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6월 이후 처음 발동
외국인 2차전지주 등 순매수
내년 하반기, 변동성 나타날 듯
“금지 조치, 생각보다 영향↓”
MSCI 지수 편입도 미지수

3일 한국거래소 공매도 종합상황실 (제공: 한국거래소) ⓒ천지일보 2021.5.3
3일 한국거래소 공매도 종합상황실 (제공: 한국거래소) ⓒ천지일보 2021.5.3

[천지일보=김누리 기자] 금융당국이 내년 상반기까지 공매도를 전면 금지하기로 하면서 국내 증시가 과열되는 양상을 보였다. 특히 공매도 잔액이 많은 2차전지 관련 종목의 경우, 코스닥 시장에서 3년 5개월 만에 변동성 완화 조치인 ‘사이드카’가 발동되기도 했다.

공매도 거래가 많았던 종목들이 이번 조치로 주가지수가 오를 수 있다는 기대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중장기적으로 외국인 증시 이탈 가능성이 점쳐지는 데다, 과거 사례를 보면 공매도 전면 금지가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1.99% 오른 2415.37에 개장해 12거래일 만에 2400선을 회복했다. 코스피는 이날 장 마감 기준 2502.37을 기록하며 상승세를 이어갔다. 외국인이 7042억원을 순매수하며 지수를 끌어올렸다. 개인과 기관의 경우 각각 8954억원을 순매도, 1822억원을 순매수했다.

이 중 삼성전자와 LG에너지솔루션, 에코프로비엠, 에코프로 등 시가총액 상위주가 모두 올랐다. LG에너지솔루션, POSCO홀딩스, 포스코퓨처엠 등 공매도 잔고가 많은 2차전지 종목도 주가가 급등했다.

공매도 투자자가 주가 상승으로 인한 손실을 막기 위해 주식을 사들이는 쇼트 커버링 등으로 매수세가 집중된 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코스닥도 주가지수가 급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코스닥은 이날 장 마감 기준 839.45를 기록했다. 이는 전장 대비 7.34% 오른 규모다.

이 중 2차전지 대장주로 불리는 에코프로비엠과 에코프로는 30%, 29.98% 오른 29만 9천원, 82만 8천원에 각각 거래됐다. 이들 종목은 지난 1일 기준 시총 대비 공매도 잔고 비중 3위(6.35%), 13위(5.25%)를 차지한 바 있다. 같은 기간 포스코DX(27.00%, 6만 3500원), 엘앤에프(25.30%, 18만 7700원)도 급등했다.

코스닥지수의 상승세 역시 외국인의 순매수 영향을 받았다. 이날 장 마감 기준 외국인은 코스닥을 4717억원 사들였다. 개인과 기관은 각각 4880억원, 59억원 매도했다.

코스닥 상위 종목의 주가가 급등하면서 한국거래소는 지난 2020년 6월 16일 이후 처음으로 코스닥 시장 프로그램 매수호가의 효력을 정지시키는 사이드카 조치를 발동하기도 했다.

증권가에선 국내 증시가 반등하면서 기존 공매도 물량의 숏커버링이 발생해 단기 수급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공매도 거래 비중이 컸던 종목을 중심으로 수급이 개선될 것으로 전망했다.

숏커버링 효과로 공매도의 선행 지표라고 할 수 있는 대차거래 규모도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대차거래는 주식을 빌리는 거래를 의미한다. 국내에서는 무차입 공매도가 금지돼 있어 주식을 빌려 매도한 뒤 재매입해 갚는 공매도를 위해 대차거래를 필수적으로 거쳐야 한다.

대차거래가 ETF 설정과 환매 등을 위한 주식 대여나 결제 목적의 증권 차입 등 다양한 목적으로도 진행되고 있지만, 공매도 전면 금지로 인해 차입 목적의 대차거래가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장기적으로 외국인이 증시를 이탈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삼성증권의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20년 3월 16일∼6월 12일 공매도 금지가 진행된 기간 개인 투자자는 국내 시장에서 순매수했지만, 외국인 투자자는 순매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증권은 “일반적으로 공매도의 주요 주체로 외국인 투자자를 지목하지만, 외국인 투자자들에게서는 공매도 금지 기간 공매도의 숏커버링 흔적보다 국내 주식에 대한 지속적인 매도 압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면서도 “개인 투자자의 공세적인 주식 매수가 코로나19 사태에서 국내 주식시장의 반등을 주도했다”고 말했다.

내년 하반기 공매도 정상화 등의 영향으로 증권시장 내 변동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김대종 세종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공매도 금지 조치 영향으로 그간 공매도를 했던 투자자들이 주식을 사들이고 있다”며 “이에 따라 주식이 크게 오를 것으로 보이지만, 내년 6월 이후부터 변동성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특히 내년 7월경 공매도가 정상화될 수 있고, 같은 해 8월 미국이 기준금리를 내리겠다고 밝힌 만큼 서로 연계돼 주가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며 “우리나라는 공매도가 많은 나라에 포함된 만큼, 공매도 전면 금지 조치 여파가 상당히 영향력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매도 금지 조치로 인한 영향이 미비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과거 사례를 보면 코스피, 코스닥지수 등 주가지수가 상승하기보다 하락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강송철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과거 세 차례의 공매도 금지 기간 전후의 지수 흐름을 분석한 결과 주가 반등을 공매도 금지 영향으로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공매도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일어났던 2008년 10월 1일부터 2009년 5월 31일까지, 유럽 재정위기 영향으로 2011년 8월 10일부터 그해 11월 9일까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2020년 3월 13일부터 2021년 4월 30일까지 세 차례 금지된 바 있다.

이후 지난 5일 정부는 임시 금융위원회를 열고 내년 상반기까지 공매도를 전면 금지하는 내용을 담은 ‘증권시장 공매도 금지조치’ 안을 의결했다. 정부는 이번 조치가 진행되는 동안 공매도 거래조건의 ‘기울어진 운동장’을 해소하는 방안과 무차입 공매도 방지 방안 등 제도 개선방안을 추진할 예정이다.

강 연구원은 “코스피는 2020년 3월 공매도 금지 조치 이후 1개월, 3개월 뒤 각각 5%, 23% 반등했고 공매도 금지가 해제된 2021년 4월 말까지 78% 반등했다”면서도 “당시는 코로나19에 따른 금융 시장 및 실물 경제 급락에 대응해 중앙은행과 정부가 대규모 부양책을 내놓았던 시기여서 주가 반등을 공매도 금지 영향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분석했다.

또 “2008년 금융위기 당시에는 지수가 공매도 금지 이후에도 1개월, 3개월 뒤 각각 20% 이상 추가 하락했다”며 “공매도 금지 조치는 외국인 자금 이탈 등 다른 부작용을 야기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강 연구원은 이어 “공매도 급증 이후 시장 반등 구간에서 공매도 누적이 가장 많았던 종목의 주가 상승률은 항상 시장보다 높진 않았다”며 “공매도 누적이 많은 종목의 쇼트 커버(공매도 후 포지션 청산을 위한 주식 재매입)보다 시장 안정 가능성에 더 집중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번 정부의 공매도 금지 조치로 당분간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지수 편입 가능성은 작아질 전망이다. MSCI 지수는 외국계 투자자들의 주식·채권 투자에 영향을 미치는데, 편입 기준 중 하나로 공매도 확대를 들고 있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