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 불교 특수성 고려 안 돼”
법원, 조계종 재심 신청 각하
선암사, 태고종 승리로 마무리

전남 순천 선암사 (출처: 한국불교태고종 태고총림 조계산 선암사 홈페이지)
전남 순천 선암사 (출처: 한국불교태고종 태고총림 조계산 선암사 홈페이지)

[천지일보=이지솔 기자] 전남 순천 선암사 소유권 법적 분쟁이 71년 만에 한국불교태고종(태고종) 승리로 마무리됐다. 대한불교조계종(조계종)의 재심 신청을 법원이 받아들이지 않아서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광주고법 민사2부(양영희 부장판사)는 25일 대한불교조계종 선암사가 대한불교태고종 선암사를 상대로 제기한 ‘등기명의인표시변경등기말소’ 사건 재심 신청을 각하했다. 조계종이 제기한 위헌법률심판제청도 각하했다. 위헌법률심판제청은 법원에서 재판 중인 구체적인 소송사건에서 법원의 직권 또는 소송 당사자의 신청에 따라 해당 사건에 적용될 법률의 위헌 여부를 심판해 줄 것을 헌법재판소에 제청하는 것을 말한다.

조계종은 “기존 판결이 종교단체인 불교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고, 일반 민사 사건에 준한 판단만 해 문제가 있다”며 재심 필요성을 주장했으나 법원은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조계종과 태고종은 선암사 소유권을 놓고 지난 71년 간 갈등을 빚었다. 1970년 정부 조치로 선암사에 대한 재산관리권이 순천시에 위탁됐다. 이후 선암사 재산관리권은 순천시가, 소유권은 조계종, 점유권은 태고종이 행사하는 형태로 유지됐다. 그러다 1972년 조계종 선암사가 “선암사는 대한불교 조계종 사찰로 등록돼있다”며 소유권 등기 변경 절차를 밟았다. 이후 등기상으로는 조계종 사찰이지만, 사찰 내부는 태고종 승려들이 점유한 형태의 갈등이 수십 년간 이어졌다.

2011년 조계종과 태고종은 분규를 끝내자는데 합의하고 순천시로부터 재산관리권을 공동 인수했으나, 2014년 태고종 선암사가 조계종 선암사를 상대로 ‘등기명의인표시변경 등기말소’ 청구 소송을 제기하며 갈등이 재점화됐다.

광주지법 순천지원은 2016년 7월 원고 일부승소 판결을 내려 태고종 측 손을 들어줬다. 조계종 측은 항소를 제기했으나 최근 광주고법 역시 태고종의 손을 들어 주지 승려에게 등기말소 절차를 이행하라고 판결했다.

태고종은 조계종을 상대로 등기 말소 소송을 냈고, 2심에서 승소했다. 당시 2심 재판부는 “선암사 승려들이 스스로 태고종으로 소속을 결정하고 수십 년간 사찰에서 종교의식을 해온 점 등을 들어 조계종 선암사는 실체가 없다”며 “주지 승려에게 등기 말소 절차를 이행하라”고 판결했다.

조계종은 대법원에 상고했지만, 대법원은 상고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해 심리불속행 기각하면서 선암사 소유권은 태고종에 넘어갔다. 심리불속행 기각은 대법원이 상고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하는 사건에 대해 더는 심리하지 않고 상고를 기각하는 제도다. 이로써 법원은 선암사를 태고종 소유로 확정한 셈이 됐다.

조계종 중앙종회·중앙신도회·전국 승가대학·포교사단 등 조계종 측은 일제히 태고종 선암사 소유권을 인정한 법원에 대해 지적하며 규탄 입장을 폈다. 특히 이들은 차후 대법원 재판에서도 태고종의 선암사 소유권을 인정하는 판결이 내려지면 사법부를 향한 대대적인 항의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대법원에서 기각까지 됐던 선암사 소유권 법적 분쟁은 재심 신청 각하에 따라 태고종 소유로 인정받게 되면서 조계종-태고종 간 선암사 소유권 갈등은 71년 만에 막을 내리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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