럼피스킨병 확산에 농가들 울분
25일 기준 38건 확진 사례 발생
중수본 확산 방지에 총력 대응
한 마리만 감염에도 전체 살처분
“몇 년 공들였는데 안타까워”

25일 인천시 강화군의 한 축산농가 입구를 방역 당국 관계자가 통제하고 있다. 이 농가는 지난 24일 소 바이러스성 질병인 '럼피스킨병' 확진 판정을 받았다. (출처: 연합뉴스)
25일 인천시 강화군의 한 축산농가 입구를 방역 당국 관계자가 통제하고 있다. 이 농가는 지난 24일 소 바이러스성 질병인 '럼피스킨병' 확진 판정을 받았다. (출처: 연합뉴스)

[천지일보=류지민 기자] 소 바이러스 질병인 ‘럼피스킨병’이 중부권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농가들의 피해도 잇따르고 있어 안타까운 소식이 들리고 있다.

충남 서산에서 소 농장을 운영하고 있는 A(60대, 남, 서산시 부석면)씨는 “처음에 이웃 농가에 진드기가 생겼다는 소식을 들었지만 설마했다”며 “100m 떨어진 농장에서 럼피스킨병에 감염됐다는 소식을 들었다. 우리 소도 살처분하란다. 소들은 아무것도 모르고 돌아다니고 있는데 보고 있으면 가슴 아파 마지막 인사도 못 하겠다”고 울분을 토했다.

A씨는 “몇 년을 공들였는데 불쌍하고 안타깝고 눈물이 난다”며 “한 마리 때문에 다 죽어야 한다니 기가 막힌다”고 말했다.

그는 또 “아! 나도 여기서 탈출하고 싶은 심정”이라며 “잠도 설치고 남편은 소 따라가고 싶다고 해서 가슴을 후벼 파는 것 같다. 우울증이나 자괴감에 빠질까 걱정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시집와서 지금까지 함께 한 소들인데 반려견보다도 더 친밀하고 날마다 마주 보며 대화도 나눴는데 가슴이 너무 아프다”고 눈물을 보였다.

럼피스킨병은 모기 등 흡혈 곤충에 의해 소만 감염되는 바이러스성 질병이다. 고열과 지름 2∼5cm 피부결절의 임상증상이 나타난다. 또한 우유 생산량이 줄고 소의 유산, 불임 등도 나타나 확산하면 농장의 경제적 피해가 크기 때문에 제1종 가축전염병으로 지정돼있다.

A씨에 따르면 소가 일단 밥을 제대로 먹지 않으면 신고가 들어가 검사를 받게 된다. 증상은 밥을 제대로 안 먹고 열이 난다. 수의사들은 만져보면 몸이 까슬하다고 한다. A씨는 “럼피스킨병의 원인인 흡혈 곤충은 소 파리라고 불리는데 땅벌보다 크고 새끼는 일반 파리 모양”이라며 “사람도 물리면 진드기 물린 것처럼 퉁퉁 부어오르고 고름이 잡힐 수 있다. 소의 피를 빨아 먹고 살기 때문에 파리를 조심하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21일 오후 소 바이러스성 질병인 럼피스킨병(Lumpy Skin Disease)이 발생한 경기도 평택시의 한 젖소 농가에서 관계자들이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21일 오후 소 바이러스성 질병인 럼피스킨병(Lumpy Skin Disease)이 발생한 경기도 평택시의 한 젖소 농가에서 관계자들이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에 따르면 럼피스킨병 발병 사례는 26일 오후 2시 기준 총 42건이다. 지난 19일 충남 서산시에서 국내 최초 발생 이후 현재까지 충남 18건, 경기 13건, 인천 4건, 충북 1건, 강원 1건, 전북 1건 등이 발생했다.

지역별 확진 사례로는 ▲경기 김포시 한우농장 109마리 ▲평택시 젖소농장 84마리 ▲화성시 한우농장 92마리 ▲화성시 젖소농장 70마리 ▲충남 서산시 한우농장 21마리 ▲당진시 한우농장 39마리 ▲충북 음성군 한우농장 9마리 ▲전북 부안군 한우농장 148마리 등이다.

중수본은 모든 가용자원을 총동원해 럼피스킨병 확산 방지에 대응하고 있다. 발생 즉시 발생농장 살처분, 일시 이동중지, 긴급 소독 등의 초동 방역 조치를 하고, 발생농장 인근 지역 긴급 백신 접종, 흡혈 곤충 방제 등을 추진하고 있다.

또한 중수본은 오는 31일까지 총 400만두분의 백신을 국내로 긴급 도입기로 했다. 우선 28일까지 127만두분을 도입하고, 잔여분 273만두분은 오는 31일까지 국내에 도입할 예정이다. 국내 백신 공급업체, 해외 백신 제조업체 등과 최종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백신이 국내로 도입되면 발생 시·군, 인근 시·군, 발생 시·도, 여타 시·도의 순으로 배분하고 11월 초까지 전국 소 농장의 백신 접종을 완료할 계획이다.

이같이 전국적인 확산 조짐을 보이자 지자체에서도 럼피스킨병 확산 방지 대책 마련에 나섰다. 내달 9~13일 개최 예정이었던 전북 정읍의 ‘제23회 전국민속 소 힘겨루기 축제’도 취소됐다.

충북 괴산군은 음성 발생 방역대 지역인 청안, 사리, 소수면 일부 지역에 대한 긴급 백신 접종과 함께 통제초소를 추가 설치하고 가축시장을 폐쇄했다. 전남 순천시도 25일 순천가축시장에서 시, 순천광약축협, 농가 대표가 참여해 럼피스킨병 차단 방역을 위한 결의대회를 했다.

권재한 농식품부 농업혁신정책실장은 “럼피스킨병은 사람에게 전염되지 않으며, 감염된 소는 모두 살처분돼 식품 유통망(food-system)으로 들어오지 못하므로 안심하고 소고기와 우유를 소비해도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모든 소 사육 농가들은 모기 등 흡혈 곤충 방제를 철저히 하고 의심 증상을 확인하는 즉시 가축방역기관으로 신고해 달라”고 당부했다.

럼피스킨병과 관련한 증상. (출처: 농림축산식품부, FAO 2017) ⓒ천지일보 2023.10.21.
럼피스킨병과 관련한 증상. (출처: 농림축산식품부, FAO 2017) ⓒ천지일보 2023.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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