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스가 23일(현지시간) 석방한 누릿 쿠퍼(79)와 요체베드 리프시츠(85). (로이터/연합뉴스)
하마스가 23일(현지시간) 석방한 누릿 쿠퍼(79)와 요체베드 리프시츠(85). (로이터/연합뉴스)

[천지일보=방은·최혜인 기자] 하마스가 지난 7일 이스라엘 기습 공격 시 가자지구로 납치해 간 인질 중 2명을 추가로 석방했다고 밝혔다. 지난 20일 미국 여성과 그의 딸을 석방한 지 사흘 만이다.

이에 따라 인도주의적 휴전을 촉구하는 국제사회의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하마스와 이스라엘이 휴전 협상에 이를 수 있을지도 관심이 쏠린다.

23일(현지시간) 하마스 아부 우바이다 대변인은 텔레그램을 통해 “우리는 점령군의 공격에도 불구하고 인도주의적, 건강상의 이유로 이들을 석방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석방된 이들은 이스라엘인 누릿 쿠퍼(79)와 요체베드 리프시츠(85)다.

이날 풀려난 두 여성의 남편들은 가자지구에 억류된 상태다. 하마스가 인질 2명을 추가로 석방하면서 가자지구에 억류된 인질은 대략 220명으로 추산된다.

이스라엘 총리실은 이날 성명을 통해 풀려난 두 여성이 이스라엘군에 인계돼 의료시설로 이송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그러면서 “두 사람은 가자 지구 근처의 니르 오즈 키부츠에서 납치됐고 그들의 남편도 여전히 하마스에 의해 억류돼 있다”고 덧붙였다.

하마스가 이스라엘 인질 2명을 추가로 석방하면서 협상이 잘 풀릴 수 있을지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현재 하마스가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 대한 폭격을 중단한다면 인질 일부를 석방할 용의가 있다고 밝힌 반면, 이스라엘 최우방국 미국은 인질 석방을 우선으로 내세우고 있다. 실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휴전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인질들을 석방한 뒤 대화를 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하마스의 ‘지구상 절멸’을 목표로 내세우고 있다. 이에 이스라엘과 하마스 양측 입장 차를 좁힐 수 있는 중재가 가장 절실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16일(현지시간) 이스라엘 텔아비브 국방부 바깥의 벽면에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에 납치된 이스라엘 인질들의 사진이 붙어 있는 가운데 한 남성이 벽면을 지나치고 있다. 이날 이스라엘군은 하마스에 끌려간 인질 수가 기존 155명보다 많은 199명이라고 밝혔다. (출처: AFP=연합뉴스)
16일(현지시간) 이스라엘 텔아비브 국방부 바깥의 벽면에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에 납치된 이스라엘 인질들의 사진이 붙어 있는 가운데 한 남성이 벽면을 지나치고 있다. 이날 이스라엘군은 하마스에 끌려간 인질 수가 기존 155명보다 많은 199명이라고 밝혔다. (출처: AFP=연합뉴스)

이번 인질 석방으로 현재 가자지구 지상전 등 다음 작전을 준비하는 이스라엘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 로이터 등 외신은 다음 단계를 저울질하는 이스라엘이 딜레마에 직면했다고 전했다. 그 이유로 더 많은 인질이 석방되기 전에 지상전에 돌입할 경우 인구 밀집 지역에서 많은 사상자가 발생해 작전을 멈추거나 제한하라는 국제적 압력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들었다.

이와 관련 미 국방부는 휴전에 들어갈 시 하마스에 기회를 주는 거라고 우려했다.

매슈 밀러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어떤 휴전이든 하마스에 휴식과 재정비의 빌미를 주고 이스라엘에 대한 테러 공격을 준비할 시간을 주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하마스가 학교와 병원, 아파트 등 민간 건물에 자리 잡으며 민간인을 ‘인간 방패’로 이용하는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고도 했다.

하마스의 추가 인질 석방은 가자지구 내 연료를 공급받기 위한 방책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스라엘 일간 하레츠는 이날 인질 협상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하마스가 연료를 대가로 민간인 인질 석방을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연료를 대가로 한 하마스의 인질 석방 제안을 이스라엘이 거부했다고 외신이 보도했다.

가자지구에는 지난 21일부터 트럭 20대, 전날 트럭 17대에 이어 사흘 연속 이집트와의 국경인 라파 검문소를 통해 물과 식량, 의약품 등 구호물품이 반입됐지만 연료는 제외됐다. 이스라엘은 하마스의 손에 들어갈 수 있다며 연료 공급에 반대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2007년부터 가자지구를 봉쇄해왔다. 이달 7일 개전 이후 물, 전기, 연료 공급을 차단하는 등 봉쇄 작전을 감행하며 인도주의 참사가 불거졌다.

팔레스타인 보건부는 2주간의 이스라엘 공습으로 최소 5087명의 팔레스타인인이 사망했으며 그중 2055명이 어린이라고 밝혔다.

20일(현지시간) 하마스가 이스라엘 급습 시 납치했던 미국인 모녀 2명이 석방되고 있다. (이스라엘 정부) ⓒ천지일보 2023.10.21.
20일(현지시간) 하마스가 이스라엘 급습 시 납치했던 미국인 모녀 2명이 석방되고 있다. (이스라엘 정부) ⓒ천지일보 2023.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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