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 뜨개 편물 이집트서 발견

약 1000~1400년 추정 ‘양말’

뜨개질하는 성모 마리아 그림도

겨울이 되면서 힐링취미로 각광받고 있는 뜨개질.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천지일보 2023.11.30.
겨울이 되면서 힐링취미로 각광받고 있는 뜨개질.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천지일보 2023.11.30.

[천지일보=백은영 기자] 겨울이다. “호호~” 불어 먹는 따끈한 호빵과 “앗 뜨거워”를 연발하며 먹는 군밤과 군고구마가 생각나는 계절. 이 계절에 빠질 수 없는 것 중 하나가 바로 ‘뜨개질’이다.

‘뜨개질’은 사랑하는 이들을 위해 목도리며, 장갑, 스웨터 등을 뜨던 어머니가 생각나는 단어이기도 하다.

뜨개질로 멋스럽게 완성된 작품을 보면서 “나도 한 번 도전해보고 싶다”는 이들에게 반가운 소식이 있다. 뜨개질 영상으로 유튜브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뜨개유튜버들이 신간을 출간했다. 뜨개질은 오로지 길쭉한 목도리밖에 못 뜨는 이들도 다른 작품에 도전해볼 수 있는 기회다.

'뜨개질'이라고 하면 사랑하는 이들을 위해 장갑이며 목도리를 뜨는 어머니가 연상되는 단어이기도 하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천지일보 2023.11.30.
'뜨개질'이라고 하면 사랑하는 이들을 위해 장갑이며 목도리를 뜨는 어머니가 연상되는 단어이기도 하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천지일보 2023.11.30.

◆ 뜨개질이란

실과 바늘, 가위 등을 이용해 목도리, 스웨터, 모자, 장갑 등 다양한 니트 직물을 결여서 만드는 일을 뜨

개질이라 한다. 대바늘뜨기, 코바뜨기, 아프간뜨기 등 손뜨기 방법과 편물기를 이용하는 기계뜨기 방법이 있다.

손뜨기는 연령대에 구애받지 않고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취미생활로, 특히 겨울이 오기 전 많은 이들이 도전하는 분야이기도 하다.

손뜨기 종류로는 대바늘뜨기가 있는데 가장 많이 하는 뜨개질 방법으로 길쭉한 바늘 1쌍을 이용해 겉뜨기와 안뜨기로 원하는 작품을 만들면 된다. 대바늘뜨기로는 메리야스뜨기, 고무뜨기, 가터뜨기, 방울뜨기, 교차뜨기 등의 편물 모양이 나오게 되며, 코를 의도적으로 비우는 방식으로 레이스 편물을 뜨기도 한다. 굵은 대바늘은 보통 목도리, 스웨터, 모자, 장감 등을 뜰 때 편리하다. 실을 하나씩 고리에 엮는 방식으로 신축성이 큰 직물을 만들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빨간색과 노란색 실크로 만들어진 뜨개 초기의 스페인 장갑으로 16세기 주교가 착용했다. (출처: Victoria and Albert Museum, London) ⓒ천지일보 2023.11.30.
빨간색과 노란색 실크로 만들어진 뜨개 초기의 스페인 장갑으로 16세기 주교가 착용했다. (출처: Victoria and Albert Museum, London) ⓒ천지일보 2023.11.30.

◆ 뜨개에 얽힌 이야기

손뜨개의 기원을 정확히 알기란 어렵다. 다만 전 세계의 박물관에 보관돼 있는 조각들을 보며 추측할 뿐이다. 초기 뜨개는 면, 실크, 울 같은 자연 섬유로 만들어져서 쉽게 분해되기 때문에 이 시기의 뜨개 편물은 남아있지 않기 때문이다.

지금 남아있는 가장 초기의 뜨개 편물은 약 1000~1400년 이집트에서 발견된 것으로 흰색과 인디고 색의 면으로 뜬 양말(콥틱양말) 조각이다. 다만 여러 가지 색의 실을 사용한 것과 그 편물의 복잡함으로 과연 사람이 손뜨개로 만든 첫 작품인지에 대한 여부는 아직 논쟁 중에 있다. 

약 1000년 경 이집트에서 시작됐을 것으로 추측되는 뜨개는 이후 스페인으로 퍼져나갔다. 초기 유럽 뜨개는 부자, 왕실 혹은 가톨릭교회처럼 종교적인 사람들에게만 국한됐다. 유럽 뜨개의 첫 번째 조각은 스페인의 왕자 페르난도 드 라 세르도의 무덤에서 발견된 것으로 1275년경으로 추측되는 실크 베개 커버다.

