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물가 오름세가 주춤하고 있지만 농산물 가격과 외식 물가는 여전히 높은 추세다. 5일 통계청에 따르면 9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08.93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5.6% 상승했다. 외식물가 상승률은 9%로 30년만에 가장 높았고, 농산물 가운데 배추와 무는 1년 전과 비교해 90% 넘게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이날 점심시간 서울 중구 명동의 한 식당 가격표 모습. ⓒ천지일보 2022.10.05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물가 오름세가 주춤하고 있지만 농산물 가격과 외식 물가는 여전히 높은 추세다. 5일 통계청에 따르면 9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08.93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5.6% 상승했다. 외식물가 상승률은 9%로 30년만에 가장 높았고, 농산물 가운데 배추와 무는 1년 전과 비교해 90% 넘게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이날 점심시간 서울 중구 명동의 한 식당 가격표 모습. ⓒ천지일보 2022.10.05

[천지일보=황해연 기자] 최근 각종 먹거리 가격 인상과 더불어 이스라엘-하마스 사태 등 대내외적 ‘경제 침체 상황’이 이어지면서 정부는 간담회 명목으로 업계들을 불러 가격 인상 자제를 요청했으나 이 압박에 이기지 못한 업계가 가격을 올리는 것 대신 양 줄이기에 나섰다. 그만큼 업계의 현실이 어렵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물가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정부는 올해 4번이나 업계들과의 간담회를 통해 협조를 요청했으나 사실상 ‘가격을 올리지 말라’고 압박한 모양새다.

정부는 물가 안정 확립을 위해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을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다고는 하나 농축산물 할인 판매, 가격 점검 등 외에는 아직까지 제대로 된 방안을 내놓지 못하면서 관련 업계에만 지속적으로 협조를 요청해 원가 절감을 통한 가격 인상 요인을 최대한 흡수해 달라고만 하고 있다.

시장에 직접 개입하면서까지 압박을 주는 정부의 이런 방법에 대해 ‘과도하다’는 비난도 일고 있다. 심지어 몇 번이나 계속되는 정부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최근 가격 인상이 이뤄지는 것을 보면 업계의 제품 가격 통제를 통한 물가 안정 방안이 한계점에 다다른 것으로도 보인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여러 상황이 맞물리면서 경기 침체가 심각해진 상황이지만 어찌 보면 정부가 물가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한 책임을 기업에게 떠넘기는 것으로도 보인다”며 “모든 것이 오른 상황에서 판매가를 인상하는 게 맞지만 정부의 물가 안정 메시지가 너무 강력한 탓에 가격은 올리지 못하고 부담만 느끼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에 업계는 가격은 동일하게 유지하면서 용량을 줄이는 등 가격 인상 효과를 누리고자 하고 있다. ‘꼼수’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가격을 올리지 못하는 지금 내부적으로 감내할 수 있는 부분도 한계가 있어 원가 부담을 조금이라도 방어할 수 있는 방식을 택한 것이다.

동원F&B는 국내 조미김 시장 1위 제품인 ‘양반김’ 2종의 가격은 그대로 두고 5g에서 4.5g으로 중량을 줄였다. ‘동원참치 라이트스탠다드’ 중량도 100g에서 90g으로 낮췄다. 해태제과는 ‘고향만두’ 2종에 대해 고향김치만두는 450g에서 378g으로, 고향만두는 415g에서 378g으로 조정했다.

오리온의 핫 브레이크는 50g에서 45g으로, 농심의 양파링은 84g에서 80g으로, 오징어칩은 83g에서 78g으로, 서울우유의 비요뜨는 143g에서 138g으로 용량이 낮춰졌다.

롯데칠성음료도 델몬트 오렌지·포도 주스 용량은 그대로 두고 과즙 함량을 100%에서 80%로 줄였다. 오비맥주는 카스 맥주 묶음 팩(번들) 제품 용량을 1캔당 375㎖에서 370㎖로 조정한 바 있다.

실제 국내 식품업체 등을 대상으로 올해 상반기 경영상 애로사항을 조사한 한 결과에 따르면 원자재 구매 가격 상승으로 인한 어려움이 5점 척도를 기준해 3.97점으로 가장 높게 집계됐고 이로 인한 제품의 출고 가격 상승이 3.71점으로 뒤를 이었다.

식품업계가 원재료 구매 가격 인상과 이로 인한 제품 출고가 인상에 가장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식품업계가 얼마나 속앓이하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더 나아가 정부는 국민도 함께 허리띠를 졸라매자고 밝히기도 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지난 7일 국회 경제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지난 몇 년 동안에 400조원 이상의 부채가 늘어나면서 국가 부채가 지금 (GDP 대비) 50%에 달하고 있다”며 “우리는 결국 재정이나 금융 측면에서 확장적 정책을 쓸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정부나 우리 국민이 좀 더 허리띠를 졸라매면서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해 지속 가능한 성장이 되도록 정책을 방향을 끌고 가는 것이 옳다”고 말했다.

과도한 기업 압박도 모자라 국민에게까지 허리띠를 졸라매자고 권하고 있는 모양새다. 정부는 민생에 집중하겠다고 다짐한 만큼 어려운 나라 상황의 책임을 더 이상 기업과 국민에게 전가할 생각하지 말고 실효성 있는 진단과 그에 따른 대안을 내놔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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