넉 달 만에 생산·소비·투자↑
4대 생산, 두 달 연속 늘어
반도체 생산 두 자릿수 회복
소매판매, 전년 대비 1.9%↓
수출 부진에 투자 5.7% 줄어
정부, 4분기 경기 개선 전망
전문가 “소비·투자 회복 미비”

부산항. ⓒ천지일보DB
부산항. ⓒ천지일보DB

[천지일보=김누리 기자] 한국 경제의 주동력인 반도체 경기가 회복되면서 9월 산업생산과 소비, 투자가 일제히 늘었다. 산업활동을 보여주는 3가지 지표가 모두 늘어난 것은 4개월 만이다.

최근 3개월 산업지표가 회복되는 모습을 보이는 가운데 정부는 11월 수출이 증가로 전환하고 4분기에도 개선 흐름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최근의 흐름만을 놓고 낙관적으로 보기엔 이르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7~8월에 비해 9월 산업지표가 좋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수출이 살아나지 못하고 있고 소비·투자 측면에서도 회복세가 더디다는 이유에서다.

◆생산, 30개월 만에 최대 증가

통계청은 31일 ‘산업활동동향’을 통해 9월 전산업 생산(계절조정·농림어업 제외) 지수가 113.1(2020년=100)로 전월보다 1.1% 증가했다고 밝혔다. 2021년 2월(2.3%) 이후 최대치다.

한국 경제 전체 산업의 생산활동 동향을 월 단위로 보여주는 전산업 생산은 지난 7월(-0.8%) 일시적 요인으로 감소세를 보인 후 지난 8월(2.0%) 상승 전환해 두 달 연속 증가세를 기록했다.

생산의 양대 축인 광공업과 서비스업 생산을 비롯해 건설업, 공공행정 생산까지 모두 두 달 연속 늘었다. 4대 생산 부문이 두 달 연속 늘어난 것은 2016년 3월 이후 90개월 만이다.

광공업 생산은 한 달 전보다 1.8% 증가했다. 광공업 생산은 지난해 1월 이후 처음으로 두 달 연속 증가하는 흐름을 보여 회복세가 두드러졌다.

이 중 이중 제조업 생산이 1.9% 늘면서 전반적인 생산 증가를 이끌었다. 지난 8월 13.5% 증가했던 반도체 생산은 9월에도 12.9% 늘어 두 달 연속 증가를 기록했다. 특히 반도체 생산이 두 달 연속 두 자릿수를 보인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른 전년 기저효과가 나타난 2009년 1~2월 이후 14년 7개월 만이다.

반도체 생산은 작년 동월 대비로도 23.7% 증가했다. 지난해 6월(24.9%) 이후 가장 크게 늘었다. 그간 반도체 생산은 고물가·고금리 등에 따른 전 세계 경기 둔화로 부진한 모습을 이어왔다. 지난 2월에는 전년 동월 대비 기준 41.7% 줄어 2008년 12월(-47.2%) 이후 최대로 감소하기도 했다.

반도체 생산이 늘어난 가운데 수출 출하 물량도 증가하면서 재고가 감소했다. 반도체 수출 출하는 한 달 전보다 69.4% 늘어 2000년 통계 작성 이래 최대 증가를 기록했다. 반면 반도체 재고는 6.7% 줄었다.

이외에도 기계장비(5.1%)와 석유정제(14.6%)는 증가하고 자동차(-7.5%), 의약품(-13.1%), 1차 금속(-4.8%)은 감소했다.

9월 서비스업 생산은 전월 대비 0.4% 증가했고, 건설업과 공공행정은 각각 2.5%, 2.3% 늘었다.

김보경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광공업과 제조업이 전반적으로 회복 흐름을 보이고 있다”며 “기저효과를 감안하더라도 3분기 들어 회복세가 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소비·투자, 1년 전에 비하면 여전히 ‘마이너스’

소비와 투자 지표는 비교적 견조한 모습을 보였다. 백화점, 대형마트, 슈퍼마켓, 전문소매점 등의 매월 판매금액을 조사해 집계된 소매 판매는 한 달 전보다 0.2% 늘었다. 추석 연휴에 따라 음식료품과 화장품 등의 판매액이 늘어난 데 기인했다.

소매 판매는 7월(-3.2%)과 8월(-0.3%) 두 달 연속으로 감소하다가 3개월 만에 증가 전환했다. 다만 작년 의복 등 준내구재(-7.9%)와 가전제품 등 내구재(-2.9%)의 판매가 줄면서 전년 동월 대비로는 1.9% 감소했다.

이승한 기획재정부 경제분석과장은 “소비가 다른 부문에 비해 힘이 떨어진 건 사실이지만 위축되고 있다고 보긴 어렵다”며 “계절조정을 제외하면 소비가 4.5% 증가했는데 재화소비가 서비스 소비로 넘어가고 고물가·고금리가 시차를 두고 작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설비투자는 전월 대비 8.7% 늘어 지난해 8월(8.9%) 이후 1년 1개월 만에 최대 증가 폭을 기록했다. 특수산업용기계 등 기계류(7.3%)와 항공기 등 운송장비(12.6%) 등 투자가 늘었다. 다만 투자는 작년 동월 대비 5.7% 감소하는 모습을 보였다.

당국은 이와 관련해 수출 개선이 본격화되면 설비투자도 자연히 나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미 이뤄진 공사 실적을 나타내는 건설기성은 토목 부분이 큰 폭 개선되면서 2.5% 증가했다.

현재 경기를 나타내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99.3으로 0.1p 하락했다. 향후 경기를 예측하는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전월보다 0.1p 올랐다.

◆정부 낙관론에 전문가 “장기적으론 미비”

기재부는 산업지표의 회복세가 석 달째 확대된 것을 감안해 다음달 수출 역시 플러스로 전환하고 4분기에도 개선 흐름이 지속될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승한 과장은 “3분기에 GDP 성장률 속보치가 0.6%를 기록하면서 회복세를 확인한 데 이어 7월, 8월, 9월로 갈수록 산업활동지표 회복세가 확대되고 10월에는 수출도 플러스로 전환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승한 과장은 “다만 재화를 중심으로 한 소비 회복이 상대적으로 완만하고 건설수주 부진이 지속되고 있는 점은 유의할 필요가 있다”며 “이스라엘-하마스 사태 등 불확실성도 확대되고 있는 만큼, 정부는 대내외 리스크 요인을 철저히 모니터링하겠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4분기에는 산업지표가 개선될 것으로 전망한 가운데 최근의 흐름만을 놓고 낙관적으로 보기엔 이르다는 지적이 나왔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는 “9월 산업활동동향을 보면 7~8월에 비해 전반적으로 다 좋아진 면이 있지만 소비나 투자 측면은 여전히 좋지 않은 상황”이라며 “수출이 살아나지 못하다 보니 장기적으로 경기가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 교수는 “생산 가운데 반도체는 호전된 면이 있지만, 고용을 많이 유발하는 운송장비 부문은 감소했다”며 “특히 서비스업 생산에서 중·소상공인들로 대거 구성된 음식, 숙박, 도·소매 등 부문은 부진한 면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설비투자도 지난 몇 달 동안 계속 전년 동기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고, 건설·기계 수주도 전반적으로 안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7~8월보단 9월의 상황이 좋아지긴 했지만 반도체 생산만 좋아지고 소비·투자 측면은 여전히 안 좋은 상황”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