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주인 71세 노인, 팔레스타계 소년 살해
흉기에 26차례 찔려… 모친은 수십 군데 자상
현지 경찰 “하마스-이스라엘 분쟁에 표적돼”
바이든 “끔찍한 증오범죄”… 강경 대응 예고

6세 무슬림 소년 살해 용의자 조셉 추바. (출처: 일리노이주 윌 카운티 경찰 페이스북)
6세 무슬림 소년 살해 용의자 조셉 추바. (출처: 일리노이주 윌 카운티 경찰 페이스북)

[천지일보=이지솔 기자]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 전쟁 발발 이후 미국 내 유대인과 이슬람교도(무슬림)를 향한 위협이 증가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이슬람교도를 향한 증오범죄로 팔레스타인계 가정의 6세 소년이 살해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끔찍한 증오범죄”라며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1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일리노이주 윌 카운티 경찰은 지난 14일 아침 시카고 남서부에 위치한 플레인필드 타운십의 한 집에서 세입자인 6세 소년과 그의 어머니를 폭행하고 흉기로 다치게 한 혐의로 조셉 추바(71)를 체포, 1급 살인 및 살인미수 등 혐의를 적용해 조사 중이다. 특히 추바가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충돌이 발생한 이후 가족들에게 이슬람교도에 대해 비난하는 내용의 메시지를 보낸 정황 등이 나오면서 증오범죄 혐의가 추가됐다.

집주인인 추바는 중동 관련 뉴스를 보고 화가 나 범행을 저질렀다고 미 최대 무슬림 단체인 미국이슬람관계위원회(CAIR)가 전했다.

CAIR이 소년 부친으로부터 파악한 정보에 따르면 추바는 지난 14일 피해자 가족의 현관문을 두드린 뒤 소년 모친이 문을 열어주자 “무슬림은 죽어야돼”라고 소리치며 범행을 저질렀다.

소년은 흉기에 26차례 찔려 사망했으며, 소년의 어머니는 12개 이상의 자상을 입었으나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AP/뉴시스] 13일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의 타리르 광장에 수만 명의 무슬림들이 금요예배 후 모여 가자 지구의 팔레스타인 지지 시위를 벌이고 있다.
[AP/뉴시스] 13일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의 타리르 광장에 수만 명의 무슬림들이 금요예배 후 모여 가자 지구의 팔레스타인 지지 시위를 벌이고 있다.

소년과 모친은 팔레스타인인들이 거주하는 서안 지역 출신으로 분쟁을 피해 12년 전 미국에 와서 정착했다고 한다.

윌 카운티 보안관실은 성명에서 “이번 잔혹한 공격의 두 희생자가 모두 무슬림이고 현재 진행 중인 하마스와 이스라엘 분쟁 때문에 용의자의 표적이 됐다고 판단할 수 있다”고 밝혔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인으로서 우리는 함께 모여 이슬람교에 대한 증오와 모든 형태의 편견과 증오를 거부해야 한다”며 “미국에서 누군가를 향한 증오는 용납될 수 없다”고 역설했다.

앞서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바스는 지난 7일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하면서 무력 충돌이 벌어졌다. 이번 분쟁은 중동 전역 갈등으로 확대되고 있다. 16일 기준 이스라엘 사망자는 1500여명,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보복공습으로 팔레스타인 사망자는 2600여명에 달한다. 부상자는 9600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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