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용승 ㈔굿파머스 사무총장
전 삼성경제연구소 경제안보팀장

미-중 대결 속 중국 성장 침체
시진핑 시대 변화 거부 영향도

美 경제침체 시 군웅할거 국면
불확실성 커지면 위기는 ‘증폭’

‘국수주의’ 트럼프-‘진보’ 바이든
한국 영향 주시 속 대응 요구돼

중국경제가 심상치 않다. 최근 7월 중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가 2년 5개월 만에 마이너스로 전환된 데다 도매물가지수(PPI)도 동시에 마이너스를 보였기 때문이다. 사진은 지난해 11월 24일 중국 베이징에서 한 경비원이 문 닫은 상점의 셔터 사이를 들여다보고 있는 모습. (AP 뉴시스) 2023.08.16.
중국경제가 심상치 않다. 최근 7월 중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가 2년 5개월 만에 마이너스로 전환된 데다 도매물가지수(PPI)도 동시에 마이너스를 보였기 때문이다. 사진은 지난해 11월 24일 중국 베이징에서 한 경비원이 문 닫은 상점의 셔터 사이를 들여다보고 있는 모습. (AP 뉴시스) 2023.08.16.
[핵심요약]

◆성장엔진 중 하나 꺼진 중국

중국발과 미국발 경제 위기라는 두 가지 위기 경고등이 켜지고 있다. 이번 위기는 미-중 대결로 인한 문제가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중국발 위기는 시간의 흐름에 따른 타협과 변화를 거부하고 여전히 공동 부유를 강조하고 있는 시진핑 주석의 정책 기조로 인한 중국경제의 경착륙 가능성이다. 중국이 ‘부패와의 전쟁’을 선언·추진하면서도 장관 등 고위직 관리들의 부패문제가 수면 위로 떠 올랐다. 중국 공무원들은 낮은 보수를 보완해 줄 시스템이 붕괴됨에 따라 타협과 변화보다는 복지부동을 택하게 된다. 중국경제의 성장엔진 중 하나가 꺼진 셈이다. 일파만파 홍콩 전문직의 절반 이상이 5년 내 홍콩을 떠나는 것을 고려한다는 설문 조사 결과도 나왔다.

◆미국도 대선 앞두고 위기 고조

미국발 위기도 이어지고 있다. 내년 11월 미국 대선까지다. 미국 제일주의를 추구하는 트럼프 전 대통령과 열세인 구도를 바꾸기 위해 대선 기간까지 트럼프를 뛰어넘을 정책을 구사할 가능성이 큰 바이든 현 대통령이 내년 대선에서도 맞붙을 모양새다. 누가 되더라도 미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에는 큰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미국 제일주의는 표면적으로 당연한 정책이라고 할 수 있지만, 미국의 세계적 영향력을 감안할 때 위험하다. 바이든 행정부도 열세를 만회하기 위해 기존과는 차별화되는 정책을 구사할 수 있다. 불확실성이 더해지면 위기는 증폭된다. 위기 발발의 가능성이 감지되면 대응책을 가동해야 한다. 경제안보 사수에 나서야 할 때다.

 

동용승 ㈔굿파머스 사무총장.
동용승 ㈔굿파머스 사무총장.

두 가지 위기 경고등이 켜지고 있다. 하나는 중국발이고, 다른 하나는 미국발이다. 미-중 대결로 인한 질서의 변화는 진행 중이며, 세계 각국은 적응해 가는 과정에 있다. 위기를 인지하면 대응할 수 있기 때문에 불확실성은 줄어든다. 그런데 지금 켜지고 있는 위기 경고등은 미-중 대결로 인한 문제가 아니다. 그 반대라고도 할 수도 있다.

중국발 위기는 중국경제의 경착륙 가능성이다. 중국경제가 과잉 부동산 개발 후유증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것은 주지의 사실인데,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침체, 미-중 대결로 인한 디커플링(시장 배제 전략)의 여파 등 중국경제가 위험하다는 경고는 지속되고 있다.

◆미-중 대결 속 쌍 순환 전략 택한 中

중국이 자국민의 해외여행을 풀었음에도 아직 중국인들이 물밀듯 해외 관광에 나서지 않아 중국 관광객들에 대한 기대가 큰 관광업계는 다소 실망하는 분위기다. 중국 정부는 이러한 현상을 예상했을 것이다. 미-중 대결의 대응책으로 중국은 쌍 순환 전략을 채택하고 있다. 14억명에 달하는 내수 시장을 기반으로 중국이 상대적 우위를 점하고 있는 주요 기술 분야를 AI, 배터리, 주요 핵심자원 중심으로 발전시키고, 글로벌 가치 사슬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시장을 넓혀가겠다는 전략이다.

