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 ‘정상운행’에 불편 無
퇴근길엔 교통혼잡 우려 커
파업 이틀, 감내 분위기지
시민 체감 파업 피로감 상당

서울교통공사 노조가 이틀간 경고파업을 예고한 9일 오전 1호선 서울역에 파업으로 인한 운행조정 안내문이 붙어 있다. 서울교통공사 노조는 9, 10일 이틀간 경고성 파업에 들어가지만 출근시간대 운행은 협약에 따라 정상적으로 이루어진다. (출처: 연합뉴스)
서울교통공사 노조가 이틀간 경고파업을 예고한 9일 오전 1호선 서울역에 파업으로 인한 운행조정 안내문이 붙어 있다. 서울교통공사 노조는 9, 10일 이틀간 경고성 파업에 들어가지만 출근시간대 운행은 협약에 따라 정상적으로 이루어진다. (출처: 연합뉴스)

[천지일보=유영선, 이한빛 기자] “(서울지하철) 파업이 진행되면 회사에 지각할 수도 있고 특히 퇴근할 때 빨리 집에 가서 자고 싶은데 쉬는 시간이 줄어들어 기분이 좋지 않습니다.”

경기도 파주에 거주 중인 이지현(26, 여)씨는 9일 오전 출근길에 1호선 서울역에서 “그분(노조)들도 나름대로 이유가 있겠지만 되도록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이같이 푸념했다.

서울지하철 1~8호선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 노동조합이 이날 오전 9시를 기점으로 파업에 들어갔다. 파업은 10일 오후 6시까지 진행된다. 당초 예고했던 총파업이 아닌 약 하루 반나절의 경고 파업만 하기로 했다. 이날 출근길은 정상 운행인 만큼 파업의 여파가 미치진 않은 분위기였다. 다만 시민들은 퇴근길과 다음날에도 이어질 혼잡한 상황을 우려하며 서울지하철 파업이 조속히 원만하게 해결됐으면 하는 바람을 나타냈다.

인천 서구에서 건설업에 종사하는 김석만(70, 남)씨는 이날 1호선 서울역에서 “교통은 생명과 같은 귀한 것인데 시민들에게 불편을 초래하면 되겠냐”면서 “노조 활동을 하는 것이 정당한 이유라면 불편을 겪어도 이해를 한다. 하지만 그런 게 아니라면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는 행동은 안 했으면 좋겠다”고 지적했다.

경기도 파주에서 서울역으로 출근하는 정재은(21, 여)씨는 “지하철이 지연되면 사람들이 한꺼번에 몰려 앉을 자리도 없고 공기도 쾌적하지 않아서 불편하다”면서도 “그분들(노조원들)도 먹고 살기 위해 하는 일이고 일부러 불편하게 하려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지 않냐”며 한숨을 쉬었다.

도봉역에서 1호선을 타고 서울역 인근 회사로 출근하는 석동근(22, 남)씨는 “회사가 탄력 근무제로 9시부터 22시까지 일하다 보니 출근할 때 사람들이 많아져서 불편하다”면서도 “예전에 철도 노조에서 파업을 진행해 오늘과 비슷한 일을 겪은 적 있어 ‘또 파업을 하는구나’ 하고 넘기는 것 같다”며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날 오전 서울지하철을 이용한 시민들은 불편을 느끼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4호선 서울역에서 만난 양모(20, 남, 서울시 노원구)씨는 “퇴근할 때는 어떻게 될지 잘 모르겠지만 출근할 때 지하철 지연 상황을 보니까 크게 불편을 느낄 정도는 아니었다”고 말했다. 이어 “인력을 감축한다는 파업 내용을 기사에서 봤는데 이런 상황들로 피해를 보는 건 시민들이니 빨리 협상이 진행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서울교통공사 노동조합 조합원들이 9일 오전 서울시청 옆 세종대로에서 총파업 출정식을 열고 님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고 있다. 서울교통공사 노조는 전날 임금·단체협약 협상이 결렬됨에 따라 이날 주간근무(오전 9시)부터 10일 야간근무(오후 6시) 전까지 파업에 들어간다. 이날 한국노총 통합노조가 경고 파업 직전에 불참을 전격 선언하면서 파업 참여 규모는 지난해보다 줄었다.  (출처: 연합뉴스)
서울교통공사 노동조합 조합원들이 9일 오전 서울시청 옆 세종대로에서 총파업 출정식을 열고 님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고 있다. 서울교통공사 노조는 전날 임금·단체협약 협상이 결렬됨에 따라 이날 주간근무(오전 9시)부터 10일 야간근무(오후 6시) 전까지 파업에 들어간다. 이날 한국노총 통합노조가 경고 파업 직전에 불참을 전격 선언하면서 파업 참여 규모는 지난해보다 줄었다. (출처: 연합뉴스)

이날 오전 9시쯤 1호선 서울역에 만난 박모(74, 여, 서울시 도봉구)씨도 “9시부터 파업한다고 했는데 파업을 한다고 느껴질 정도는 아니였다”며 “하지만 9시 이후 회사로 출근하는 사람들이나 이동하는 사람들이 불편을 겪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파업하면 불편을 겪고 피해를 입는 것은 시민들이기 때문에 되도록 안 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2호선 시청역에서 만난 원모(55, 남, 경기도 분당구)씨는 “출근할 때는 파업의 분위기를 전혀 느끼지 못했다”면서도 “퇴근길에는 많이 복잡할 거 같아서 버스를 타려고 한다”고 말했다. 구로디지털단지역에서 시청역으로 출근하는 최양락(32, 남)씨는 “오늘은 파업이 9시부터 시작돼 평소와 비슷했던 것 같다”며 “내일은 출근길에 많이 혼잡할 거 같아 일찍 출발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파업이 이틀간 진행돼 불편함이 있더라도 감수하려고 한다. 노사 양측간 협상이 잘 돼 시민들의 불편함이 지속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앞서 서울교통공사 노사 양측은 지난 9월 25일 시민 불편을 줄이기 위해 파업 중에도 지하철 운행에 필요한 최소 인력은 유지한다는 내용의 협정을 맺은 바 있다. 다만 서울교통공사 측은 “출근 시간 이외에는 1~8호선 열차 운행률이 평소보다 낮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1~8호선 모두 평시 대비 운행률이 87%까지 내려갈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는 시내버스를 추가 투입할 예정이지만 시민 불편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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