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가 이스라엘 방위군(IDF)으로부터 입수한 사진에 가로세로 1m가 족히 돼 보이는 큼지막한 IS 깃발이 나온다. IDF에 따르면 이는 이스라엘 남부 마을을 공격, 은닉해 있다가 이스라엘군에게 잡힌 한 하마스 대원의 장비 가운데서 나온 물품이다. (이스라엘 방위군 제공)  ⓒ천지일보 2023.10.13.
천지일보가 이스라엘 방위군(IDF)으로부터 입수한 사진에 가로세로 1m가 족히 돼 보이는 큼지막한 IS 깃발이 나온다. IDF에 따르면 이는 이스라엘 남부 마을을 공격, 은닉해 있다가 이스라엘군에게 잡힌 한 하마스 대원의 장비 가운데서 나온 물품이다. (이스라엘 방위군 제공) ⓒ천지일보 2023.10.13.

[천지일보=최혜인 기자] 이스라엘 마을 곳곳에서 여성과 영유아까지 산채로 목이 잘리는 ‘IS(이슬람국가) 방식’으로 살해됐다는 증언이 쏟아지는 가운데, 이번엔 IS가 이 전쟁에 직접적으로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13일 천지일보가 이스라엘 방위군(IDF)으로부터 입수한 사진에는 가로세로 1m가 족히 돼 보이는 큼지막한 IS 깃발이 나온다. IDF에 따르면 이는 이스라엘 남부 마을을 공격, 은닉해 있다가 이스라엘군에게 잡힌 한 하마스 대원의 장비 가운데서 나온 물품이다. 하마스는 지난 7일 새벽을 기해 수천발에 달하는 미사일 공습과 동시에 육지·해상·공중을 모두 이용, 이스라엘 곳곳에 조직원들을 침투시킨 바 있다.

이에 대해 IDF는 “이스라엘 키부츠 수파(Sufa)에서 찍은 것으로 하마스 테러리스트들의 장비( equipment of Hamas terrorists) 가운데 IS의 깃발이 확인됐다”고 12일(현지시간) 밝혔다.

이러한 형태의 깃발은 IS가 학살을 자행한다거나 테러 또는 작전을 벌이기 전후로 자신들이 IS 소속이란 것을 드러내거나 IS를 찬양하려 할 때 사용된다. 국기와 같이 IS를 상징하는 정체성의 아이콘인 셈이다.

이를 두고 이번 하마스의 대규모 기습공격에 IS가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IS에 속한 조직원이나 관련자가 아니고서야 IS 정체성을 명확하게 띠는 이 깃발을 품속에 넣어 다닐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다만 이는 이스라엘군 주장으로, 하마스 쪽은 이렇다 할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그러나 영유아 참수와 관련해선 하마스 측은 가자지구에서 자행된 대학살과 범죄를 은폐하기 위해 이스라엘군이 조작한 근거 없는 주장이라고 11일 반박했다.

[크파르 아자=AP/뉴시스] 10일(현지시각) 이스라엘 크파르 아자에서 이스라엘 군인들이 팔레스타인 하마스군의 습격으로 숨진 희생자의 시신을 옮기고 있다. 이스라엘군(IDF)은 가자지구에 대한 공습으로 하마스 고위 간부 2명을 사살했다고 밝혔다. 2023.10.11
[크파르 아자=AP/뉴시스] 10일(현지시각) 이스라엘 크파르 아자에서 이스라엘 군인들이 팔레스타인 하마스군의 습격으로 숨진 희생자의 시신을 옮기고 있다. 이스라엘군(IDF)은 가자지구에 대한 공습으로 하마스 고위 간부 2명을 사살했다고 밝혔다. 2023.10.11

