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바논 인근에도 ‘주민 대피령’
헤즈볼라·시리아서 연일 공격
이-하마스 확전 우려 최고조
미국·이스라엘·이집트 등 3국
가자 남부서 일시 휴전 합의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하마스를 상대로 가자지구 지상전을 예고한 가운데 관련 주요국들의 셈법이 복잡해졌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출처: 연합뉴스)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하마스를 상대로 가자지구 지상전을 예고한 가운데 관련 주요국들의 셈법이 복잡해졌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출처: 연합뉴스)

[천지일보=최혜인 기자]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와의 전쟁에 돌입한 이스라엘이 레바논 인근 자국 주민들에게도 대피령을 내리면서 전운이 짙어지고 있다.

시리아와 레바논의 하마스 ‘지원사격’과 이란의 가세로 50년 만에 5차 중동전쟁과 함께 에너지 대란이 동시에 터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치솟자, 미국은 이집트-이스라엘과 일부 휴전에 합의하는 등 중재에 안간힘을 쏟는 모양새다.

16일(현지시간) 이스라엘 국방부 국가재난관리청(NEMA)과 방위군(IDF)은 합동 발표를 통해 레바논 국경에서 최대 2㎞ 떨어진 곳에 거주하는 이스라엘 북부 주민들을 국가가 지원하는 게스트하우스로 대피시키는 비상계획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이 계획은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부 장관에 의해 승인돼 북부 지방자치단체장들에게 통보됐다. 이에 따라 최근 레바논으로부터 미사일이 떨어져 사상자가 발생한 ‘슈툴라’를 비롯한 이스라엘 북부 28개 지역의 주민들은 국가가 지정한 장소로 우선 몸을 피할 전망이다.

이는 최근 고조되는 확전 국면에 따른 조치로 풀이된다. 중동이 이슬람 수니파·시아파 등 수많은 갈래로 나뉘어 있지만, 이스라엘이라는 공동의 적을 두고 하나로 뭉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12일(현지시간) 가자지구 남부 라파시에서 팔레스타인인들이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파괴된 건물 잔해를 수색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2023.10.16.
12일(현지시간) 가자지구 남부 라파시에서 팔레스타인인들이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파괴된 건물 잔해를 수색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2023.10.16.
[가자지구=AP/뉴시스] 13일(현지시각) 가자지구 북부에서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남쪽으로 대피하고 있다. 이스라엘 측이 인구 100만 명이 넘는 북부 가자지구 주민을 상대로 24시간 내 남쪽으로 대피하라는 최후통첩을 냈음에도 피난길에 나선 주민은 수만 명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자지구=AP/뉴시스] 13일(현지시각) 가자지구 북부에서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남쪽으로 대피하고 있다. 이스라엘 측이 인구 100만 명이 넘는 북부 가자지구 주민을 상대로 24시간 내 남쪽으로 대피하라는 최후통첩을 냈음에도 피난길에 나선 주민은 수만 명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뿐 아니라 레바논 이슬람 시아파의 과격파 ‘헤즈볼라’ 등과도 산발적인 교전을 벌이고 있다. 실제 IDF는 15일 레바논이 이스라엘 영토를 향해 미사일을 발사한 것에 대응해 전투기를 투입, 헤즈볼라 군사시설을 타격·파괴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 국경 마을 슈툴라에서는 레바논에서 발사된 대전차 미사일 공격으로 1명 이상이 숨지고 3명이 다친 바 있다. 이스라엘과 레바논 국경지대는 친이란 무장정파 헤즈볼라의 군사 근거지로 꼽힌다.

아울러 개전 이후 레바논뿐 아니라 시리아까지 하마스를 거들 듯 이스라엘 영토로 미사일을 발사하고 있다. 이에 이스라엘군은 미사일 공습을 통해 시리아의 다마스쿠스 공항에 이어 알레포 공항을 연달아 타격하는 등 맞공습에 나서기도 했다.

