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2 군사 반란 소재에 시선
‘심박수 챌린지’ 등 입소문 늘어
믿고 보는 배우들의 연기 잔치

영화 '서울의 봄' 포스터
영화 '서울의 봄' 포스터

[천지일보=이예진 기자] 올 한 해 동안 500만 관객을 넘긴 한국 영화가 ‘범죄도시3’와 ‘밀수’ 2작품만 있었던 가운데 지난 5일 ‘서울의 봄’이 한국 영화 중 3번째로 500만 관객을 넘겼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여전히 침체기라는 말이 나오고 있는 한국 영화계에 단비와 같은 존재가 되고 있다.

◆ 12·12 군사 반란의 첫 영화

지난달 22일에 개봉한 영화 ‘서울의 봄’은 1979년 12월 12일 수도 서울에서 일어난 신군부 세력의 반란을 막기 위해 일촉즉발의 9시간을 그린 영화다. 한국 영화 최초로 12·12 군사 반란이라는 역사적 사건에 흥미로운 허구를 가미해 만든 작품이다.

영화가 흥행하면서 작품의 중심 소재가 되는 12·12 군사 반란에 대해 관심도 모아지고 있다. 유튜브와 같은 온라인에서는 12·12 군사 반란에 대한 내용이 많이 올라오고 있으며 조회수도 꽤 높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해당 사건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12·12 군사 반란은 1979년 10·26사태 이후 군부의 실세였던 전두환과 노태우 등이 중심이 된 신군부가 최규하 대통령의 재가 없이 부대 병력을 동원해 당시 계엄사령관이던 정승화 육군참모총장을 강제로 연행한 사건이다. 이 사건으로 군대 내 권력을 잡은 신군부는 정치 권력까지 장악하게 됐다.

실제로 이번 작품을 찍은 김성수 감독은 사건을 직간접적으로 겪었던 목격자다. 당시 19살이었던 김 감독은 한남동에서 이태원으로 가는 길에 장갑차를 목격했고 총소리를 직접 들었다. 지금도 그 총성이 기억난다는 김 감독은 “30대가 돼 사실을 알게 됐을 때 당혹스럽고 놀랐다. 이렇게 쉽게 우리나라 군부가 무너졌나라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그리고 이 영화를 만나면서 그날 있었던 사건에 대한 ‘의구심’을 재현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영화는 실제 사건에 허구를 더한 것으로 실제와 다른 부분들이 꽤 있다. 정우성이 연기한 수도경비사령관 이태신 장군은 당시 장태완 장군을 묘사한 인물이다. 영화에서는 광화문에서 전두광과 이태신이 수십 미터의 바리케이드를 가운데 두고 대치하던 중 국방장관의 명령에 이태신은 데려온 군대를 해체하고 혼자 바리케이드 너머의 전두광에게 가던 중 체포되는 장면으로 쿠데타는 마무리된다. 하지만 실제로 장태완 장군은 노재현 국방장관의 전화를 12월 13일 새벽 3시경에 받았다. 그때 병력 철수 지시를 받은 장태완 장군은 수도경비사령부(수경사)에 모여있던 직속 부하들을 철수시킨 뒤 보안사로 연행됐다.

이렇듯 영화에는 극적인 요소를 위해 각색한 부분이 곳곳에 남아있다. 그렇기에 12·12 군사 반란을 정확히 알지 못하는 후세대들에게 오해의 요소가 있을 수 있지만 이것 또한 영화가 가진 힘 중 하나다. 한 네티즌은 “12·12 군사 반란에 대해 어림짐작으로만 알고 있던 것을 이번 영화를 보면서 조금 더 자세하게 알고 싶어져 찾아보게 됐고 다시금 아픈 역사에 대해 관심이 가게 됐다”고 전하며 영화의 순기능을 말하기도 했다.

영화 '서울의 봄' 스틸컷
영화 '서울의 봄' 스틸컷

◆ 흥행을 이끄는 MZ세대

영화는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했기 때문에 역사를 지나온 모두는 영화의 결말을 다 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울의 봄’이 흥행을 하는 이유는 사건을 직접 겪지 않은 2030 MZ세대가 영화에 빠져들었기 때문이다. 특히 ‘심박수 챌린지’가 등장하면서 더욱 영화 입소문이 나고 있다.

‘심박수 챌린지’는 심박수를 잴 수 있는 스마트워치로 영화 전후의 심박수를 체크하는 것으로 러닝타임 동안 얼마나 분노를 유발하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그만큼 영화는 분노를 유발하는 가운데 전두광 역을 연기한 황정민을 비롯해 무대인사를 하는 배우들이 연신 “죄송하다”고 전하는 영상이 인기를 끌기도 하면서 다양한 재미 요소들이 흥행에 힘을 싣고 있다.

하지만 MZ세대만 영화에 열광하는 것은 아니다. CGV 홈페이지 기준으로 연령별 예매 분포를 보면 30대가 30%로 가장 높고 20대가 25.9%로 그 뒤를 따르지만 40대와 50대도 각각 23.3%, 17.2%의 높은 예매율을 보이면서 다양한 연령대가 영화를 관람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한 50대 관람객은 “당시 상황을 겪어온 세대지만 그날 어떤 일이 있었는지 모두가 알지는 못했다. 물론 허구가 섞여 있긴 하지만 그래도 조금 더 면밀하게 그날의 일을 알 수 있었고 이후에 겪었던 상황들이 떠오르니 가슴이 먹먹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영화에 출연한 배우들의 연기 역시 호평 일색이다. 전두광을 연기한 황정민, 이태신 역의 정우성, 정상호 역의 이성민, 노태건 역의 박해준, 김준엽 역의 김성균 등 내로라하는 배우들이 연기 대결을 펼치는 듯 보여주는 연기력은 영화를 보는 관객을 더욱 집중시키게 만드는 요소다. 네티즌들은 “연기 미쳤다.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더 잘 만든 영화” “배우들의 연기에 몰입하다보니 영화 끝나있다” 등 배우들의 연기력에 호평을 이어가고 있다.

한편 영화 ‘서울의 봄’은 개봉 4일째 100만, 6일째 200만, 14일째 500만 관객을 돌파하면서 올해 유일하게 천만 관객을 돌파한 ‘범죄도시3’ 이후 가장 빠른 흥행 추이를 보이고 있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