이날 이스라엘군이 밝힌 ‘키부츠(Kibbutz)’는 집단거주지 또는 농업·공업공동체로, 최근 대규모 민간인 학살이 발생한 곳이다. 전날 이스라엘 남부 베에리 키부츠에서는 100구가 넘는 민간인 시신이 나왔다고 외신이 이스라엘 응급구조단 자카(ZAKA)를 인용해 일제히 전한 바 있다. 한 음악 축제장에서 260여명의 시신이 발견됐다는 소식이 전해진 이후다. 크파르 아자 키부츠에서도 영유아와 어린이, 여성들이 목이 잘린 채 숨진 모습이 발견된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서 이스라엘군이 언급한 IS(이슬람국가)는 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를 말한다. 인질이나 포로를 산 채로 목을 자르거나 쇠창살에 가둔 채 불에 태우는 등 극악무도한 잔혹성을 보여왔다. 프랑스나 미국 등 서방뿐 아니라 같은 이슬람교도까지 대상을 가리지 않으면서 악명을 떨쳤다. 이에 이번에 정황이 나타난 영유아와 여성 등 민간인 살인도 이들이 개입하면서 비롯된 게 아니냐는 의혹이다.

IS는 수십명 규모의 부족을 한꺼번에 집단 총살하는 등 수백명의 민간인과 인질을 살해하며 잔혹성을 무기로 위세를 떨쳤으나,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 연합군에 의해 2017년 결국 소탕됐다. 이후 소규모 게릴라전과 테러 공격을 주요한 전략으로 삼고 음지에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전 세계에서 테러를 일으키는 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 (뉴시스)
전 세계에서 테러를 일으키는 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 (뉴시스)

그러한 과정에서 이번 이스라엘 기습공격을 무려 2년 동안이나 준비했다고 밝힌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 함께 이를 준비했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앞서 8일 하마스는 의도적으로 2년간 이슬람 지하드나 어떤 전쟁에도 참여하지 않았는데, 이 모든 건 이번 공격을 위한 하마스의 전략 중 일부라고 밝혔다.

레바논으로 망명한 하마스 외교국 책임자 알리 바라카는 8일 러시아투데이 방송의 아랍어 뉴스 채널 ‘RT 아라빅’을 통해 “이 일을 2년 동안 준비했다”면서 “그간 하마스는 탁자 밑에서 이 거대한 공격을 준비하고 있었다. 가자지구에는 군수공장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스라엘과 달리 우리는 스스로를 희생한다. 죽은 자를 순교자로 간주한다”면서 “아랍과 이슬람 민족도 헤즈볼라도 우리 편에 서 있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하마스 ‘피의 보복전’

지난 7일 새벽을 기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서로 죽고 죽이는 무차별 보복전이 격화되면서 양국 마을 곳곳이 하루아침에 생지옥으로 변했다.

이스라엘 남부 키부츠 곳곳에서는 아기 시신만 40구에 이르는 등 민간인들이 마구잡이로 학살된 정황이 드러났고, 전면봉쇄된 채 대규모 미사일이 쏟아지는 가자지구에서도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죽어 나갔다. 이 같은 피가 피를 부르는 보복전을 두고 ‘아이들은 무슨 죄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폭격으로 부상을 당한 어린이들. (출처: 뉴시스, AP)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폭격으로 부상을 당한 어린이들. (출처: 뉴시스, AP)

200만명이 넘는 인구 규모의 가자지구에서도 민간인 피해가 폭증하고 있다. 지난 10일 본지가 확보한 이스라엘 방위군 공습 영상에는 이스라엘군이 전투기를 동원해 가자지구에 있는 건물들에 미사일을 투하하는 모습이 나온다. IDF는 영상 4개를 공개하며 “밤사이 수십대의 전투기를 투입해 가자지구 내 테러 조직에 속한 거점 200여곳을 타격했다”고 9일(현지시간) 밝혔다.

문제는 이스라엘군이 공개한 이 영상에 민간인들의 피해 장면도 버젓이 나온다는 점이다. 고층빌딩이 줄줄이 파괴되는 해당 영상은 한 건물이 그대로 주저앉은 뒤 수백명의 주민들이 모여든 모습을 비춰준다. 여기에는 무너진 빌딩 주변에서 다친 사람들을 다급히 구조하거나 시신을 옮기는 주민들의 모습이 담겨 있다.