전쟁 개입 가능성을 경고했던 ‘시아파 맹주’ 이란까지 하마스 편들기 움직임이 포착됐다. 이날 이란 주력군인 혁명수비대의 시리아 내 병력이 이스라엘 인접 지역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외신 보도가 나오면서다. 이란 정부는 전날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지상공격을 감행하면 이란은 이에 대응할 수밖에 없다”며 지상전을 마지노선으로 제시한 바 있다. 이날도 이란은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 대한 공격을 멈추지 않는다면 중동 지형이 유지될 수 없을 것이라며 공개적으로 경고했다.

레바논에 파견된 유엔(UN) 평화유지군 본부도 공격받았다. 유엔은 15일 “레바논 남부 국경도시 나쿠라에 위치한 유엔군 본부가 미사일 한 발을 맞았다”고 밝혔다고 AFP 통신이 전했다. 나쿠라 지역은 이스라엘-레바논 국경에서 가장 가까운 마을이다. 당시 유엔군 대원들이 방공호에 들어가 있진 않던 상황이었지만,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15일(현지시간) “이번 충돌이 격화하고, (이스라엘) 북쪽에서 두 번째 전선(레바논 무장단체 헤즈볼라와의 대치)이 형성될 위험이 있다”고 말하면서 “이란의 개입도 위험”이라고 우려했다.

[AP/ 뉴시스] 3일 야간부터 아침까지 서안지구 제닌 난민촌에 대한 이스라엘군의 공격이 이어졌다. 2023. 07. 03.
[AP/ 뉴시스] 3일 야간부터 아침까지 서안지구 제닌 난민촌에 대한 이스라엘군의 공격이 이어졌다. 2023. 07. 03.

가자지구에 이어 팔레스타인 요르단강 서안지구(웨스트뱅크)까지 또 다른 전선이 형성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서안지구에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폭력사태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쟁 개시일인 지난 7일 이후 서안지구와 동예루살렘에서 팔레스타인 시위대와 이스라엘군이 무력충돌하거나 이스라엘 정착민이 팔레스타인인을 공격하는 일이 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전했다. 양측간 갈등이 심해지면서 현재까지 두 지역에서 56명 이상의 팔레스타인인이 숨진 것으로 집계됐다.

반면 일시 휴전 소식도 전해졌다. 미국과 이스라엘, 이집트가 가자지구 주민들 대피로의 안전을 확보하고 인도주의 지원을 위해 가자지구 남부에서 일시 휴전하기로 합의했다고 가디언과 로이터 등 외신이 이날 전했다. 이에 따르면 세 나라는 이집트로 들어가는 라파 국경 검문소의 재개방에 맞춰 이날 오전 9시(한국시간 16일 오후 3시)부터 가자지구 남부에서 휴전을 시작하기로 뜻을 모았다.

라파는 이집트와 맞닿은 남쪽의 통로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가 전면 봉쇄되면서 유일한 출구가 됐다.

미국은 가자지구에 갇힌 500~600명으로 추정되는 팔레스타인계 미국인을 비롯해 외국인이 국경을 지나 피난하도록 이집트, 이스라엘와 물밑 접촉을 이어왔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이집트-가자 지구 간 라파 국경이 인도적 지원을 위해 통행 재개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14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이집트와 가자 스트립을 가로지르는 라파 국경에서 기다리고 있다. (출처: 뉴시스)
14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이집트와 가자 스트립을 가로지르는 라파 국경에서 기다리고 있다. (출처: 뉴시스)
[베이루트=AP/뉴시스]레바논의 이슬람 시아파이자 친이란인 무장 정파 헤즈볼라의 2인자 나임 카셈 부총재는  13일(현지시간) 베이루트 남부 교외에서 열린 친팔레스타인 집회에 팜석해 연설하고 있다. 그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전쟁에 참여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2023.10.14.
[베이루트=AP/뉴시스]레바논의 이슬람 시아파이자 친이란인 무장 정파 헤즈볼라의 2인자 나임 카셈 부총재는 13일(현지시간) 베이루트 남부 교외에서 열린 친팔레스타인 집회에 팜석해 연설하고 있다. 그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전쟁에 참여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2023.10.14.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