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겨냥 “불량 판사” 비난
檢“ 누구도 법 위에 설 수 없어”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뉴욕 맨해튼법원에서 열린 금융사기 의혹 관련 민사재판에 출석해 법정의 피고석에 앉아있다. (AP/뉴시스) 2023.10.03.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뉴욕 맨해튼법원에서 열린 금융사기 의혹 관련 민사재판에 출석해 법정의 피고석에 앉아있다. (AP/뉴시스) 2023.10.03.

[천지일보=최혜인 기자] 미 전·현직 대통령 중 최초로 형사 기소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여러 혐의 중 사기 혐의 관련 민사 재판장에 서서 자신의 무고함을 주장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2일(현지시간) 자신의 트럼프 타워 인근의 뉴욕 법원에 도착해 사기 혐의로 기소한 판사와 뉴욕 검사들을 비난했다고 가디언지 등 외신이 이날 전했다.

검찰 측은 3년간의 조사를 바탕으로 트럼프가 최소 2억 5000만 달러(약 3400억원) 이상 규모의 사기 행위를 벌였다고 보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산 중 뉴욕의 저택과 최고급 아파트·빌딩·골프장, 영국의 골프장 등 23개에 이르는 자산가치를 수십억 달러까지 부풀렸다는 의혹이다. 이날 레티샤 제임스 뉴욕주 법무장관 겸 검찰총장도 지난 2011년부터 2021년까지 거짓된 재무 보고서를 써서 장부상 자신의 사업들을 부유하게 만들었다고 트럼프를 비난했다.

이번 재판은 그가 받는 형사재판 4건과 별개의 민사 재판으로, 단독 재판이어서 배심원이 자리하지 않은 채 진행됐다. 이 사건을 심리하는 뉴욕주 대법원 판사인 아서 엔고론이 유일한 판결권자다. 민사 재판이기에 유죄가 확정되거나 법정에 출석하지 않아도 감옥에 가지 않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전날 이례적으로 “법정에 가서 내 이름과 명예를 지키기 위해 싸울 것”이라며 자진 출석 의사를 밝혔다.

실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법정으로 들어가면서 이를 전면 반박했다. 그는 “이것은 역사상 가장 지독한 마녀사냥”이라면서 재판부를 겨냥해 “불량 판사가 재판을 주관하고 있다”고 피력했다. 이에 반해 제임스 검찰총장은 “트럼프가 아무리 강력한 권력을 가지고 있거나 얼마나 많은 돈을 가지고 있더라도, 그 누구도 법 위에 있지 않다”며 재판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으로부터 공격받은 엔고론 판사는 자신에 대해 “많은 것에 대해 조금씩 알고 있는 사람이지만 잘 알고 있는 한 가지는 사기의 법적 정의”라면서 사기의 구성 요소를 설명한 뒤 진술이 거짓임을 알고 거짓을 정당화하는 행위가 사기에 포함된다는 점을 부연했다. 그러면서 “피고가 사는 세상은 임대료 규제를 받는 아파트와 규제받지 않는 아파트의 가치, 그리고 규제지역 토지와 비규제지역 토지의 가치가 똑같다”면서 대출을 위해 가치를 부풀렸다는 원고 측 주장 일부를 수용했다.

재판장에서 케빈 월러스 주 검사는 트럼프에 대한 사건의 개요를 설명하면서 트럼프와 다른 피고인들이 “거짓임을 알면서도 진실인 것처럼 진술함으로써 법을 위반했다”고 했다. 이어 “피고인들은 자신들이 가치 평가 과정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주장하지만, 의도에 대한 충분한 증거가 있다”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순 자산을 8억 1200만 달러(약 1조 1000억원)에서 22억 달러(약 3조원) 안팎으로 과장했다는 ‘결정적인 증거’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이날 첫 일정을 개시한 정식 재판은 오는 12월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가운데)이 4일(현지시간) 뉴욕 맨해튼 형사법원에서 기소인부절차를 밟고 있다.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가운데)이 4일(현지시간) 뉴욕 맨해튼 형사법원에서 기소인부절차를 밟고 있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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