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서방 집권당이 재집권할지
친중 국민당이 심판할지 관심
여당 “대만, 민주진영 방파제”
‘우크라 길 답습 가능성’ 우려
‘하나의 중국’ 中 역린 건드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 차이잉원 대만 총통. (출처: 뉴시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 차이잉원 대만 총통. (출처: 뉴시스)

[천지일보=최혜인 기자] 내년 1월 대만(Taiwan) 입법위원(한국의 국회의원)과 함께 총통(대통령)을 뽑는 총통선거가 불과 60여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친일·친서방인 집권 민주진보당(민진당)이 친중·반서방인 국민당 등 야당에 맞서 재선에 성공할지 관심이 쏠린다.

민진당 정부는 연일 서방과 일본에 “대만은 우크라이나와 같은 민주주의의 방파제”라며 2027년 중국의 대만 침공설을 기정사실화하면서 범민주주의 국가 진영의 결속 차원에서 반중독립을 촉구하고 있는 반면, 싱가포르 등 범 중국권 정치지도자는 중국 침략설이 객관적인 전망이 아니라는 입장을 표명했다.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은 8일(현지시간) 수도 타이베이시에서 열린 ‘2023 타이베이 안보대화’라는 국제회의에 참석, 인도 태평양 지역과 지구촌의 안보가 대만의 안보와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고 밝혔다. 대만 국책연구소인 국방안전연구원이 주최한 이날 회의는 미국과 영국, 일본 등 10개국 이상에서 학자와 전문가들이 모여 세계 질서와 민주주의에 대한 중국의 도전에 대해 함께 논의하는 자리였다.

차이잉원 총통은 이날 회의 축사에서 “대만은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서 지역 평화와 안정을 계속 지키는 것은 물론 이해관계가 있는 각 방면과의 관계를 넓혀 심화시키고 싶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최근의 큰 군사적 충돌이나 전대미문의 감염증 유행 등, 지구촌 안보와 안정이 파괴돼 세계 질서에도 위협이 엄습하고 있다”며 최근 지구촌이 극히 불안정한 시대에 있다는 점을 환기했다.

특히 “어려워지는 안보에 대한 도전에 직면, 평화를 당연한 것으로 볼 수 없게 돼 있는 게 분명하다”고 강조하면서 “이 시점에서 지구촌 질서가 파괴되지 않도록 민주주의의 가치관을 단호하게 지켜야 한다”고 덧붙였다.

◆중국 맞서 민주주의 내세우는 대만

같은 시각 대만의 주일대사에 해당하는 타이베이 주일경제문화대표처의 셰창팅(謝長廷) 대표는 이날 강연에서 “대만은 민주진영의 방파제로, 민주국가가 결속하지 못해 대만 침공을 멈출 수 없었다”라며 일본과의 제휴의 중요성을 호소했다. 또 “대만에 대한 중국의 최종 목적은 대만을 거점으로 지구촌 해상 영향력을 확대하는 것이기 때문에, 주변 민주진영은 강한 결속의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고 거듭 일본의 역할을 강조했다.

그는 일본이 아시아에서 유일한 G7 회원국이기 때문에 ‘아시아를 지키는 것은 일본의 책무’라며 일본의 리더십에 강한 기대를 표명했다. 내년 초 실시되는 대만 총통 선거에서 집권여당 총통 후보로 확정된 라이칭더(賴淸德) 부총통도 이날 행사에 영상 축사를 보내 “대만은 앞으로도 자유와 민주주의의 정치 체제를 유지할 것”이라고 표명했다.

이날 미국 측 인사도 화상으로 회의에 참석했다. 바로 이날 대회 기조 강연에 나선 미셸 플러노이(Michele Flournoy) 전 미 국방부 국방정책 차관이다.

차이잉원 대만 총통(왼쪽)이 5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시미밸리의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도서관에서 미국 의전서열 3위인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과 회담하고 있다. 지난달 29일부터 9박 10일 일정으로 중앙아메리카 2개국인 과테말라와 벨리즈를 순방한 차이 총통은 이날 귀국길에 캘리포니아에 들렀다. (출처: 연합뉴스)
차이잉원 대만 총통(왼쪽)이 5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시미밸리의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도서관에서 미국 의전서열 3위인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과 회담하고 있다. 지난달 29일부터 9박 10일 일정으로 중앙아메리카 2개국인 과테말라와 벨리즈를 순방한 차이 총통은 이날 귀국길에 캘리포니아에 들렀다. (출처: 연합뉴스)

바이든 정부의 첫 여성 국방장관으로 하마평에 올랐던 플러노이 전 차관은 지난해 3월 초 마이크 멀린 전 미군 합참의장 등과 함께 대만을 방문했었다. 당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기로, 미국 정부의 대만 방위 공약 이행 의지를 확인시키려는 취지로 해석됐다.

플러노이 전 차관은 지난 2020년 “중국이 도발한다면 사흘 내로 중국의 해군력을 제거할 수 있어야 한다”는 강경한 주장을 펼쳤었다. 그러나 그의 대중 강경론은 객관성을 인정받지 못했다. 플러노이 전 차관이 바이든 내각의 첫 여성 국방장관이 되지 못한 이유 중 가장 큰 게 방위산업체와 지나치게 가까웠기 때문이다.

◆대중 강경론에 회의적인 범중화권

반면 범중화권에서는 이런 대중 강경론에 희의적이다.

