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합동과 통합의 정기총회가 막이 올랐다. 사진은 (왼쪽) 예장통합 제108회 정기총회가 서울 강동구 명성교회서 열린 모습. 예장합동 제108회 정기총회가 대전 새로남교회서 열린 모습. (출처: 기독신문, 예장통합 유튜브 캡처)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합동과 통합의 정기총회가 막이 올랐다. 사진은 (왼쪽) 예장통합 제108회 정기총회가 서울 강동구 명성교회서 열린 모습. 예장합동 제108회 정기총회가 대전 새로남교회서 열린 모습. (출처: 기독신문, 예장통합 유튜브 캡처)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여러분들도 아시다시피 (예장합동) 총회 초유의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1000만원 뇌물 사건이 발생했는데 이 문제가 해결되기 전까지 선거 진행을 해선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합동 성남노회 정모 목사는 18일 대전 새로남교회에서 열린 제108회 예장합동 정기총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정기총회 첫째날인 이날 108회기 총회를 이끌 총회장 등 새 임원진을 선출하는 선거를 진행하려는 도중 시작 직전에 발언대로 나와 선거 진행 절차에 이의를 제기한 것이다. 

예장합동에서는 총회를 앞두고 ‘1000만원 돈봉투 의혹’이 불거져 논란이 일었다. 예장합동 부총회장에 출마한 성남노회 소속 A장로가 선관위원 B장로를 통해 선관위 핵심 관계자 C목사에게 1000만원을 전달했다는 것이다. 

A장로는 청탁 사실을 극구 부인했지만, 예장합동 선관위는 조사 결과 A장로가 B장로를 통해 C목사에게 1000만원을 실제 전달했다고 판단, A장로를 부총회장 후보에서 탈락시켰다. 

정 목사는 “그 돈은 A장로와 상관이 없다는 것을 확인했는데 후보가 탈락했고 재심 청원을 했지만, 선관위는 기간이 지났다는 이유로 기각했다”며 “사안을 총회 정치부로 올렸는데, 조사를 해서 결과가 나올 때까지 장로부총회장 선거를 보류해달라”는 취지로 요청했다. 

하지만 선거는 예정대로 진행됐고 곳곳에선 야유가 쏟아져 나왔다. 이에 총회장은 “발언자에게 기회를 드린 것은 총대들이 잘 아시고 참고하시라고 드린 말씀”이라며 선거를 미룰 수 없다는 취지의 설명을 했으나 불만은 수그러들지 않았다. 어수선한 분위기 속 장로부총회장 선거 보류는 결국 무산됐고 장로부총회장은 이날 단독 후보로 나온 D장로가 무투표 당선됐다. 

9월을 맞아 주요 개신교단들의 정기총회가 일제히 개막했다. 1년에 단 한번 교단을 이끌고 교회를 지도하는 수백명의 대표자들이 모여 교단의 건전하고 균형 있는 발전을 도모하고  화합하기 위한 장이다. 하지만 기자가 취재를 하며 현장 분위기를 봤을 때 ‘갈길이 멀다’는 생각이 들었다. 올해 ‘명품 총회’라는 타이틀을 건 예장합동 총회에서 금권선거 의혹으로 시끄러운 것만 봐도 그렇다. . 

어디 그뿐인가. 회무 도중 휴대전화 벨소리가 곳곳에서 울리고, 집중 대신 담소를 나누고, 장시간 자리를 이탈하는 총대(총회대의원)들의 모습에서는 도무지 주인정신이 느껴지지 않았다. 이는 기자 혼자만의 생각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이날 예장합동 108회기 신임 총회장으로 선출된 오정호 목사는 “교회 예배 중에도 휴대전화가 울린 적이 단 한 번도 없는데 대한민국에서 최고의 품격과 지성과 영성이 가진 분들이 모였는데 (이럴수가 있는가)”라면서 “성도들이 없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며 휴대전화를 숙소에 놓고올 것을 공개적으로 지시하기도 했다. 

어느 샌가부터 교단 총회는 ‘정치판’으로 변질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교단 발전과 사역을 위한 협력보다 정치적 이득을 챙기려는 자들이 난무한다는 것이다. 

한 교단 내부 관계자는 “총회 총대나 임원이 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목사와 장로들이 적지 않다”고 말한 적이 있다.

총대들이 자신의 사명에 대한 책임의식을 되찾을 때, 교단 총회도 온전히 작동할 것으로 보인다.

사명은 뒷전으로 한 채 오롯이 감투에만 열을 올리는 지도자라면, 성직을 버리고 세상 명예와 자랑을 위해 살아가는 것이 마땅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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