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과 우호 유지해온 푸틴
전쟁 이후 애도 표명조차 안 해
“생일에 하마스가 주는 선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출처: 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출처: 연합뉴스)

[천지일보=최혜인 기자] ‘중동의 화약고’가 터지자 서방의 전폭적인 지원을 업은 우크라이나와 전쟁 중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조용히 웃음 짓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11일(현지시간) 지난 50년 역사상 이스라엘에 대한 최악의 공격이 가해졌지만, 오랫동안 이스라엘과 유대 민족의 친구로 자처해온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아직 애도 표명도 하지 않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전했다.

이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지난 2008년 러시아와 이스라엘 사이에 무비자 여행을 도입하고, 2012년 모스크바에 대규모 유대교 박물관이 건설되는 것을 주재했다. 2020년에는 예루살렘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나란히 독일의 당시 레닌그라드 포위전 희생자를 위한 기념비를 제막하기도 했다.

그러나 하마스의 기습공격으로 수백명의 희생자가 발생한 지 며칠이 지나도록 이스라엘에 대한 애도 메시지를 보내지 않았다고 NYT는 지목했다. 이번 사태 이전에는 이스라엘에서 발생한 공격에 대한 애도 메시지를 발표한 적이 있다.

네타냐후 총리와 아직 전화 통화를 하지 않은 점도 지목됐다. 푸틴 대통령이 지난해에만 이스라엘 지도자들과 11회 이상 통화했고, 네타냐후 총리와 수십 년 동안 긴밀한 관계를 발전시켰온 행보에 비하면 이례적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재차 통화할 예정이라고 이스라엘 현지매체가 보도했다. 사진은 지난달 20일 제78차 유엔총회가 열린 뉴욕에서 바이든 대통령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회담하며 악수하고 있는 모습. 2023.10.09 (출처: 뉴시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재차 통화할 예정이라고 이스라엘 현지매체가 보도했다. 사진은 지난달 20일 제78차 유엔총회가 열린 뉴욕에서 바이든 대통령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회담하며 악수하고 있는 모습. 2023.10.09 (출처: 뉴시스)

다만 푸틴 대통령은 공격에 대한 첫 언급에서 이스라엘의 고통에 대한 어떤 동정도 표하지 않고 미국에 대한 비난만 표명했다. 그는 10일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열린 이라크 총리와의 영상회의에서 “이번 사태는 미국의 중동 정책이 실패했다는 명백한 예”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논평가들은 푸틴 대통령이 이스라엘에 대한 공격에 대해 조용한 웃음을 짓고 있다고 평했다고 전했다. 상대 교전국인 우크라이나에 쏠린 서방의 시선과 지원이 중동으로 옮겨지고 있다는 점에서다. 이번 사태로 서구의 약점이 드러났으며, 우크라이나에 대한 서구의 지원을 약화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됐다는 분석이다.

푸틴 대통령의 이러한 이례적인 태도에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변한 지정학적 관계가 반영돼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자국뿐 아니라 하마스, 헤즈볼라 등을 지원하고 있다는 의혹을 받는 이란이 이스라엘과 적대적 관계를 이어가는 만큼, 두 차례의 전쟁으로 러시아의 외교적 중심이 이스라엘로부터 멀어지고 있다는 평가다.

실제 러시아 하원 의원 안드레이 구률료프는 이번 전쟁 발발 이후 “이스라엘이 누구의 동맹인가. 미국”이라면서 “이란과 무슬림 세계는 누구의 동맹인가. 우리의 동맹”이라고 구분했다. 폴리티코 유럽판은 하마스의 공격이 푸틴 대통령의 생일인 지난 7일 이뤄졌다는 점을 두고 “하마스가 푸틴에게 주는 선물”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이스라엘 공습으로 폐허만 남은 자발리아[가자지구=AP/뉴시스] 11일(현지시각)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 북부 자발리아 거리가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폐허가 돼 있다. 2023.10.11.
이스라엘 공습으로 폐허만 남은 자발리아[가자지구=AP/뉴시스] 11일(현지시각)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 북부 자발리아 거리가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폐허가 돼 있다. 2023.10.11.
[모디인 마카빔=AP/뉴시스] 11일(현지시각) 이스라엘 모디인 마카빔에서 한 부부가 아들의 장례식 도중 오열하고 있다. 이 부부의 아들과 그의 여자친구는 지난 8일 이스라엘 남부 레임 키부츠의 음악 축제장에서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에 살해됐다.
[모디인 마카빔=AP/뉴시스] 11일(현지시각) 이스라엘 모디인 마카빔에서 한 부부가 아들의 장례식 도중 오열하고 있다. 이 부부의 아들과 그의 여자친구는 지난 8일 이스라엘 남부 레임 키부츠의 음악 축제장에서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에 살해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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