으로는 12월 7일이나 8월 무렵에 해당한다.

24절기 중 대설이 있는 음력 11월은 동지와 함께 한겨울을 알리는 절기다. 이 무렵은 농부들에게 있어 일년을 마무리하면서 새해를 맞이할 준비를 하는 농한기이기도 하다.

또한 24절기 가운데 스물한 번째에 해당하는 절기인 대설은 24절기 중에서는 해가 가장 일찍 지는 날이기도 하다. 지난 2021년 대설에는 이상 고온이 와서 11월 날씨를 보이기도 했다.

원래 24절기는 재래 역법(曆法)의 발상지이자 기준지점인 중국 화북지방의 계절적 특징을 반영한 것이기 때문에 ‘대설’이라고 해서 반드시 적설량이 많다고는 볼 수 없다.

대설 때가 되면 집집마다 메주를 쑤기도 했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천지일보 2023.12.08.
대설 때가 되면 집집마다 메주를 쑤기도 했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천지일보 2023.12.08.
대설에 먹는 제철음식은 주로 호박죽, 고구마, 굴 등이 있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천지일보 2023.12.08.
대설에 먹는 제철음식은 주로 호박죽, 고구마, 굴 등이 있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천지일보 2023.12.08.

대설에 눈이 많이 오면 다음해에 풍년이 들고 따뜻한 겨울을 날 수 있다는 말이 있다. 이에 조선시대에는 대설 무렵에 큰 눈이 내리지 않으면 하늘에 눈이 내리게 해달라는 ‘기설제’까지 지냈다.

기설제는 고려시대부터 조선시대에 걸쳐 거행된 국가의례의 하나로 조선시대에는 중종대 이후부터 지냈다. 중종 6(1511)년 12월 8일 예조에서 “우리나라에 기설제의 전례가 있는지의 여부는 상고하지 못하였다.”라고 했으며, 중종 9(1514)년 10월 26일에 전교하기를 “기설제를 행하지 않고 있으니, 지금 이후에는 눈이 내리지 않으면 기도하는 것이 좋겠다”라고 한 기록이 있다.

또 눈과 관련해 “눈은 보리의 이불이다.”라는 말이 있는데, 눈이 많이 내리면 눈이 보리를 덮어 보온 역할을 하므로 동해(凍害)를 적게 입어 보리 풍년이 든다는 의미다.

대설에 먹는 제철음식은 주로 호박죽, 고구마, 굴 등이 있다. 또한 옛날에는 대설 때가 되면 집집마다 콩을 삶아 메주를 쑤어 일정한 모양으로 만든 뒤 볏짚으로 묶어 매달아 놓았는데, 대설에 메주를 쑤면 장맛이 잘 우러난다는 말이 전해지기도 한다.

작은설로 불리는 동지.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천지일보 2023.12.08.
작은설로 불리는 동지.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천지일보 2023.12.08.

◆ 작은설, 동지

동지(冬至)는 양력 12월 22일이나 23일 무렵에 든다. 양력으로 동지가 음력 동짓달 초순에 들면 애동지, 중순에 들면 중동지, 그믐 무렵에 들면 노동지라고 한다. 올해는 애동지로, 애동지는 아이들에게 나쁘다고 해 팥죽 대신 팥시루떡, 시루팥떡을 해먹었다.

우리 민족은 태양력인 동지에다 태음력을 잇대어 태음태양력으로 세시풍속을 형성시켜 의미를 부여했는데 민간에서는 동지를 흔히 아세(亞歲) 또는 작은설이라 불렀다.

태양의 부활이라는 큰 의미를 지니고 있어서 설 다음가는 작은설로 대접하는 것이다. 이러한 관념은 오늘날에도 여전해서 “동지팥죽을 먹어야 진짜 나이를 한 살 더 먹는다.” “동지를 지나야 한 살 더 먹는다.”와 같은 풍속으로 전해지고 있다. 동지는 날씨가 춥고 밤이 길어 호랑이가 교미한다고 해 “호랑이 장가가는 날”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한편 동지를 기점으로 점차 낮의 길이가 길어져 많은 곳에서는 축제일, 또는 1년의 시작일로 삼기도 했다. 동지는 또한 반드시 음력 11월에 들어서 음력 11월을 ‘동짓달’이라 불렀다.

애동지는 아이들에게 나쁘다고 해 팥죽 대신 팥시루떡, 시루팥떡을 해먹었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천지일보 2023.12.08.
애동지는 아이들에게 나쁘다고 해 팥죽 대신 팥시루떡, 시루팥떡을 해먹었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천지일보 2023.12.08.

동짓날 풍습으로는 ‘동지 팥죽’이라고 해 팥을 고아 죽을 만들고 여기에 찹쌀로 단자를 만들어 넣어 끓이는데, 단자는 새알만한 크기로 하기 때문에 새알심이라 부른다.

옛날에는 팥죽을 만들면 먼저 사당에 올려 동지고사(冬至告祀)를 지내고 각 방과 장독, 헛간 같은 집안의 여러 곳에 놓아두었다가 식은 다음에 식구들이 모여서 먹었다.

사당에 놓는 것은 천신의 뜻이고 집안 곳곳에 놓는 것은 축귀의 뜻이어서 이로써 집안에 있는 악귀를 모조리 쫓아낸다고 믿었다. 팥이 붉은 색을 띠어 음귀를 쫓는 데 효과가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붉은 팥은 옛날부터 벽사(辟邪)의 힘이 있는 것으로 믿어 모든 잡귀를 쫓는 데 사용됐다. 헌종 때의 학자 홍석모가 한국의 열두 달 행사와 그 풍속을 설명한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의 ‘형초세시기(荊楚歲時記)’에 의하면 “공공씨(共工氏)에게 바보 아들이 있었는데 그가 동짓날에 죽어서 역질 귀신이 되어 붉은 팥을 무서워하기 때문에 동짓날 붉은 팥죽을 쑤어서 그를 물리친다.”라고 적혀 있다.

한편 동짓날 날씨로 새해의 농사를 점쳤는데 동짓날 날씨가 온화하면 이듬해에 질병이 많아 사람이 많이 죽는다고 여겼으며, 눈이 많이 오고 날씨가 추우면 풍년이 들 징조라고 여겼다. 또한 동짓날에는 달력을 선물로 보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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