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영혁신중소기업협회 굿모닝CEO 강연 개최
“지구 온도 2도 상승 시 생물다양성 절반 사라져”
“더 머뭇거릴 여유 없어… ‘생태적 전화’ 급선무” 

최재천 이화여자대학교 석좌교수. (출처: 메인비즈협회) ⓒ천지일보 2023.11.15.
최재천 이화여자대학교 석좌교수. (출처: 메인비즈협회) ⓒ천지일보 2023.11.15.

[천지일보=양효선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기후변화로 발생했으며 기후변화 못지않게 생물다양성의 악화로 재앙의 판도가 바뀌었습니다. 우리는 더 이상 머뭇거릴 여유가 없습니다.”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는 15일 서울 중구 앰버서더 풀만 호텔에서 한국경영혁신중소기업협회(메인비즈협회)가 개최한 제127회 굿모닝CEO학습 ‘생태적 전환: 기후 및 생물다양성 위기’를 주제로 열린 강연에서 “코로나19 같은 팬데믹 또 올 것이며 반복적으로 우릴 공격할 수 있다”고 설파했다. 

최 교수는 ‘코로나19가 기후변화 때문인가’라는 질문이 반가운 이유는 “아무리 얘기해도 듣는 것 같지 않던 사람들이 재앙이 터지니까 기후변화를 생각하게 됐다”며 “아직 행동으로 적극적인 대응까지는 아니지만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듣고 알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자신을 열대 정글을 누비고 다닌 생물학자라고 소개하며 “지금까지 1400여종의 박쥐를 발견했는데 박쥐의 95%가 열대 정글에 산다. 이번 세기에 들어서 우리나라가 겪은 사스, 메르스, 코로나바이러스는 모두 박쥐로부터 출발했음이 밝혀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에 박쥐들이 우리가 사는 온대지방으로 터전을 옮겨온다”면서 “세계보건기구(WHO)가 확인한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자 7억명 중에 박쥐로부터 직접 코로나바이러스를 받았다고 밝혀진 경우는 단 한 명도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박쥐는 야생 동물들에게 바이러스를 뿌렸고 우리가 그들을 건드리다가 옮은 것이다. 박쥐가 온대지방으로 오면서 동물들에게 (바이러스가) 옮겨질 확률이 높아지고 우리에게 건너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최 교수는 2021년 영국의 캠브리지대학 연구진 발표 논문을 언급하며 “지난 100년간 박쥐의 분포 변화를 분석한 결과 온대지방에 새로운 박쥐 거점 지역이 만들어졌다. 그 중 가장 두각을 나타낸 지역이 중국 남부지역”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학 연구진 분석에 따르면 지난 100년 동안 열대 박쥐 40여종이 중국 남부로 이주해 정착했다. 박쥐를 대상으로 바이러스 검사를 하면 코로나바이러스 2~3개 종류를 가지고 있을 것”이라며 “박쥐는 인간보다 체온이 높기 때문에 바이러스가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 100년 동안 중국 남부지역으로 100종류 이상의 새로운 코로나바이러스가 진입했는데 그중 하나가 퍼져 우리를 제대로 공격했다”며 “기후변화가 멈추지 않는 한 열대 박쥐들은 온대지방으로 끊임없이 이주할 것이고 그들이 가지고 오는 바이러스 때문에 코로나 같은 팬데믹은 자주 일어날 수밖에 없다”고 직격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로 가장 큰 피해를 본 나라는 미국이었다. 이제 전염병은 후진국과 선진국을 가리는 병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최 교수는 “유럽을 강타한 홍수로 가장 큰 피해를 본 나라는 독일, 룩셈부르크, 네덜란드였다”며 “그 나라의 배수시설이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비가 왔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최 교수는 지난해 서울 강남역에 발생한 홍수를 언급하며 “2020년 우리나라 최장 장마 때 무려 54일 동안 비가 내렸다. 자연재해로부터 이제 안전한 곳은 없다”며 ”지금 인류를 가장 옥죄고 있는 가장 심각한 문제는 기후변화”라고 강조했다.

15일 오전 서울 중구 앰버서더 풀만 호텔에서 한국경영혁신중소기업협회(메인비즈협회)가 개최한 제127회 굿모닝CEO학습 ‘생태적 전환: 기후 및 생물다양성 위기’ 강연 중 한 장면. (출처: 메인비즈협회 유튜브 캡쳐) ⓒ천지일보 2023.11.15.
15일 오전 서울 중구 앰버서더 풀만 호텔에서 한국경영혁신중소기업협회(메인비즈협회)가 개최한 제127회 굿모닝CEO학습 ‘생태적 전환: 기후 및 생물다양성 위기’ 강연 중 한 장면. (출처: 메인비즈협회 유튜브 캡쳐) ⓒ천지일보 2023.11.15.

최 교수는 기후위기 대응 국제기구인 ‘국제생물다양성협약(IPCC)’에 대해 소개하며 “의장으로 일한 2년간의 경험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좌절’이었다”며 “국제연합(UN)은 왜 이렇게 무기력한가. 이사회에서 중국이 반대하면 아무것도 못 한다. 이사국 180여개국 대표들의 만장일치는 쉽지 않았다”고 소회를 밝혔다.

그는 “지난 몇 년간 기후변화의 최대 이슈는 이번 세기에 지구의 평균 온도 상승을 어떻게 하든 2도 미만으로 유지하는 것”이라며 “만약 2도 이상 상승하면 지금 우리가 가진 생물다양성의 절반 가까이 사라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 교수는 “생물학자들 95%가 생물다양성이 사라졌을 때 호모사피엔스는 생존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회성 전 IPCC 사무총장은 지난 2018년도 인천 송도에서 열린 회의에서 169개국 대표들을 대상으로 지구 평균 온도 2도에서 1.5도로 낮추는 데 합의를 이끌어냈다”며 “과학자들이 지구 평균 온도 1.5도가 올라가는 시점을 계산한 결과 2030년에서 2052년 사이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구 평균 온도는 1.2도까지 올랐으며 0.3도 오르는데 그렇게 긴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 같다. 먼 훗날이 아닌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이라며 “생물다양성 감소 원인은 기후변화이고 온도 상승보다 식량 대란이 훨씬 더 심각하다”고 언급했다.

최 교수는 “코로나19도 기후변화로 불거진 문제이지만 결국 생물다양성 악화로 생사의 갈림길에 서게 됐다.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어떻게 맺느냐가 가장 중요한 핵심 키워드가 됐다”며 생태적 전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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