Virgin Mary. 아기 예수 옆에서 뜨개질하는 성모 마리아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출처: Museo Poldi Pezzoli, Milan, Italy) ⓒ천지일보 2023.11.30.
Virgin Mary. 아기 예수 옆에서 뜨개질하는 성모 마리아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출처: Museo Poldi Pezzoli, Milan, Italy) ⓒ천지일보 2023.11.30.

스페인에서는 초기 뜨개의 대부분이 가톨릭교회 전례 의류 및 액세서리로 구성됐으며 금사나 은사로 수놓아져 있기도 했다. 14세기 중반 이탈리아와 독일 그림에서 아기 예수 옆에서 성모 마리아가 뜨개질을 하고 있는 모습이 묘사된 그림도 있다.

반면 뜨개와 비슷한 베짜기(weaving)의 경우는 많은 신화와 전설을 가지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그리스․로마 신화에 등장하는 여신 아테나와 아라크네에 대한 이야기다.

리디아의 염색의 명인 이드몬의 딸인 아라크네는 베짜기와 자수를 잘했다. 아라크네는 자신의 솜씨가 여신 아테나보다 뛰어나다고 뽐냈고, 이 소문을 들은 아테나는 노파의 모습으로 변신해 그녀를 찾아가 신을 욕보이는 언행을 하지 말라고 충고했으나 듣지 않고 결국 아테나와 솜씨를 겨루게 된다.

이때 아라크네는 올림포스의 열두 주신과 신들의 벌을 받은 인간의 이야기 및 신들의 비행을 주제로 천을 짰고, 그 솜씨는 아테나조차도 흠잡을 수 없을 만큼 훌륭했다. 이에 질투한 아테나가 베를 갈기갈기 찢자 비탄에 빠진 아라크네는 목을 매고, 아테나는 그녀를 뱃속에서 줄을 뽑아 베를 짜는 거미로 둔갑시켜 자자손손 실을 잣는 벌을 내렸다. 아라크네는 ‘거미’를 뜻하는 말이다.

이외에도 호모의 ‘오디세이’에 나오는 페넬로페와 오디세우스 이야기가 있다.

페넬로페는 용모가 매우 아름다웠으며 이에 못지않게 성격이나 행실의 아름다움으로 유명했다. 남편 오디세우스가 트로이전쟁에 나가 오랫동안 소식이 끊겨 생사 여부를 알지 못하는 사이 많은 이들이 그녀에게 구혼을 하지만 페넬로페는 남편 오디세우스가 돌아올 것이라는 희망을 버리지 않고 구혼자 선택을 미뤘다.

이때 그녀가 선택한 방법이 바로 베짜기다. 페넬로페는 시아버지의 수의를 짜기 시작하면서, 그 수의 마련이 끝나면 구혼자들 중 한 사람을 고르겠다고 했다. 그렇게 낮에는 베를 짜고 밤이 되면 짠 베를 다시 풀었다.

베짜기 외에도 다양한 계략을 고안해 재혼을 미뤘으며, 무려 20년이라는 세월이 흐른 뒤 전장에서 돌아온 남편 오디세우스와 재회하게 된다. 이 이야기에서 나온 말이 ‘페넬로페 베짜기’다. 쉴 새 없이 하는 데도 끝나지 않는 일을 가리킬 때 쓰이는 말이다.

인기 뜨개 유튜버들의 저서 (제공: 예스24) ⓒ천지일보 2023.11.30.
인기 뜨개 유튜버들의 저서 (제공: 예스24) ⓒ천지일보 2023.11.30.

◆ 책으로 배우는 뜨개

문화콘텐츠 플랫폼 예스24 집계 결과 올해 ‘손뜨기’ 관련 도서 판매량은 작년 동기 대비 7.0% 증가했다.

올해 손뜨기 도서의 판매 상승세를 이끈 건 단연 인기 뜨개유튜버 저자들로 ‘바늘이야기 김대리’ ‘옷뜨는김뜨개’ 등 유튜버가 니트 의류 및 패션 소품 도안을 담은 책을 출간하며 올해 손뜨개 도서 중 ‘니트 뜨기’ 관련 도서가 전년 대비 43.3% 판매 증가했다.

또한 두 유튜버의 저서인 ‘김대리의 데일리 뜨개’ ‘옷뜨는김뜨개의 쉬운 니트 레시피’ 모두 11월 초 출간 이후 ‘건강 취미’ 분야의 베스트셀러 1, 2위에 나란히 자리하며 다시 한 번 인기를 증명했다.

무엇보다 뜨개질이 자신만의 독특한 결과물을 만들 수 있고, 고요히 집중할 수 있는 ‘힐링취미’로 젊은 층에게 각광받으면서 2030세대 독자들의 관련 도서 구매도 함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추운 겨울을 따뜻하게 녹여줄 ‘힐링취미’ 뜨개질로 나만의 멋진 작품을 만들어보는 것도 좋은 겨울나기 방법으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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