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성공 여부 판단 신중
지상 교신 등 확인 필요 때문
北 “수개의 위성 계속 쏠 것”
[천지일보=김성완 기자] 북한이 22일 전날 밤 발사한 군사정찰위성 1호기 ‘만리경-1호’의 발사가 성공적이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한미 당국은 성공 여부에 아직 신중한 모습인데, 정찰위성 발사의 성공은 위성이 예정된 궤도에 진입하는 게 끝이 아니라 지상 기지국과 신호 송수신 등이 정상적으로 이뤄져야 하기 때문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위성이 궤도에 진입했다면 어느 정도 정찰위성 발사가 성공했을 것이라고 판단하는 시각이 대체적이다. 정찰위성 관련 교신 성공보다는 궤도 진입을 목표로 한 남북 간 주도권 경쟁이 심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군 “한미 긴밀 공조해 분석 중”
군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북한은 서둘러 성공했다고 발표했지만 그것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일 수는 없다”면서 “한미, 한미일이 긴밀히 공조해 여러 식별된 상황을 공유, 분석해 판단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북미항공우주방위사령부(NORAD)는 새로운 물체가 우주에 진입하면 수 시간 안에 관련 정보를 발표하는데, 현재 북한 정찰위성에 대한 정보는 실리지 않았다. 또한 위성의 초기운용 단계, 즉 지상관제소와 통신 성공 등에 문제가 없어야 한다.
초기운용 단계에 문제가 식별되지 않았더라도 만리경-1호가 정찰위성으로서 효용을 발휘하는지도 검증해야 한다. 이를 검증하는 데는 탑재체에 따라 최소 1∼2개월 정도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2012년 12월 광명성 3호 2호기와 2016년 2월 광명성 4호 등 두 차례 위성을 궤도에 올린 적이 있지만 정상 작동이 확인된 적은 없다. 죽은 위성이라 불린다. 발사체에 탑재하는 위성체 기술도 아직 미비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러시아의 지원 등을 통해 국외에서 개선됐을 가능성은 남아있다.
◆정상 작동 시 위협 시선도
북한 정찰위성의 성능을 당장 구체적으로 파악할 순 없지만, 만일 정상 작동한다면 한국에 군사적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시선도 있다.
실제 군이 올해 5월 북한의 1차 발사 때 인양된 낙하물을 분석한 결과, 당시 정찰위성에 장착된 카메라의 해상도도 3ｍ급에 불과했다. 이는 가로·세로 3ｍ 물체가 한 점으로 표시된다는 의미로 낙후된 수준이다.
그러나 이런 수준의 해상도라도 함정이나 전차, 트럭 등은 식별할 수 있기 때문에 나름의 군사적 효용성은 있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더욱이 북한이 추가 발사를 통해 복수의 정찰위성을 운용할 계획이라 위협은 더 커질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문성묵 한국전략연구원 통일센터장은 통화에서 “아직은 성공했는지 알 순 없지만 설사 러시아의 기술 공조를 했다 치더라도 짧은 기간이라는 점에서 기술적 보완 수준에 그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북한이 계속해서 쏘겠다고 한 것을 보면 향후엔 큰 위협이 될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전문가는 “북한이 한국의 정찰위성 발사 계획을 의식했던 것 같다”면서 “정찰위성 성능이 아닌 먼저 위성을 궤도에 올리는 등 쏴 올렸다고 하는 주도권 싸움이 될 가능성이 높다. 남북 간 위성 경쟁이 가속화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김정은 오래된 숙원 사업
북한이 성공했다고 밝힌 군사정찰위성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년 전부터 각별한 관심을 보여온 숙원 사업 중 하나다.
김 위원장은 지난 2021년 1월 노동당 제8차 대회에서 국방발전 5개년 계획을 통해 관련 내용을 공표했고 이듬해 3월 지금은 국가항공우주기술총국으로 격상된 국가우주개발국을 시찰하는 등 지대한 관심을 표했다.
그로부터 약 1년 뒤인 올해 4월 딸 주애를 대동한 채 다시 우주개발국을 방문했을 때는 군사정찰위성 1호기가 완성됐다는 소식을 직접 알리면서 계획된 시일 안에 발사해야 한다고 독려했다.
조선중앙통신은 정찰위성의 우주 궤도 진입 소식을 전하면서 국가항공우주기술총국이 앞으로 빠른 기간 내에 수개의 정찰위성을 추가 발사할 계획을 연말로 예상되는 당중앙위원회 제8기 제9차 전원회의에 제출한다고 보도했다. 북한이 여러 개의 정찰위성을 운용하게 되면 특정 지역을 감시할 수 있는 주기가 빨라져 정찰 능력이 강화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