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이미지.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천지일보 2023.10.05.
전기차 이미지.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천지일보 2023.10.05.

[천지일보=정다준 기자] 자동차 전동화 전환을 통한 ‘전기차 시대’가 열린 가운데 정부의 전기차 보조금 지원사격도 계속되고 있다.

보조금은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행정상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공공단체, 경제단체 또는 개인에 대해 주는 돈을 말한다. 여기서 전기차 보조금이 목적하는 바는 친환경차의 보급 확대이다.

중·대형은 최대 680만원의 보조금을, 소형은 최대 580만원의 보조금을 지원한다. 소형 전기화물차의 경우 최대 1200만원까지 전기차 보조금을 지원한다. 가격에 따른 차이도 있다. 기본가격이 5700만원 미만인 차량은 보조금 전액을, 5700만원 이상~8500만원 미만 차량은 보조금의 50%를 지원한다. 8500만원 이상 차량은 보조금을 지급하지 않는다.

최근 전기차 시장 침체로 무공해차 보급 계획에 차질이 생기자, 환경부는 지난달 25일 기본 가격 5700만원 미만인 전기차를 대상으로 자동차 회사가 내놓는 차량 할인 금액에 비례해 국비 보조금을 더 주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예를 들어 자동차 회사가 전기차 판매 가격을 200만원 내리면 보조금을 35만원 늘리고, 최대 500만원까지 내리면 보조금을 최대 100만원까지 추가 지원하는 식이다.

정부가 이처럼 전기차 보급 확대에 목을 매는 건 환경적인 측면이 크다. 먼저 지구온난화 및 기후변화협약에 따라 연료를 태워 공해물질을 내뿜어 대기를 오염시키는 내연기관차를 줄이고,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전기차를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기업 입장에서 환경을 생각한 부분도 있겠지만 전기차는 그 자체가 새로운 사업 모델이고 새로운 먹거리이기에 투자 대상이 되고 있다. 내연기관차라는 정체된 시장이 전기차로 전환되고 있는 셈이다.

특히 국내 현대차·기아의 경우 글로벌 전통 자동차업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기 위해 전동화 전환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적이다. 0에서부터 다시 시작하는 전기차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다만 최근 전기차 성장세에 제동이 걸린 듯하다. 환경부에 따르면 올해 8월까지 국내에서 판매된 전기승용차는 6만 7654대로 전년 동기(7만 1744대) 대비 4090대, 5.7%나 줄었다. 상반기(1~6월) 기준 전기차 판매대수는 7만 8977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6만 7848대)보다 16.4% 증가한 데 그쳤다. 지난해 상반기 판매 성장률인 76.1%와 비교하면 증가 폭이 크게 꺾였다. 전체 친환경차 판매대수 중 전기차가 차지하는 비중도 2022년 상반기 32.4%에서 올해 상반기 29.9%로 줄었다.

전기차에 대한 인기가 식은 이유에는 전기차를 살 사람들은 대부분 구매했다는 점과 충전 스트레스, 보조금 감소, 충전 비용 상승 등이 거론된다. 특히 실사용자들은 긴 충전 시간과 인프라에서 큰 불편을 겪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임오경 의원이 관계 부처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급속·완속 전기차 충전기는 올해 5월까지는 24만 695대(완속 충전기 21만 5147기, 급속 충전기는 2만 5548기) 보급된 상태로 충전기 1기당 전기차는 1.9대 수준이다. 유럽(13대), 세계 평균(10대), 중국(8대)을 크게 앞선다. 하지만 문제는 설치 이후다. 양적 팽창에만 집중하다 보니 상대적으로 관리·운영이 미비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충전기가 고장 난 채 방치되거나 이용률이 떨어지는 지역에 설치되는 등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

전기차 시대에 접어들었지만, 전기차 충전 인프라가 잘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전기차 판매를 시작해 여전히 불편이 따르는 상황이다. 정부와 기업 입장에서는 빠른 도입으로 전기차 시대를 선도하고, 시장을 선점해 좋겠지만, 그로 인해 겪는 불편은 오로지 소비자의 몫이다.

2019년 우리나라가 세계 최초 상용화했던 5세대 이동통신(5G)을 생각해 봐야 한다. 당시 정부와 기업들이 앞장서 ‘세계 최초’라며 떠들었지만 4년이 지난 현재 인프라 부족에 ‘5G 불통’이라며 품질 문제로 집단소송이 제기되는 등 과거의 영광은 사라진 지 오래다. 정부와 기업이 정말 전기차 보급 확대를 원한다면 단순히 보조금을 지원하는 것에 그치는 게 아니라 소비자가 믿고 살 수 있는 안전성과 편리하게 쓸 수 있는 인프라를 갖추는 것이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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