쌍 순환 전략에 이상 징후가 보인다. 바로 ‘부패와의 전쟁’이다. 시진핑 정권은 출범 초기부터 부패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시진핑 주석과 후계자 자리를 놓고 경쟁하던 보이라이 전 충칭시 위원회 서기는 각종 부패 문제와 연류돼 무기 징역형을 받았다. 부패와 전쟁을 본격화하는 출발점이었다.

존스 홉킨스 대학 정치학과 위엔위엔 앙 교수는 그의 저서 ‘부패한 중국은 왜 성장하는가(China’s Gilded Age)’에서 이 문제를 깊이 다뤘다. 아이러니하게 중국경제는 부패와 함께 성장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부패에 대한 정의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중국의 관료들은 부패를 통한 부의 축적을 일종의 성과급으로 받으면서 중국경제의 성장을 이끌었다는 주장이다. 이러한 부패는 중국경제의 발전과 성장에 따라 시간을 두고 타협과 변화를 지속하게 되고 궁극적으로 사회제도의 적응과 발전으로 새로운 모습을 갖추게 된다는 것이다.

◆‘부패와의 전쟁’ 선언이 부메랑으로

미국도 그랬고, 유럽도 그랬다. 중국 공무원들은 자신들의 부의 축적을 위해 외국투자를 적극 유치했고 이를 위한 사회 제도적 장치를 만드는 데 적극적이었다. 시간의 흐름에 따른 타협과 변화다. 그런데 시진핑 주석의 중국은 시간의 흐름에 따른 타협과 변화를 거부하고 강력한 부패와의 전쟁을 진행 중이다. 시진핑 정부 3기에 들어서도 여전히 공동 부유를 강조한다.

중국 베이징의 톈안먼 광장에서 스쿠터를 탄 한 행인이 대형 비디오 스크린을 통해 연설하는 시진핑 주석의 모습을 찍고 있다. (AP/뉴시스)
중국 베이징의 톈안먼 광장에서 스쿠터를 탄 한 행인이 대형 비디오 스크린을 통해 연설하는 시진핑 주석의 모습을 찍고 있다. (AP/뉴시스)

친강 전 외교부장(장관)과 리상푸 국방부장이 부패와 규율 위반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다고 대만 정보기관 국가안전국 수장 차이밍옌 국장이 말했다. 친강 전 부장은 중국 ‘전랑 외교’의 상징으로 여겨지던 인물이고, 리상푸는 부패 연루설에도 불구하고 시진징 주석이 국방부장으로 발탁한 인물이다.

분위기가 이렇다 보니 중국 공무원들은 낮은 보수를 보완해 줄 시스템이 붕괴됨에 따라 타협과 변화보다는 복지부동을 택하게 된다. 중국경제의 성장엔진 중 하나가 꺼진 셈이다. 일파만파 홍콩 전문직의 절반 이상이 5년 내 홍콩을 떠나는 것을 고려한다는 설문 조사 결과도 나왔다.

민간기업을 운영했던 돈 많은 중국인들이 일본이나 싱가포르 등으로 주거지를 옮기고 있다는 소식도 속속 보도되고 있다. 중국의 경제침체가 결과라고 한다면 아이러니하게 급격한 부패와의 전쟁이 원인이 되고 있다는 위엔위엔 앙 교수의 주장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에서 중국경제의 경착륙을 우려해 디리스킹(de-risking, 위험 제거)이 필요하다는 주장에 힘을 싣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을 듯하다.

◆대선과 맞물려 가는 미국발 위기

미국발 위기는 내년 11월 미국 대선까지다. 미국 하원의장이 10월 3일 해임됐다. 미 언론은 미 하원 다수당인 공화당 출신 케빈 매카시 의장이 공화당 강경파 8명의 반란으로 저격당했다고 표현한다. 미 의회 역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이렇듯 미국 정계의 강경대립은 ‘트럼프 시즌2’를 우려케 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율은 50%대로 바이든 대통령의 40%대를 압도적으로 앞서고 있다. 현직 프리미엄을 가진 바이든 정부는 열세인 대선 구도를 바꾸기 위해 대선 기간까지 트럼프 전 대통령을 뛰어넘을 정책을 구사할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 전 대통령 인기의 핵심은 미국 제일주의다. 미국 제일주의는 표면적으로 당연한 정책이라고 할 수 있지만, 미국의 세계적 영향력을 감안할 때 위험하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사업가다. 모든 동원 가능한 수단을 이용해 궁극적인 목표를 달성하려 한다. 2019년 2월 북한과의 정상회담이 대표적 사례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미국 제일주의는 간단하게 말하면 미국이 국제사회의 경찰국가 역할을 거두고 미국의 이익만을 추구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사업가적 승부수가 있다. 미국은 모든 것을 독자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능력이 있는 반면 세계는 글로벌 가치 사슬(혹은 세계화)로 엮여 있기 때문에 혼자서는 살아남을 수 없다는 계산이다.

