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여당이 내년 1월 27일부터 직원 50인 미만 전 사업장으로 확대 적용되는 중대재해처벌법을 2년 유예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영세기업들에까지 중대재해처벌법을 적용하면 폐업과 일자리 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현장 목소리를 반영한 것이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작업 도중 사망 사고 등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사업주나 경영 책임자를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의 중형으로 처벌하도록 했다. 하지만 입법 당시부터 사업주의 재해 예방 의무가 지나치게 추상적·포괄적으로 규정돼 자의적으로 해석될 여지가 많아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왔다. 처벌 대상자에 ‘사업을 총괄하는 권한·책임 있는 사람’도 포함 시켜 경영에 관여하지 않는 대주주도 책임을 피할 수 없게 됐다는 것이다.

국회 과반 의석을 차지한 더불어민주당은 긍정적 입장을 비치면서도 단서를 달았다. 홍익표 원내대표는 “2년간 아무것도 준비하지 않은 정부의 공식 사과, 향후 법 시행을 위해 최소한 2년간 매 분기 구체적인 준비 계획과 관련 예산 지원 방안, 2년 유예 이후엔 반드시 시행하겠다는 정부와 관련 경제단체의 공개 입장 표명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이와 함께 ‘중소기업 협동조합법 개정안’과 연계 처리를 요구했다. 정부와 여당으로서도 반대만 할 조건이 아닌 만큼 여야가 조속히 개정안에 합의해 통과시켜야 할 것이다.

당초 이 법은 기업계에서 사고 예방 효과 자체에 의문을 제기하며 적극적으로 반대했다. “경영자를 교도소 담장 위에 올려놓는 법”이라며 기업체들이 반대했지만 민주당은 노동계의 환심을 사기 위해 끝내 밀어붙였다.

실제로 50인 이상 사업장에 법이 적용된 지난 1년간 산재 사고 사망자가 248명에서 256명으로 오히려 늘어났다. 지난해 10대 건설사에서 발생한 사망자는 25명으로, 전년보다 5명 늘었다. 따라서 자칫 준비되지 않은 50인 이하 중소기업 현장에 이 법을 적용하면 상당수가 범법자 신세에 놓일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이다.

현재 50인 미만 사업장은 83만 곳에 이른다. 이들 사업장은 사업주가 구속되면 기업에 사망 선고를 내리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오히려 영세 사업장의 경우 처벌을 강조한 법 시행보다는 사고 예방을 위한 점검과 지도감독이 우선돼야 한다. 예방 효과도 불분명하고 기업인들의 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는 이 법은 유예보다는 전면 재개정하거나 폐지하는 것이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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