싱가포르의 리셴룽(李显龙) 총리는 8일(싱가포르 현지시간) 미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중국과 대만의 충돌이 임박하고 있다는 견해에 대해 “중국이 오랫동안 자국 영토로 간주해 온 대만을 통일시키기 위해 함부로 호전적인 방책을 꺼낼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밝혔다.

리 총리는 “중국은 대만이 ‘하나의 중국’의 일부가 되기를 바란다’고 했지만 어떻게 그것을 실현시킬 것인지에 대해서는 아직 확신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중국 정부가 도발을 받지 않는 한 어느날 갑자기 중국이 무력으로 대규모 대만 통일 작전을 결행하는 모습을 지구촌에 보여주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본에서도 설령 서방의 주장대로 중국이 대만을 무력 침공하더라도 서방과 일본의 힘으로 궁극적으로 이를 막을 수 없다면 3차 대전을 의미하는 전쟁에 일본 정부가 절대 못 나선다는 시각이 비등하다. 이미 일본을 포함한 국제사회가 대만이 아닌 중국을 공식 국가로 인정한 데다 중국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이라는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일본 내에서는 “중국 공산당보다 대만이 친일적이므로 더 좋지만, 일본은 이미 중국을 선택했다”며 양안(兩岸, 중국과 대만) 관계에 일본의 군사적 개입이 쉽지 않다는 점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심지어 “차이잉원 총통이 미 패권에 복무하기 위해 국민을 제물로 바친 우크라이나의 잘못을 또 한 번 답습하는 점을 일본도 잘 알아야 한다”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하나의 중국’ 둘러싼 진영 갈등

지난 1949년 중국 공산당과의 내전에서 패한 장개석이 이끄는 국민당군이 대만으로 이주한 후 중화인민공화국 중앙정부와 섬 지방 사이의 공식적인 관계는 중단됐다. 양안 간 비즈니스와 비공식접촉은 1980년대 후반에 재개됐다.

[타이베이=AP/뉴시스] 4일 대만 타이베이의 한 미용실에서 머리를 손질하는 고객이 중국과 대만 사이의 최근 긴장 상태에 대한 뉴스 보도를 보고 있다. 대만은 중국 해군이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방문에 대한 보복으로 대만 근교에서 포격을 가함에 따라 이날 항공기 운항을 취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2022.08.04.
[타이베이=AP/뉴시스] 4일 대만 타이베이의 한 미용실에서 머리를 손질하는 고객이 중국과 대만 사이의 최근 긴장 상태에 대한 뉴스 보도를 보고 있다. 대만은 중국 해군이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방문에 대한 보복으로 대만 근교에서 포격을 가함에 따라 이날 항공기 운항을 취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2022.08.04.

당사자들은 1990년대 초부터 비정부기구인 ‘대만해협 관계 발전을 위한 베이징 협회’와 ‘타이베이 양안 교류 재단’을 통해 접촉하기 시작했다. 이후 관광은 물론 반도체·전자제품 공급망 등에서 양안 간 협력이 커졌고, 미국과 일본은 대만의 중국화에 본격 제동을 걸 계기를 찾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지난해 8월 초 당시 미국 하원의장이던 낸시 펠로시가 대만을 방문한 이후 대만 주변 상황이 크게 변화됐다. 대만을 한 지방으로 간주하는 중국은 이를 미국이 대만 분리주의를 지원하는 움직임으로 간주했다. 예상된 대로 중국은 펠로시 의장의 방문을 비난하고 대규모 군사 훈련까지 벌였다. 이후 미국과 유럽 등 서방 언론들은 “중국이 대만을 침공할 것”이라는 주장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2027년이 디데이’라는 구체적인 주장까지 나왔다.

중국은 대만이 자신의 일부라 하더라도 함부로 이 지역에서 군사행동을 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거듭 밝혀왔기 때문에, 다른 나라도 이를 존중해 달라는 입장이다.

중국은 대만 지역에서 군사행동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대만의 독립선언 ▲대만에 대한 외세의 군사적 위협 ▲대만에서 통제 불가능한 정치적 혼란 발생 등 3가지를 내세워 ‘하나의 중국’을 인정해 달라고 국제사회에 촉구하고 있다. 대만이 친서방 노선을 밟아간다면 정치적 혼란 발생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군사행동에 나설 수 있다는 압박이기도 한 셈이다.

이에 이번 총선에 집권하는 당이 친중·반서방이냐 친일·친서방이냐에 따라 양안 갈등을 둘러싼 갈등이 증폭될지 긴장도가 사그라들 수 있을지가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중요한 향방이 결정될 대만 총통 선거는 내년 1월 13일 입법위원 선거와 함께 치러진다. 여당인 민진당은 라이칭더 현 대만 부총통이 다음 총통 선거 후보로 나선다. 차이잉원 현 총통은 3연임이 금지돼 있어 내년 총통 선거에 출마할 수 없다.

중국 첫 국산 항공모함 산둥이 대만섬 주변 해역과 서태평양에서 항모전단을 편성해 1개월 동안 전투태세 훈련을 실시하고 하이난도 모항에 귀환했다고 중국군 남부전구가 10일 발표했다. (출처: 남부전구 웨이보 캡처)
중국 첫 국산 항공모함 산둥이 대만섬 주변 해역과 서태평양에서 항모전단을 편성해 1개월 동안 전투태세 훈련을 실시하고 하이난도 모항에 귀환했다고 중국군 남부전구가 10일 발표했다. (출처: 남부전구 웨이보 캡처)
중국군 대만포위 훈련. (출처: 중국 CCTV)
중국군 대만포위 훈련. (출처: 중국 CC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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