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법인관리법을 두고 조계종과 갈등을 겪고 있는 재단법인 선학원 전경. ⓒ천지일보(뉴스천지)
조계종 “정관 개정은 무효”
‘정관 개정 원인 무효’ 소송 제기
“소송보다는 협상 우선 하겠다”
선학원 찾기 교구호법단 구성

선학원 “사법적 대상 아니다”
“애초부터 종단 구성원 아니다”
“소송인 줄 모르고 위임장 써줘”
일부 분원장, 소송 취하서 제출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법인관리법으로 갈등을 빚고 있는 조계종과 선학원이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결국 법정 다툼을 벌이게 됐다. 조계종 선학원정상화추진위원장 법등스님은 “그동안 진심을 담아 대화로 이 문제를 풀기 위해 노력했지만 어쩔 수 없이 소송을 제기하게 됐다”며 “그러나 (대화의) 계기가 마련된다면 언제든 협상을 우선에 두겠다”고 밝혔다. 재단법인 선학원은 지난 2013년 4월 이사회 결의로 정관에서 ‘조계종 종지종풍을 봉대한다’는 조항을 삭제해 조계종 측과 큰 마찰을 빚고 있다.

법등스님은 최근 서울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선학원과의 소송 배경을 설명했다. 스님은 “조계종단이 과거 재단법인의 특수성을 이해하지 못하고 무리하게 요구를 한 것도 사실”이라며 “대화로 문제를 풀어보려 했으나 진척이 없었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법등, 탈종단화 경계… “정관개정 무효”

법등스님은 선학원이 사실상 탈종을 선언하고 홀로서기에 나선 행동을 경계했다. 스님은 “선학원 이사회가 홀로서기나 탈종단화를 진행하지 않겠다는 의사만 밝혀도 더 기다리고 대화에 나설 수 있다”며 “이 같은 제안에도 전혀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선학원은 현 집행부(총무원장 자승스님)가 아닌 다음(차기) 집행부와 대화로 풀겠다는 의사를 내비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스님은 “이 문제에 손을 놓을 수는 없다. 그래서 법적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겠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선학원은 지난 2013년 3월 법인관리법이 제정되자 한 달 만인 4월에 정관을 개정했다. ‘조계종 종지종풍 을 봉대한다’는 조항을 삭제한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소송 배경을 설명했다. 조계종은 선학원을 상대로 ‘정관 개정이 원인 무효’라는 취지의 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선학원 이사와 분원장들을 수차례 만난 법등스님은 “조계종이 사찰을 빼앗으려 한다고 믿고 있더라”며 답답함을 드러냈다. 스님은 선학원 분원장들이 협조하고 동의할 경우 권리제한을 유예하겠다고 밝혔다. 최근 조계종 총무부는 선학원 정상화 노력에 협조하고 동의하는 선학원 분원의 창건주 및 분원장과 도제에 대해서는 권리제한을 유예하겠다고 공고한 바 있다.

스님은 “소송을 제기했지만 협상은 계속할 것이다. 소송보다는 협상을 우선하겠다”는 뜻도 전했다.

◆선학원, 법정소송 적극 대응 방침

선학원은 조계종의 소송 계획에 적극 대응한다는 방침을 세워 물러설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선학원은 지난 10일 서울 부암동 AW컨벤션센터에서 이사회를 열고 조계종이 제기한 ‘정관변경가처분소송’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이 자리에는 이사와 감사뿐 아니라 자문 변호사도 함께했다. 현재 조계종 측에 소송을 위임한 분원장은 40여명이며, 위임하지 않은 분원장은 10여명으로 알려졌다.

선학원 사무처 관계자는 이사회에서 “소송의 당사자로 참여한 선학원 창건주와 분원장들 대다수가 재단을 상대로 한 소송인 줄 모른 상태에서 위임장을 써준 것으로 파악됐다”고 보고했다. 일부 분원장들은 법원에 소송 취하서를 제출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첫 심리가 16일 열릴 예정인 가운데 조계종과 선학원 측이 신청 당사자 문제를 두고 법정 공방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선학원 기관지 ‘불교저널’에 따르면 선학원 측은 ‘종지종통 봉대’라는 조항이 과연 사법적 심사의 대상이 될 수 있느냐에 대해 강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종단의 종지종통은 종교적, 신앙적, 교리적인 사항이고 국민의 권리의무에 관한 사항이 아니므로 사법심사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들은 조계종 측에서 ‘선학원이 탈종을 하고 새로운 종단을 창설하려고 한다’는 주장에 대해 “선학원은 애초부터 조계종의 구성원이 아니었으므로 새삼스럽게 탈종한다는 주장이 성립될 수 없다”고 밝혔다.

그 근거로 조계종이 선학원 설립을 위한 재산 출연과 관련한 자료를 문제 삼았다. 조계종이 선학원에 대한 출연자가 수덕사·직지사·도리사·김룡사·범어사(5개 사찰) 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불교저널은 일제 당시 발간된 ‘선원’ 4호 기사에는 “재산출연자는 이들(5개) 사찰이 아니라 송만공스님 외 17인의 개인”이라는 점을 지적했다.

불교저널은 “당시 사찰령과 사찰령 시행 세칙에 의하면 사찰재산의 이동은 조선총독부의 허가사항”이라며 “그런데 당시 이들 사찰의 재산이 총독부 허가를 얻어 선학원에 출연한 사실 자체가 없다”고 꼬집었다.

◆조계종, 교구호법단 구성 ‘절뺏기 대비?’

이날 조계종 호법부는 전국 24개 교구본사 호법국장을 불러 모아 종단 법통수호와 선학원 제자리 찾기를 위한 ‘교구연합호법단’을 구성했다. 선학원 측이 사찰점거를 시도할 수 있다는 전제하에 ‘교구연합호법단’을 만들고 세부적인 행동지침까지 준비했다. 교구호법단은 총무원 호법부와 24개 본사 호법국장과 교구호법단 10명으로 구성했다. 호법단장은 총무원 호법부장이 맡았다.

호법부장 세영스님은 “선학원이 종법을 준수하지 않는 것은 국민이 법을 지키지 않는 것과 같다”고 비판했다. 이어 호법단 구성에 대해 “선의의 피해자를 막기 위해서다. 물리적 충돌이 발생할 경우 즉각적인 대응체계를 갖추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호법단은 사찰 불법점거 상황 발생 시 행동지침도 자세히 제시했다. 지침에 따르면 소송에 참여한 선학원 분원과 분원장은 교구본사 호법국장과 호법부에 연락 후 관할파출소 및 경찰서(112)에 신고한다. 이후 동원 가능한 신도에게 연락해 1차적으로 제지하며, 점거세력에 사찰을 비워주지 말 것 등을 주문했다. 이밖에도 자세한 행동 요령까지 설명하고 있다.

법인법 문제로 갈라선 조계종과 선학원이 이번 법정 소송에서 첨예한 법리 논쟁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 가운데 향후 양측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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