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우 부산환경교육센터 이사

맨발걷기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건강을 주제로 하는 한 공영방송 프로그램에 소개된 후 관심과 인기가 가히 폭발적이다. 그동안 걷기 운동 자체가 건강에 좋다고 꾸준히 강조되어 온 데다가 장소만 적당하면 별다른 준비 없이 신발만 벗어도 손쉽게 실행할 수 있어 건강을 중시하는 50~60대 장년층을 중심으로 그 열기가 더욱 뜨거워지고 있다.

사실 걷기 운동은 가장 쉬우면서도 간단하고, 특별한 장비나 비용이 들지 않으며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안전한 운동이다. 이 분야 전문가들은 하루 30분 이상의 걷기 운동을 하면 혈액순환 증가, 심혈관 질환 예방, 호흡기 기능 증진, 스트레스 완화, 면역기능 증진, 허리와 다리 근력 증대, 내장 운동을 증가시켜 체내 노폐물 배출을 돕는 등 신체를 건강하게 해준다고 말한다.

통상적으로 걷기나 트레킹은 조금 빠르게 걷는 것이 운동이 된다고 알려져 있다. 30여분 이상 지속적으로 빠르게 걸어 몸에 땀이 날 정도가 되는 상태가 가장 효과가 뛰어나고 건강에도 도움이 된다고 한다.

하지만 어씽을 목적으로 하는 맨발걷기는 가급적 천천히 걷는 것을 권장한다. 물론 맨발이 아니어도 온몸에 피톤치드를 가득 받으며 숲속을 느긋하게 산책하거나 바닷물 찰랑거리는 해변을 걸으며 명상과 힐링을 도모하는 것만으로도 몸과 마음의 회복과 건강에 도움이 되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어씽은 그러한 활동도 반드시 ‘맨발’로 해야 하는 활동이다. 왜냐하면 어씽은 단순히 걷기나 트레킹으로 발생하는 운동의 효과보다 땅과의 접촉을 통해 발생하는 운동의 효과에 더 집중하기 때문이다. 땅과 발바닥의 직접적인 접촉을 통해 몸속에서 흐르는 나쁜 전기에너지인 정전기를 몸 밖으로 배출해내고 대신 지표면에 흐르는 좋은 전기에너지인 음전하를 몸속으로 흡수하는 데 어씽의 궁극적인 목적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씽은 반드시 맨발걷기가 기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어씽을 위해서 반드시 걸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어씽은 맨발걷기가 최고이지만 걷지 않고 맨발로 땅과의 접촉만 하고 있어도 되는 활동이다. 풀밭이나 해변에 앉거나 누워서 책을 보거나 차를 마시면서, 혹은 명상을 병행하며 몸속의 나쁜 전자파를 몰아내고 땅의 좋은 기운을 흠뻑 받아들일 수 있다.

그럼에도 맨발로 걸을 때가 가장 좋은 건 당연하다. 맨발걷기는 어씽 플러스 알파다. 그러니 발이 아프거나 부득이하게 걷기가 여의치 않은 경우가 아니라면 무조건 맨발로 걷기를 권유한다. 맨발걷기는 접지 더하기 걷기운동이다. 맨발걷기는 맨발로 지구와 접촉하는 것과 걸어서 운동하는 것 즉, 맨발의 효능과 걷기의 효능이 결합돼 땅과의 접지를 통해 인체의 유해한 독소를 배출하고, 걷기를 통해 인체를 활성화시키는 두 가지 건강 효과를 동시에 누리는 운동이다.

어씽의 최적의 장소는 흙이 있는 땅이다. 흙이 있는 땅이라면 장소는 상관없다. 집 근처의 공원, 산책로, 혹은 근교산 등의 자연환경은 어씽을 위한 이상적인 장소다. 바닷가 모래 해변은 어씽을 위한 최고의 장소다. 강이나 호수 주변 역시 어씽을 위한 좋은 장소다. 특히 바닷가 백사장 같은 물과 땅의 결합은 특별한 효과를 준다. 이와 반대로 산 꼭대기에서도 어씽은 가능하다. 산에서 어씽을 하면 자연의 웅장함과 조용한 평온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 자연과의 직접적인 접촉이 여의치 않다면 어씽 매트를 사용하는 것도 대안이다. 매트는 실내에서도 어씽 효과를 느낄 수 있게 해 준다.

어씽은 스트레스 감소, 수면 향상, 염증 감소, 면역력 향상 등 여러 가지 건강상 이점을 제공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더 나아가 자연과의 교감, 환경 보호와도 연결된다. 맨발로 자연에 다가가면서 우리는 지구를 더 깊이 이해하고 존중하게 되며, 지속가능한 삶의 일부가 되는 것이다.

원래 인간은 맨발이었고, 흙을 밟으면서 진화해 왔으나 신발이 생기면서 접지 과정이 없어지고 말았다. 맨발로 땅 위, 특히 흙길을 걷게 되면 원래 인간이 해왔던 접지 과정으로 다시 돌아가는 것이다. 땅과의 접속, 이를 통해 지구와 하나 되는 것, 이것이 바로 어씽, 맨발걷기의 본질인 것이다.

땅과의 접지는 마치 어린시절 고향을 떠났다 오랜 세월이 흐른 후 다시 고향을 찾아 온 것과도 같다. 여우가 죽기 전에 자신의 머리를 고향으로 향하듯이 수구초심의 마음으로 다시 자연의 품으로 귀환하는 순수하고도 원초적인 활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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