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접국 비상인데 안일 대처”
인력 부족에 환자 급증 경고

서울 시내 한 소아청소년과 의원에 폐업 관련 안내문이 붙어 있는 모습. (출처: 연합뉴스)
서울 시내 한 소아청소년과 의원에 폐업 관련 안내문이 붙어 있는 모습. (출처: 연합뉴스)

[천지일보=홍보영 기자] 소아청소년과 의사들이 최근 중국에서 확산하고 있는 호흡기 질환인 마이코플라즈마 폐렴에 대한 정부의 대응 수준을 높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5일 의료계에 따르면 대한아동병원협회는 전날 “최근 중국에서 확산하고 있는 마이코플라즈마 감염병에 대만 등 인접국은 비상인데 우리는 너무 안일하게 대처하고 있다”며 “보건당국은 미유행 타령을 멈추고 코로나19를 반면교사로 삼아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마이코플라즈마 폐렴은 제4급 법정 감염병으로 국내에서는 3~4년 주기로 유행하는데 주로 5~9세에서 많이 나타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진료 받은 환자 1만7607명 중 9세 이하가 63%였다.

주요 증상은 감기처럼 두통, 발열, 콧물, 인후통 등으로 나타나는데, 일반 항생제와 해열제를 써도 잘 듣지 않는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보통 환자의 기침, 콧물 등 호흡기 분비물의 비말 전파 또는 환자와의 직접 접촉을 통해 감염될 수 있다. 대개 1주일 정도 증상이 나타나는 감기와 달리 마이코플라즈마 폐렴은 3~4주간 지속되며 일부는 중증으로 진행해 폐렴 등을 유발할 수 있어 조기 진단과 적절한 치료가 중요하다.

협회는 “소아 감염병은 학교나 유치원 등 등교를 비롯한 집단생활이 불가피해 초기 대응이 부실하면 유행이 한순간에 확산하는 특징이 있다”며 “아직 유행 단계까지는 아니지만 소아청소년 진료 현장은 필수 인력이 부족한 데다 최근 독감 등 각종 바이러스 감염 환자가 급증하는 만큼 마이코플라즈마까지 유행하게 되면 소아진료 대란이 올 것” 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진료 현장에서는 이런 우려로 매일 살얼음판을 걷고 있지만, 질병관리청은 새로운 병원균은 아니고 매년 유행하는 바이러스로, 국내서 치료할 수 있는 수준이기 때문에 대응 수준을 높이기보다는 마스크 착용 등 개인 방역수준을 높이는 걸 권고하고 있다”며 “오픈런 및 마감런으로 인한 환자 및 보호자의 고통과 코로나19 때의 교훈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마저 든다”고 말했다.

또 협회는 “소아 필수의료 부족으로 ‘응급실 뺑뺑이’ 사건이 대서특필 되는 상항인데도 유행이 아니라는 이유로, 신종 전염병이 아니라는 이유로 정부는 손을 놓고 있다”며 “지금도 진료 대기 시간이 3~4시간은 기본인데 마이코플라즈마 폐렴까지 유행하게 되면 환자와 보호자들의 고통은 감당하기 힘든 상태로 치닫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최용재 대한아동병원협회장은 “질병청이 마이코플라즈마 표본 감시 의료기관을 200병상 이상 종합병원급으로 제한하고 있는데, 마이코플라즈마 폐렴이나 독감 등 소아 감염 환자를 가장 많이 진료하는 곳은 아동병원”이라며 “소아감염 표본 감시 의료기관으로 아동병원이 포함돼야 보다 정확한 환자 표본 감시가 이뤄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유행 감시라는 본래의 목적에 부합하려면 이를 반드시 개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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