미국이 빠진 세상은 중국· 러시아·사우디아라비아·이란·인도네시아·브라질 등 대륙별 패권 국가들의 군웅할거와 불안정의 지속으로 드러날 수 있다. 결국 이들 국가가 미국에 손을 내밀 수밖에 없으며 미국은 비싼 가격으로 세계의 패권을 장악할 수 있다는 게 트럼프 전 대통령의 생각이다.

◆미국 제일주의와 한국에의 영향

미국민의 상당수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미국 제일주의를 지지한다. 최근 미국 여론 조사에서 북한이 한국을 군사적으로 공격할 경우 한국을 방어해야 한다는 미국인이 50%에 불과하다는 결과가 나왔다. 불과 2년 전만 해도 63%에 달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대통령 시절 주한미군 철수를 언급한 바도 있다.

조 바이든 현 대통령(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뉴시스)
조 바이든 현 대통령(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뉴시스)

한반도에 국한된 사안이지만 전 세계적으로 곳곳에서 이런 현상은 발생할 것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지지율 열세를 만회하기 위해 기존과는 차별화되는 정책을 구사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불확실성이 더해지면 위기는 증폭된다.

한국경제는 중국과 미국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높다. 양국의 내부적 문제로부터 발생하는 변화들이 한국에는 위기다. 미국과 중국이 내부 문제에 대처하기 위해 타협을 할 수도 있다. 이 또한 기존 질서의 변화이기 때문에 위기요소 중 하나다. 내부 문제가 깊어지며 미-중 충돌이 격화될 수도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패권 경쟁에서 후발국이 경쟁에서 뒤처질 것이 분명해지면 전쟁의 위험성이 높아졌던 역사적 사례를 들기도 한다. 즉 중국의 대만 침공이 가시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경고한다. 어떤 경우이든 한국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크다.

◆경제안보 위해 만반의 대비해야

경제안보를 지키기 위해서는 만반의 대비가 필요하다. 99%의 가능성에 올인하는 것이 아니라 1%의 가능성에도 대비하는 것이 안보의 핵심이다. 날계란은 한 그릇에 담지 말라는 말은 너무도 평범하지만 진리다. 위기 발발의 가능성이 감지되면 대응책을 가동해야 한다.

위험을 분산하는 외교적 행보가 그 어느때 보다 요구된다. 일본의 기시다 총리가 북한과 조건 없이 정상회담을 할 용의가 있음을 수차례 언급한다.

한·중·일 정상회담이 조만간 서울에서 개최된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중국과 북한 방문을 준비 중이다. 시진핑 중국 주석은 미-중 정상회담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 세계 주요국 정상들이 바쁘게 움직인다. 우리나라도 세계 주요국 중 하나에 포함된다. 이중 위기의 경고등을 주목하며 모두가 분주한 가운데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 경제안보 사수에 나서야 할 때다.

[용어설명]

◆쌍 순환 전략

쌍 순환 전략은 외적으로 해외 시장을 유지하면서 대내적으론 내수 위주의 자립경제에 집중해 지속적인 발전을 이루겠다는 중국의 경제 전략이다. 시진핑 국가주석이 지난 2020년 5월 처음으로 제시한 전략으로 30년 전의 덩샤오핑이 주창했던 쌍 순환을 수정해 내놨다. 이 전략은 중국이 미국과 무역 갈등, 코로나19 책임론, 홍콩과 대만 문제, 남중국해 문제 등으로 전방위적인 갈등을 빚는 상황에서 중국의 돌파구로 인식되고 있다. 중국은 과거 위안화 절하를 통해 수출업체에 도움을 주고 경제 성장률을 끌어올리는 정책에서 벗어나 위안화 강세 정책을 통해 내수를 부양하는 쪽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본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자칫 기술고립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디커플링

동조화(coupling)의 반대 개념이다. 한 나라 또는 일정 국가의 경제가 인접한 다른 국가나 보편적인 세계 경제의 흐름과는 달리 독자적인 경제 흐름을 보이는 현상을 말한다. 크게는 국가경제 전체에서, 작게는 주가나 금리 등 국가 경제를 구성하는 일부 요소에서 나타나기도 한다. 수출과 소비, 주가하락과 환율상승 등과 같이 서로 관련 있는 경제요소들이 탈동조화하는 현상을 포괄하는 개념이다. 한국경제와 미국경제는 밀접한 관련이 있어서 미국의 주가가 떨어지면 한국의 주가도 떨어지고, 반대로 미국의 주가가 오르면 한국의 주가도 오르는 것이 일반적인 현상이다. 이와 같이 미국의 주가와 한국의 주가 움직임이 같은 방향으로 가는 것을 커플링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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