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시황 점진적 개선세
中수출 ‘월 110억 달러’ 수준
이·팔 전쟁에 불확실성 높아져
무역수지 부정 영향 가능성도

부산항. ⓒ천지일보DB
부산항. ⓒ천지일보DB

 [천지일보=김빛이나 기자] 전기차·이차전지 양극재 등이 우리나라 수출 동력으로 작용하는 가운데 반도체 업황도 회복 흐름이 형성되면서 이달 ‘수출 플러스’를 달성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최근 12개월간 이어진 수출 부진의 터널에서 빠져나올 수 있다는 전망이다.

다만 아직까지는 반도체·스마트폰 등 주력 제품 수출에 큰 영향을 끼치는 세계 정보통신기술(ICT) 시장 회복세가 미약한 상황이라 국면 전환이 이뤄질지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회의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29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월간 수출은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9월까지 12개월 연속 전년 동기 대비 감소세를 보였다. 지난 2018년 12월부터 2020년 1월까지 나타난 14개월 연속 수출 감소 이후 가장 긴 수출 부진 기록이다.

특히 반도체 분야와 대중국 수출 부진이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반도체 단일 품목은 우리나라 전체 수출의 약 20%를 차지할 정도로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총수출 가운데 대중국 수출 비중도 23%에 달할 정도다.

우리나라의 반도체 수출과 대중 수출은 서로 연결돼 있다. 중국은 애플 아이폰을 생산하는 등 다양한 IT 제품의 생산지이면서 동시에 거대 소비처이기 때문이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대중국 수출 가운데 반도체 비중은 지난 2012년 13.3%에서 작년 33.4%로 20%포인트나 상승했다. 반도체 단일 품목이 대중 수출의 호황과 부진 여부를 결정하게 된 셈이다.

올해 1~9월 우리나라의 전체 누적 수출은 4643억 달러로 작년 동기 대비 11.5% 감소했다. 이를 두고 한국은행은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5대 IT 품목의 수출 부진에 따른 결과라고 해석했다.

그나마 올해 수출은 신성장 동력으로 떠오르고 있는 전기차·양극재 등의 수출 증가로 부분적으로나마 메우는 식의 구조를 보였다. 결과적으로 반도체 업황 개선과 대중국 수출 회복 없이는 ‘수출 플러스’ 달성은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반도체 월 100억 달러 수출 눈앞

이러한 가운데 최근 수출 회복의 긍정적인 변화 조짐이 나타나고 있어 주목된다. 지난 9월 수출 감소율이 4.4%를 보였다. 이는 지난해 10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까지 내려온 것이다.

지난 2월 59억 7천만 달러까지 떨어졌던 반도체 수출액의 경우 수요·가격의 동반 상승 흐름을 타면서 9월 99억 4천만 달러까지 회복됐다. 100억 달러 고지 회복을 눈앞에 둔 셈이다. 반도체 시황 회복은 최근 발표된 주요 기업의 실적에서도 확인되기도 했다.

SK하이닉스는 올해 3분기 1조 8천억원에 달하는 적자를 냈다. 그러나 고대역폭 메모리(HBM) 등 고성능 제품을 중심으로 판매가 늘면서 영업손실 규모를 전 분기보다 줄였다. D램도 2개 분기 만에 흑자로 돌아섰다.

대중국 수출도 회복세를 나타내며 긍정적인 신호를 보였다. 지난 1월 92억 달러까지 떨어진 대중국 수출은 지난 9월 연중 가장 높은 110억 달러까지 기록했다. 대중국 무역수지 적자도 개선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대중국 적자는 지난 1월 39억 3천만 달러까지 올랐으나, 지난 9월 1억 4천만 달러로 감소됐다.

중간 집계 상황도 그리 나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관세청에 따르면 이달 1~20일 수출(통관 기준 잠정치)은 338억 3800만 달러를 기록하며 지난해 동기 대비 4.6% 늘었다. 일평균 수출액도 8.6%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다만 주요 품목 수출은 월말에 몰리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중간 집계와 최종 수치가 맞지 않는 경우가 있어 확정적인 것은 아니다.

정부는 10월 ‘수출 플러스’ 전환 가능성에 대한 기대를 나타내고 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6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반도체가 바닥을 확인하고 서서히 나아지는 기미를 보이고, 수출 회복세가 전반적으로 강해지는 듯한 양상”이라며 “10월 들어 현재 수출이 플러스로 돌아서고, 수출 중심 회복세가 나타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제한적 회복세’ 전망도 나와

이러한 정부의 기대와는 달리 세계 수출 환경이 제한적 회복세를 보이면서 뚜렷한 수출 증가 반전이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한국무역협회는 지난 26일 펴낸 수출입 동향 분석 자료를 통해 “2023년 4분기는 향후 장기 추세의 변곡점이 될 것”이라며 “금년 4분기 및 내년 중 월 수출액 실적에 따라 장기 추세의 상승 혹은 하락세가 결정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최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와 이스라엘 간 무력 충돌 격화 등으로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증폭됐고, 이로 인해 국제 에너지 시장의 불확실성이 고조되고 있다. 수출 회복과 별개로 이러한 문제들이 지속될 경우 우리나라 무역수지에도 영향이 있을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 전체 수입액 가운데 원유·석탄·가스 등 3대 에너지 수입액이 차지하는 비중은 20%가 넘는다. 그만큼 영향력이 큰 셈이다. 실제로 국제 에너지 가격 안정의 영향으로 우리나라의 월간 무역수지는 지난 6월부터 9월까지 4개월 연속 흑자를 나타냈다.

한편 산업부는 다음달 1일 10월 수출입 동향을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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