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범종 ㈜LG 경영지원부문장 증인 재출석
구연경 “父 유지 상관없이 리셋해야” 주장
폐기된 구본무 선대회장 메모 재차 문제 삼아
재판부, 내달 변론준비기일 열고 절차 논의

여의도 LG트윈타워 전경. (제공: LG전자) ⓒ천지일보DB
여의도 LG트윈타워 전경. (제공: LG전자) ⓒ천지일보DB

[천지일보=김정필 기자] 구광모 LG그룹 회장을 상대로 구 회장의 모친과 여동생들(세 모녀)이 제기한 상속 분쟁 재판에서 세 모녀가 상속분할협의서의 내용을 번복한 정황이 드러났다. 

서울서부지방법원 제11민사부(박태일 부장판사)는 16일 오후 고(故) 구본무 선대회장의 부인 김영식 여사와 두 딸 구연경 LG복지재단 대표, 구연수씨가 구 회장을 상대로 제기한 상속회복청구 소송 2차 변론기일을 열었다.

하범종 ㈜LG 경영지원부문장(사장)은 지난 1차 변론기일에 이어 이날도 증인으로 참석했다. 하 사장은 구 선대회장 가까이서 보좌한 인물이다. 또 구 선대회장 별세 전후로 그룹의 지주사인 ㈜LG의 재무관리팀장을 맡아 그룹 총수 일가의 재산 관리와 상속분할 협의 등을 총괄했다.

[천지일보=김정필 기자] 하범종 ㈜LG 경영지원부문장(사장)이 16일 오후 서울서부지법에서 열리는 고(故) 구본무 선대회장의 부인 김영식 여사와 두 딸 구연경 LG복지재단 대표, 구연수씨가 구 회장을 상대로 제기한 상속회복청구 소송 2차 변론기일에 증인으로 출석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3.11.16.
[천지일보=김정필 기자] 하범종 ㈜LG 경영지원부문장(사장)이 16일 오후 서울서부지법에서 열리는 고(故) 구본무 선대회장의 부인 김영식 여사와 두 딸 구연경 LG복지재단 대표, 구연수씨가 구광모 회장을 상대로 제기한 상속회복청구 소송 2차 변론기일에 증인으로 출석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3.11.16.

이날 법정에서는 지난해 구 대표를 포함한 원고 측이 구 회장을 상대로 상속 분할에 이의를 제기하는 과정에서 가족 간 대화를 녹음한 녹취록이 공개됐다.

피고 측 대리인은 하 사장에게 녹취록을 토대로 “구연경 대표가 ‘아빠(구 선대회장)의 유지와 상관없이 분할 합의는 리셋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한 것이 맞느냐”고 물었고, 하 사장은 “그런 취지로 이야기했다”고 답했다.

하 사장은 당시 구 대표가 녹음하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다”고 했다. 또 김 여사와 구  회장 간 대화 역시 제3자인 구 대표가 녹음을 했다고 증언했다.

그간 세 모녀 측은 경영재산 전부를 구 회장에게 물려준다는 내용의 유언장이 있다는 말을 믿고 상속에 합의했으나, 유언장이 없어 법정 비율대로 상속받고자 소를 제기했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이날 녹취록이 공개되면서 소송을 제기한 직접적인 배경이 ‘경영 참여’로 추측되는 내용이 확인됐다.

녹취록에는 김 여사가 “구연경 대표가 잘 할 수 있다. 경영권 참여를 위해 지분을 다시 받고 싶다”고 말한 사실이 담겼다.

가족 간 대화 녹취 당시에는 구 대표의 남편인 윤관 블루런벤처스 대표도 배석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고(故) 구본무 LG그룹 선대회장
고(故) 구본무 LG그룹 선대회장. (제공: LG그룹)

피고 측은 앞서 지난달 5일 열린 첫 변론기일에서는 3차에 걸친 상속분할 협의서를 공개하며 “(원고 측이) 분할 협의 과정에서 충분한 정보를 제공받고 자유롭게 의사를 개진해서 협의서 작성에 이른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당시 공개된 동의서에는 ‘본인 김영식은 고 화담 회장님(구 선대회장)의 의사를 좇아 한남동 가족을 대표해 ㈜LG 주식 등 그룹 경영권 관련한 재산을 구광모에게 상속하는 것에 동의함’이라는 문구와 함께 김 여사의 서명이 담겼다.

반면 원고 측은 지난 재판에 이어 이날도 구 선대회장의 유지가 담긴 메모의 파기 경위와 시점 등을 확인하는 데 상당 시간을 소요했다. 

메모 파기와 관련해 하 사장은 “40~50년간 재무관리팀의 관행”이라며 “망자의 각종 문서는 폐기한다”고 말했다.

이어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이 하 사장 참관 하에 구 선대회장의 금고를 열어 본 것과 관련해 “직계 유족에게 연락도 안 하고 연 이유가 뭐냐”며 “그게 이 사건 분란의 씨앗”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하 사장은 “금고는 회사 재산이며 안에는 별것이 없었다”며 “구본능 회장이 2∼3일 뒤에 사위(구 대표 남편인 윤관 대표)에게 금고를 연 취지와 안에 있는 물품에 대해 얘기했다고 들었다”고 설명했다.

[천지일보=김정필 기자] 서울서부지방법원 제11민사부(박태일 부장판사)는 16일 오후 고(故) 구본무 선대회장의 부인 김영식 여사와 두 딸 구연경 LG복지재단 대표, 구연수씨가 구 회장을 상대로 제기한 상속회복청구 소송 2차 변론기일을 열었다. 사진은 서울서부지방법원 모습. ⓒ천지일보 2023.11.16.
[천지일보=김정필 기자] 서울서부지방법원 제11민사부(박태일 부장판사)는 16일 오후 고(故) 구본무 선대회장의 부인 김영식 여사와 두 딸 구연경 LG복지재단 대표, 구연수씨가 구광모 회장을 상대로 제기한 상속회복청구 소송 2차 변론기일을 열었다. 사진은 이날 서울서부지방법원 모습. ⓒ천지일보 2023.11.16.

이날 증인 심문을 마친 뒤 재판장은 양측에 조정을 제안했다.

세 모녀 측 대리인은 “가족들 문제이기에 가급적 소를 제기하지 않고 원만히 해결하고 싶었으나 그렇지 않았다”며 “가급적 원고들을 설득하겠다”고 말했다.

피고 측 대리인은 “이미 1년 넘게 협의를 거치는 중에 원고 측이 일방적으로 소를 제기한 것”이라며 곤란하다는 입장을 내비친 뒤 “피고(구 회장)에게 의사는 물어보겠다”고 답했다.

재판부는 강유식 전 LG경영개발원 부회장 증인 심문에 앞서 다음달 19일 변론준비기일을 갖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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