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 소비자물가동향 발표
11월 물가 전년보다 3.3%↑
석유류 등 가격 오름세 둔화
신선식품지수 12%대 상승
한은 “빠른 둔화 어려워”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서울 시내의 한 대형마트에서 한 시민이 제품 가격표를 살펴보고 있다. ⓒ천지일보 2022.08.02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서울 시내의 한 대형마트에서 한 시민이 제품 가격표를 살펴보고 있다. ⓒ천지일보 2022.08.02

[천지일보=김누리 기자] 지난달 소비자물가가 3.3%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물가 상승률이 넉 달 연속 3%대를 기록했지만, 석유류 가격이 내려가고 내구제, 섬유제품 등 가격 오름폭이 둔화되면서 전체적인 물가 상승 폭은 4개월 만에 축소됐다.

전반적인 물가 상승세는 약해졌지만 농수산물 가격은 불안한 흐름을 이어갔다. 특히 장바구니 물가와 직결되는 신선식품지수는 두자릿수대로 오르는 모습을 보였다.

통계청은 5일 ‘소비자물가 동향’을 통해 지난달 물가지수가 112.74(2020=100)로 1년 전보다 3.3% 올랐다고 밝혔다.

물가 상승률은 지난 6~7월 2%대를 기록한 이후 8월(3.4%), 9월(3.7%), 10월(3.8%)에 이어 4개월 연속 3%대를 지속했다. 다만 오름폭은 10월을 고점으로 제동이 걸린 모양새다.

물가는 전월 대비 0.6% 떨어지면서 작년 11월(-0.1%) 이후로 1년 만에 하락 반전했다.

물가 상승세가 주춤한 모습을 보인 것은 석유류, 내구제, 섬유제품 등 가격 오름세가 주춤한 모습을 보인 데 영향을 받았다.

지난달 상품과 서비스 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3.8%, 3.0% 상승했다.

상품 중 농축수산물 가격은 1년 전보다 6.6% 올랐다. 농산물의 경우 채소류(9.4%)와 과실(24.1%), 곡물(7.7%) 등의 가격이 오르면서 13.6% 상승했다. 이는 2021년 5월(14.9%) 이후 2년 6개월 만의 최대 상승률이다. 농산물 물가가 오르면서 전체 물가 상승에 기여한 정도는 0.57%p로 커졌다.

축산물은 도축 마릿수가 증가하고 정부 측 공급 확대 등으로 1.3% 하락했다. 국산 쇠고기(-3.6%), 돼지고기(-2.4%) 등의 가격도 내려갔다. 수산물 가격은 1년 전보다 1.8% 올랐다.

공업제품은 2.4% 늘었고, 가공식품은 5.1% 상승했다. 가공식품 가격이 크게 오른 것은 아이스크림, 우유, 빵, 소주, 맥주, 냉동식품 등의 값이 1년 전보다 상승한 데 영향을 받았다.

석유류는 휘발유가 2.4% 오르고 경유와 등유가 13.1%, 10.4%씩 내리면서 5.1% 하락했다. 석유류 가격이 하락하면서 전체 물가를 0.25%p 끌어내렸다.

전기료(14.0%), 도시가스(5.6%), 상수도료(4.6%) 등 전기·가스·수도는 9.6% 올랐다.

서비스 물가 중 공공서비스 물가는 2.2% 상승했다. 유치원 납입금(-9.7%), 국제항공료(-2.5%)는 내려갔으나 시내버스료(11.2%), 택시료(20.7%) 상승폭이 컸다. 개인 서비스 물가는 전년보다 4.2% 올랐다.

외식 물가와 외식 제외 물가 상승률은 각각 4.8%, 3.7%로 집계됐다.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 지수)는 작년 동월 대비 3.3% 올랐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방식의 근원물가 지표인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지수는 3.0% 상승했다.

자주 구매하는 품목 위주로 구성돼 체감물가에 가까운 생활물가지수는 4.0% 올랐다. 생선, 해산물, 채소, 과일 등 기상 조건이나 계절에 따라 가격 변동이 큰 55개 품목 물가를 반영하는 신선식품지수는 12.7% 올랐다.

이 가운데 신선과실지수는 24.6% 뛰어 전월(26.2%)에 이어 20%대 오름세를 이어갔다. 사과는 55.5%, 귤은 16.7% 올랐다.

기획재정부는 이 같은 물가 전망과 관련해 “지난 몇 달간 물가가 예상보다 높았다”며 “이전보다는 (지난달 물가가) 떨어졌지만, 당초 6월 하반기 경제 정책방향에서 본 경로보다는 물가가 높은 경로로 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도 “추가적인 외부 충격이 없는 한 추세적인 물가 안정 흐름이 계속 이어질 것”이라며 “근원물가 상승률도 3.0%을 기록하는 등 미국과 유럽의 근원물가가 아직 4~5%대를 보이는 데 비해 훨씬 안정적인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추 부총리는 또 “국제유가 변동성, 기상 여건 등 불확실성이 여전한 만큼 정부는 특별물가안정체계를 계속 운영해 나가면서 물가·민생 안정에 총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이달 종료가 예정된 농·축·수산물 할인지원과 수산물 온누리상품권 환급행사를 예비비를 활용해 연말까지 연장할 계획이다.

한국은행도 “물가상승률이 둔화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보이나 그 속도는 완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평가했다.

김웅 한은 부총재보는 물가상황점검회의를 열고 “유가가 다시 크게 상승하지 않는다면 수요 측 압력이 약화한 가운데 공급 충격의 영향도 점차 줄어들 것”이라면서도 “빠른 둔화 흐름은 지속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김 부총재보는 또 “물가 전망 경로상에는 국제유가 추이, 국내외 경기 흐름, 누적된 비용 압력의 영향 등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라고 언급했다.

홍기석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와 관련 “사실상 정부가 통화정책이나 거시정책으로 할 수 있는 부분이 없는 만큼, 농산물 수급과 관련한 미시적인 정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며 “물가가 서서히 안정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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