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전국 거리마다 설치한 정쟁성 현수막을 일제히 철거했다. ‘대법원장 임명 부결, 이재명 방탄의 마지막 퍼즐’ ‘이재명 대표님! 구속은 피해도 처벌은 피할 수 없습니다’와 같은 현수막은 철거하고 ‘국민의 뜻대로 민생 속으로’라며 민생을 강조하는 현수막으로 대체했다. 이는 서울 강서구 구청장 선거에서 나타난 민심을 반영해 정쟁보다 민생을 최우선에 두겠다는 취지이다.

그동안 여야는 서로를 비방하는 정치 혐오성 현수막을 경쟁적으로 내걸어 ‘현수막 공해’라는 비판을 받았다. 특히 지난해 12월 지방자치단체 허가나 신고 없이 정당 현수막 설치가 가능하도록 옥외광고물법이 개정되면서 더욱 심해졌다. 현수막의 무분별한 설치로 도시 미관을 해치는 건 물론 신호등을 가려 시야가 차단되고 보행자가 줄에 걸려 다치는 등 시민 안전에도 위협이 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일부 현수막은 자극적이며 과장과 왜곡된 문구로 정신건강을 위협하기도 했다.

국회 입법처 조사에 따르면 옥외광고물법 시행 3개월 동안 관련 민원만 1만 4197건으로 시행 이전 3개월에 비해 두 배나 늘었다고 한다. 행정안전부가 지난 5월 현수막 설치 가이드라인을 내놓은 데도 불구하고 실효성이 없어 민원이 줄지 않는 실정이다. 현수막 비용은 대부분 국민 후원금이나 국고 보조금으로 충당된다.

국회에서 지난 4월 난립하는 현수막을 규제하는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6개월째 계류된 상태이다. 여당인 국민의힘이 먼저 정쟁성 현수막을 철거하는 것은 매우 바람직한 모습이다.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는 “법 개정 부분에 대해 민주당과 전향적으로 협상해 보겠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정쟁형 요소가 있는 당내 각종 태스크포스(TF)도 정리하기로 했다. 대변인들도 정쟁을 부추기는 논평을 최소화하기로 했다.

민주당 역시 “현수막에 민생과 경제 이슈가 국민에게 홍보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라며 현수막 문구 조정 의사를 밝혔다. 민주당도 국민의힘이 정쟁성 현수막을 철거하는 것을 기회로 삼아 난립을 막기 위한 법 개정 협의에 적극 임해야 한다.

정당 활동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는 보장돼야 한다. 하지만 상대를 비방하거나 정쟁을 유발하는 구호가 담긴 현수막 정치는 이제 삼가야 한다. 여야는 앞으로 정쟁보다 국민과 소통하고 민생을 최우선으로 하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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