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어사 대웅전 돌탑 아래에서 사람들이 봉양을 드리고 있는 모습.ⓒ천지일보DB
범어사 대웅전 돌탑 아래에서 사람들이 봉양을 드리고 있는 모습.ⓒ천지일보DB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해인사, 통도사와 함께 부산을 대표하는 고찰인 범어사를 상대로 ‘개혁’을 외치는 불자들의 목소리가 나와 파문이 예상된다. 불자들은 신뢰와 존경받는 주지를 임명하고 사찰 재정 투명성을 높이라고 촉구했다. 

14일 불교닷컴에 따르면 ‘금정총림 범어사신도회’와 ‘부산불교총연합신도회’는 공동으로 부산지역 일간지에 전면 광고를 싣고 범어사 측에 4개 항목의 개혁을 요구했다.

이들은 ‘초심불망(初心不忘)으로 시대정신에 부합하는 불교중흥을 바라며!’라는 제목의 광고를 통해 ‘불교개혁’을 바라는 사부대중의 기대에 부흥해 줄 것을 요구했다.

신도회는 “(범어사는)불교 정화 운동의 선봉에 섰던 동산스님의 서릿발 같은 기개가 살아있는 불교개혁의 산실”이라며 “얼마 전 주지 임명을 둘러싼 내부의 불협화음으로 불자들의 걱정을 자아내게 할 뿐만 아니라 승가본연의 수행정진에 의문을 품을 정도로 불자들의 기대를 저버리고 있어 매우 안타까운 마음”이라고 했다.

범어사는 지난해 주지 교체 당시 내부 갈등이 노출됐다. 당시 범어사 주지를 맡고 있던 경선스님이 건강상의 이유로 사퇴하자, 범어사는 총무국장 보운스님을 새로운 주지로 선정했다. 이 과정에서 보운스님의 주지 취임을 반대하는 스님들이 대책위를 구성하고, 보운스님의 주지직 사퇴를 촉구하고 나서 논란이 됐다. 

전 주지였던 경선스님이 자신의 비리를 은폐하기 위해 다른 문중의 건당제자(외부제자)를 주지로 내세워 권력을 세습한다는 것이 대책위의 주장이었다. 이에 보운스님 측은 “주지 자리를 권력이라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잘못됐다”며 “종헌·종법상 적법한 절차를 거쳐 주지에 임명됐기 때문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최근에는 범어사 새 방장 선출을 두고 내홍을 빚은 것으로 알려졌다. 

신도회는 광고에서 “사찰 주지와 보직스님들의 임명 등 교계인사를 시행할 시, 불교 본연의 수행 정진에 귀감이 되며 재가 불자들의 신뢰와 존경을 받는 스님들을 모셔 주시기를 요청한다”며 “민생의 고통에 떨고 있는 불자들과 정신적 빈곤 속에 힘들어 하는 대중을 위해 불교 사상의 대중화에 적극 나서달라”고 요청했다. 또 “사찰재정의 건전성과 행정체계를 혁신하며 신뢰받는 불교의 위상을 정립하는 데 노력해달라”고 요구했다. 

범어사 관계자들은 “수일 전에 신도회와 집행부 간에 큰 마찰이 있었다”며 “광고 내용이 매우 언중유골(言中有骨)이라서 향후 범어사가 매우 걱정된다”고 우려했다. 이어 “종전까지는 승승갈등(스님과 스님 간 갈등)이었으나 자칫 스님과 신도 간의 갈등으로 비화되지 말라는 법 어디 있겠느냐”며 갈등 확대의 가능성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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