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관우 역사작가/칼럼니스트

광해군(光海君)의 전폭적인 지원에 힘입어 동의보감(東醫寶鑑)이 1610(광해 2)년에 완성됐는데 동의보감이 광해군 시대에 편찬됐다는 것은 결코 우연한 일이 아니며, 국왕(國王)으로서 백성들의 건강문제에 얼마나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는지 여부를 엿볼 수 있는 중요한 사례라고 본다.

그렇다면 광해군이 허준이 유배(流配) 중임에도 불구하고 파격적인 조치를 취해 편찬을 계속할 수 있게 배려한 동의보감이 어떠한 시대적 배경에 의해 완성된 것인지 살펴본다.

동의보감은 임진왜란(壬辰倭亂)으로 인한 굶주림과 전염병(傳染病)을 타개하기 위해 편찬됐다고 볼 수 있다.

구체적으로 전란(戰亂)이 종식될 무렵에 발생하는 질병(疾病)으로 인해 의약 전반에 대한 수요는 높아졌지만 그에 따른 공급은 많이 부족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특히 하층계급(下層階級)의 백성들이 의약의 혜택을 보기란 쉽지 않았기 때문에 중국산 약재 대신에 조선의 약재를 이용해 의료비(醫療費)를 인하할 수 있었다.

아울러 동의보감을 편찬하는 데 있어서 180여종의 서적(書籍)을 인용했다는 것인데, 여기에는 대부분 의서(醫書)들이 포함돼 있지만 경서(經書),사서(史書), 도가서적(道家書籍) 등이 포함돼 있는 것을 볼 때 허준이 다양한 분야에 걸쳐 탁월한 식견을 가졌다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러한 방대한 지식을 바탕으로 기존의 중국의 의서(醫書)를 대신할 수 있는 조선의 의서(醫書)를 편찬했으니 이것이 바로 동양 최고의 의서(醫書)로 추앙(推仰)됐던 동의보감이었다.

동의보감은 모두 다섯 편으로 구성돼 있는데 구체적으로 내경편(內景篇)을 비롯해 외형편(外形篇), 잡병편(雜病篇), 탕액편(湯液篇), 침구편(鍼灸篇)으로 구성됐는데 총 25권 25책이 편찬됐다.

내경편은 인체(人體)의 모양에서부터 일종의 생리학 개론(生理學槪論)과 오장육부(五臟六腑)의 설명을 거쳐 현재 내과의 질환에 해당되는 병증(病症)들을 수록했다.

외형편은 몸 외부에 생기는 질병(疾病)과 이비인후과를 비롯해 안과, 피부과, 비뇨기과 등의 질환을 소개했다.

잡병편은 내경편과 외형편에서 언급하지 않은 여러 가지 내과 질병들에 대해 그 질병의 병론(病論)과 병증(病症)에 대한 처방들을 수록했다.

탕액편은 당시 조선에서 흔히 사용한 약물 1천여종에 대한 효능, 적용증세, 채취법, 가공방법 등을 밝혀 놓았으며, 약물의 이름 밑에 민간에서 부르는 고을 이름을 한글로 달아놓기도 했다.

침구편은 침과 뜸을 놓는 방법과 혈(穴) 자리, 적용 증상 등을 기술해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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