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개신교 주요교단 정기총회 결산 ③명성교회 논란


통합 새 총회장 김의식 목사, 세습금지법 폐기 찬성 밝혀
‘세습금지법 폐기안’ 거센 논란 끝에 1년 더 연구하기로
세습 반감 교회·교인 예장통합 이탈 이어질 거란 우려도

명성교회가 속한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이 올해 정기총회를 명성교회에서 개최했다. 세습금지법을 사실상 폐기하자는 내용의 안건은 올해 논의되지 못했다. 명성교회 총회 강행으로 교단 내부의 반발이 큰 가운데 어떤 결정을 내릴지 교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사진은 (왼쪽) 명성교회 전경. (오른쪽) 명성교회 세습 철회를 촉구하는 피켓을 든 한 교인의 모습. ⓒ천지일보 2023.09.14.
명성교회가 속한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이 올해 정기총회를 명성교회에서 개최했다. 세습금지법을 사실상 폐기하자는 내용의 안건은 올해 논의되지 못했다. 명성교회 총회 강행으로 교단 내부의 반발이 큰 가운데 어떤 결정을 내릴지 교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사진은 (왼쪽) 명성교회 전경. (오른쪽) 명성교회 세습 철회를 촉구하는 피켓을 든 한 교인의 모습. ⓒ천지일보 2023.09.14.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치유와 화해’를 강조했지만, 분열만 키웠다. 

명성교회를 둘러싼 내분과 갈등이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의 올해 제108회 정기총회에서 정점을 찍으며 그 수위를 더했다. 명성교회는 김삼환 원로목사가 아들인 김하나 목사에게 교회를 대물림하면서 세습을 금지한 교단 헌법을 어겼다는 비판을 받아온 교회다. 이런 비판에도 불구하고 예장통합 총회장(당시 부총회장) 김의식 목사는 화해와치유를 강조하며 명성교회 총회를 강행했고, 교단 내부에서는 총회 시작 직전까지 명성교회 총회 개최를 반대하는 시위가 열리면서 팽팽한 갈등을 보여줬다. 

특히 이번 총회에 세습금지법을 사실상 폐지하자는 안건이 올라오면서 예장통합과 명성교회 유착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예장통합 교단의 쟁점 중 하나인 ‘명성교회 세습’ 문제 해결에 대해 제대로 된 논의를 기대했던 교인들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세습금지법 존폐 결정 1년 유예

예장통합 108회 총회장으로 선출된 김의식 목사는 지난 9월 총회 개회 예배 설교에서 ‘치유와 화해’를 거듭 강조하며 이제는 명성교회를 용서해야 한다고 했다. 한국교회가 쇠락에 빠진 현실 인식에서 시작해 사분오열하지 말고 이제부터라도 (갈등의) 끝을 내고 하나된 힘으로 치유 받아야 한다는 뜻이다. 김 목사는 세습금지법으로 인해 교단이 지난 10년간 갈등을 겪었다며 사실상 폐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며 이목을 끌기도 했다. 그는 “개교회 담임목사를 뽑는 건 교인들의 권한”이라며 “총회가 개입하는 건 부당하다. 목사와 장로의 자녀들이 승계할 수 있는 길을 열어 주는 것이 형평성에 맞다”고 밝혔다. 또 “주님께서 하신 서로 사랑하고 용서하라는 명령은 마땅히 우리가 하나님의 자녀이자 주의종으로서 감당해야 할 의무라 생각했기 때문에 반발이 극심해도 이번 기회에 치유하고 싶다”며 향후 13개 시도별로 치유 세미나와 연합 부흥회를 통해 반대 측을 설득하고 기도하겠다고 했다.

예장통합은 2013년 11월 제98회 총회에서 한국 개신교 교단 가운데서는 세 번째로 ‘교회 세습’을 막는 법을 채택했다. 교회 세습에 대한 교계 안팎의 비판이 거센 가운데 국내에서 가장 큰 교단인 예장통합의 결정은 개신교 전반에 큰 의미를 남겼다. 

그러나 세습금지법 제정 10년째를 맞는 올해 예장통합 총회에서는 세습금지법인 헌법 제28조 6항을 폐지해달라는 안건이 올라왔다. 신임 총회장 김 목사가 밝힌 세습금지법을 폐지해야 한다는 입장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다.  

하지만 세습을 강행한 명성교회를 향한 반감이 큰 교단 내부 정서상 이를 두고 논란이 커졌다. 교단 일부 인사들은 예장통합 교단이 의도적으로 총회 장소를 명성교회로 정하더니 세습금지법안까지 폐기하려 하고 있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논란이 커지자 예장통합 총회대의원들은 ‘헌법 제28조 6항(세습금지법)을 폐지해달라는 안건을 1년 더 연구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세습금지법의 최종 운명은 오는 2024년 차기 총회의 손으로 넘어갔다. 

◆‘개교회주의’ ‘정치 행보’ 우려도

특히 이번 총회를 통해 예장통합의 ‘개교회주의’와 ‘정치적 행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신임 총회장 김의식 목사가 언급한 “개교회 담임목사를 뽑는 건 교인들의 권한으로 총회가 규제하지 않아야 한다”는 등 발언이 개교회주의를 부추기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교계에서는 ‘우리교회만 잘 되면 된다’는 논리의 개교회주의를 한국교회를 부패시키고, 통합을 가로막는 걸림돌로 보는 시각이 크다. 교회 세습 역시 전형적인 개교회 성장주의에서 비롯된 문제라고 보고 있다.  

또 예장통합 총회 임원회가 첫 모임을 국회의사당 앞에서 갖고 ‘차별금지법과 개정 사립학교법, 학생인권조례 및 동성애’에 대한 입장문을 발표한 것을 두고도 정치적 중립성이 미흡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해당 성명서에 비친 내용이 극보수주의가 기치를 내건 것과 유사하다는 점에서 균형이 한쪽으로 기울어져 중립적인 교단의 색깔이 쇠퇴하고 있다는 것이다.

예장통합에는 보수 성향과 진보 성향의 교회들이 공존한다는 점에서 통합 총회가 치우친 정치적 행보를 보인다며 교회들과 교인들이 이탈할 가능성이 있다는 시각도 나온다. 무엇보다 세습에 대한 부정적 의견이 대다수인 교계에서, 사실상 세습을 옹호하는 이번 총회의 태도는 교단의 분열까지 야기할 것이란 우려도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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