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서울 시내의 한 대형마트에서 한 시민이 장바구니를 내려놓고 제품 가격표를 살펴보고 있다. ⓒ천지일보DB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서울 시내의 한 대형마트에서 한 시민이 장바구니를 내려놓고 제품 가격표를 살펴보고 있다. ⓒ천지일보DB

[천지일보=손지하 기자]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간 무력 충돌에 세계 경제가 술렁이고 있다. 영향이 일시적일지, 장기적일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리지만 국제유가가 잠깐 4~5% 급등하는 등 즉각적인 반응이 있었다. 아직 사태 초기로, 수요나 공급의 문제가 아니라 긴장 고조에 따른 일반적인 리스크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국제유가의 등락은 소비자물가 동향에 큰 영향을 준다. 국내 소비자물가는 두 달 연속 3%대 오름세를 지속한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이 발표한 9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2.99(2020년=100)로 작년 같은 달보다 3.7% 올랐다. 지난 8월(3.4%)에 이어 3%대 오름세가 이어졌고 지난 4월(3.7%) 이후 5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인 것이다. 소비자물가 상승세가 지속된 데는 국제유가가 큰 요인으로 작용했다. 최근의 국제유가 상승세로 인해 석유류 가격의 하락 폭이 둔화하면서 전체 물가의 상승률을 끌어올리는 양상이 나타났다는 분석이다.

여기에다 농축수산물도 3.7% 올라 전월(2.7%)보다 상승 폭이 커졌다. 이 중 농산물이 7.2% 오르며 작년 10월(7.3%) 이후 11개월 만에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물가에 영향을 미치는 대내외적 변수가 끊이지 않으면서 물가 불안에 대한 우려를 지우기 어려운 형국이다.

이-팔 사태가 일어나기 전에도 국제유가는 당분간 배럴당 80달러 이상을 지속할 것으로 예상됐다. 정부도 국제유가에 대한 변동성이 크다고 보고 금융시장을 예의주시하고 있었다. 이젠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무력 충돌이 얼마나 오래 지속되는지가 변수로 꼽힌다. 다만 원유 생산량과 이-팔 사태의 직접적인 연관성이 없어 다른 국가로 전쟁이 확산되지 않는 이상은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영향이 어느 정도일지는 알 수 없으나 정부와 한국은행이 예상한 소비자물가 상승률 등락 추이에는 변동이 생길 조짐이다. 한국은행은 5일 물가 상황 점검 회의에서 “유가와 농산물 가격이 전월에 이어 오르면서 전망 경로를 다소 웃도는 수준으로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이달부터 둔화 흐름을 보여 연말에는 3% 내외 수준을 보일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당시로선 물가 상승세의 둔화를 예상했는데 낙관하긴 이른 상황이다. 고유가 양상이 지속하는 가운데 고환율도 물가 불안을 자극할 수 있는 요인이다. 국제유가와 원/달러 환율 동향은 변동성이 여전하다.

국내 상황도 좋지 않다. 이달 들어 국내 우윳값이 일제히 올랐고 주류 제품은 인상이 예고됐다. 이는 유가 상승 등으로 인해 국내 생산비 부담이 커지는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식음료 제품들의 가격 인상 ‘도미노 양상’이 벌어지지 않을까 우려가 나온다.

정부는 물가 상승세에 대한 대책 마련에 나섰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0일 금융시장·실물경제 점검회의에서 “최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간의 충돌에 따라 향후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매우 높으며 유가 변동 폭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추 부총리는 아직 사태 초기로 국제금융시장 움직임이 제한적이나 향후 사태 전개 양상 등에 따른 불확실성이 매우 높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최근 변동성이 커진 국내 물가에 부정적인 영향이 최소화되도록 에너지 및 농축수산물 가격 안정 등 전반적인 물가 관리 노력을 강화해달라고 지시했다.

정부는 이달 말 관계부처 합동으로 김장재료 수급 안정 대책을 마련할 예정이다. 배추·무 할인 판매, 석유류 가격 점검, 동절기 난방 대책 등이 예고돼 있다. 정부는 금융·실물 시장 동향을 면밀히 주시하면서 실효적인 정책 수단을 강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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