즉, 이스라엘군은 공중에서 촬영된 이 영상을 굳이 공개하면서 건물파괴 이후 주민들이 어떤 영향을 받았는지를 낱낱이 보고 있다는 점을 가감 없이 드러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마치 하마스가 민간인들을 향한 무차별 공격 후 잔인한 영상을 대외적으로 공개한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실제 공습으로 집을 잃고 6명의 아이를 차에 태우고 피란길에 나선 한 여성은 “내 아이들이 대체 무슨 일을 했다고 이런 일을 겪어야 하느냐”는 한탄의 목소리를 AFP에 전했다.

이번 민간인을 향한 무차별한 공격은 너희가 우리 민간인을 죽였으니 우리도 죽이겠다는 보복 심리에서 기인한다. 앞서 이스라엘이 ‘눈에는 눈’이라는 율법을 철저하게 지키는 유대교 국가인 만큼, 보복전이 극악으로 치달을 거란 전망이 나왔었는데, 이러한 우려가 결국 현실이 된 셈이다.

세계평화를 유지하기 위한 국제기구 ‘유엔’을 비롯한 유럽연합도 이 같은 이스라엘의 ‘지상 최대 감옥화’ 봉쇄 공격에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국제사회의 브레이크가 전혀 작동하지 않는 모양새다.

이스라엘 공습으로 폐허만 남은 자발리아[가자지구=AP/뉴시스] 11일(현지시각)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 북부 자발리아 거리가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폐허가 돼 있다. 2023.10.11.
이스라엘 공습으로 폐허만 남은 자발리아[가자지구=AP/뉴시스] 11일(현지시각)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 북부 자발리아 거리가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폐허가 돼 있다. 2023.10.11.

수적으로나 무기 수준으로나 극적 열세에 있는 하마스는 지난 9일 이스라엘이 포격을 중단하지 않으면 그간 잡아 온 인질 1명을 처형한 뒤 이를 방영하겠다고 엄포를 놨다. 포격이 이어질 때마다 민간인 포로를 한명씩 한명씩 처형하겠다는 위협으로 풀이됐다.

하마스가 이스라엘에서 납치해 간 인질들이 이번 사태 최대 변수가 될 것이란 전망이 현실화한 모습이다. 분노가 극에 달한 이스라엘은 대외적으론 이를 무시하는 듯하면서도 자국민들뿐 아니라 미국·영국·독일 등 다양한 서방 국가 국민들이 잡혀 있는 만큼 인질의 안전을 고심해야 하는 딜레마에 처하게 됐다.

현재로선 인질과 관련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지금은 협상할 수 없다”고 밝힌 게 다여서, 협상은 임박한 육상전을 비롯한 전쟁이 어느 정도 일단락된 시점에서 이뤄질 거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한편 12일(현지시간)까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하마스 양측 사망자는 2800명을, 부상자도 1만명을 넘어섰다. 이스라엘은 군인 200여명을 포함해 민간인 등 1300여명이 사망했고 3200여명이 다친 것으로 확인됐다. 팔레스타인은 가자지구에서만 어린이 447명과 248명의 여성을 포함해 등 1417명이 목숨을 잃고 6868명이 부상 당했다고 팔레스타인 보건부가 이날 밝혔다.

7일(현지시각)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인근 키부츠에서 한 팔레스타인 남성이 하마스에 살해된 이스라엘 사람의 시신을 오토바이에 싣고 달리는 동안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이를 보며 환호하고 있다. (AP/뉴시스) 2023.10.09.
7일(현지시각)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인근 키부츠에서 한 팔레스타인 남성이 하마스에 살해된 이스라엘 사람의 시신을 오토바이에 싣고 달리는 동안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이를 보며 환호하고 있다. (AP/뉴시스) 2023.10.09.
[모디인 마카빔=AP/뉴시스] 11일(현지시각) 이스라엘 모디인 마카빔에서 한 부부가 아들의 장례식 도중 오열하고 있다. 이 부부의 아들과 그의 여자친구는 지난 8일 이스라엘 남부 레임 키부츠의 음악 축제장에서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에 살해됐다.
[모디인 마카빔=AP/뉴시스] 11일(현지시각) 이스라엘 모디인 마카빔에서 한 부부가 아들의 장례식 도중 오열하고 있다. 이 부부의 아들과 그의 여자친구는 지난 8일 이스라엘 남부 레임 키부츠의 음악 축제장에서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에 살해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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