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금희 ㈔글로벌한문화희망봉사회 이사장 인터뷰

결혼 이주여성부터 다문화 자녀까지 4년간 사랑으로 돌봐

언어•미술 등 다양한 교육으로 강점 찾기 프로그램 운영

“복지 사각지대 놓인 다문화 자녀에 따뜻한 손길을”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이금희 ㈔글로벌한문화희망봉사회 이사장이 지난 24일 서울 강동구에 위치한 사무실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3.09.26.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이금희 ㈔글로벌한문화희망봉사회 이사장이 지난 24일 서울 강동구에 위치한 사무실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3.09.26.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다문화 아이들은 한국말이 서툰 엄마를 창피해하고 가정 내에서 원활한 소통을 하지 못해 비뚤어지는 경우가 많아요. 다문화 아이들도 우리 사회 훌륭한 구성원이 될 수 있도록 긍지를 심어주는 교육이 필요합니다.”

이금희 ㈔글로벌한문화희망봉사회 이사장은 지난 24일 천지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다문화 가정에서 어머니의 역할을 강조했다.

어머니가 한국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면 아이들 역시 성장하면서도 부적응에 시달린다는 것이다. 이 이사장은 “한국에서 태어났지만, 한국말이 서툰 외국인 엄마가 양육하다 보니 언어지능도 부족하고 학교에서도 부적응하고 심리적으로 안정을 느끼지 못하는 아이들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다문화가족 100만 시대다. 이주노동자, 결혼이주여성, 유학생 등 장기체류자는 해마다 100만명씩 한국으로 입국하고 있으며 앞으로 그 인원은 계속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외교부는 750만명의 재외동포를 위해 재외동포청을 신설했으며 법무부는 250만명의 국내 거주 외국인을 위해 이민청 신설을 준비하고 있는 등 대한민국이 다문화 사회를 넘어 다문화 국가로 나아가는 중이다.

그러나 다문화 가정의 현실은 녹록지 않다. 이금희 이사장은 “언어·문화 차이로 인한 남편과의 갈등 또 시부모와의 갈등, 자녀와의 소통과 경제적 어려움 등 결혼 이주여성들이 많은 문제로 고통받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다문화 가정 아이들이 문화가 다르고 언어소통이 잘 안 되는 엄마와 생활을 하다 보니 또래보다 언어지능이 떨어지고 학교생활에서 따돌림을 받는 경우가 빈번하다”고 설명했다.

실제 다문화 가정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자녀교육 적응도는 40% 미만, 학업 적응도는 실질적으로 10% 미만이라고 한다. 이와 같은 수치는 다문화 자녀들이 학습과 학교 적응에서 소외된 채 사회적으로 고립돼 있음을 보여준다고 이 이사장은 설명했다.

이 이사장은 2015년부터 이주여성과 다문화 가정을 위한 지원에 나서고 있다. 8살 무렵 할머니를 따라 호주로 이민을 갔던 이 이사장은 이주여성들과 다문화 가정 아이들의 아픔과 고충에 공감할 수 있었다고 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이금희 ㈔글로벌한문화희망봉사회 이사장이 지난 24일 서울 강동구에 위치한 사무실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3.09.26.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이금희 ㈔글로벌한문화희망봉사회 이사장이 지난 24일 서울 강동구에 위치한 사무실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3.09.26.

글로벌한문화희망봉사회는 2019년 문을 열면서 언어와 문화 교육을 활용한 이주여성과 다문화가정 아이들의 한국 적응을 궁극적 목표로 지원에 나서고 있다.

특히 ‘한문화’라는 단어는 ‘한국문화’의 줄임말로, 결혼 이주여성들이 한국 국민으로서 한국정착을 이룰 때까지 한국문화 적응을 돕는다는 이 이사장의 포부가 담겨있다. 서울 강동구에 있는 70평 남짓의 한문화희망봉사회 사무실 겸 센터에서 지원받는 20여명은 결혼 이주여성들의 미취학 자녀부터 고등학 자녀까지 연령대가 다양하다. 이 이사장은 “한국 이주 후 젊은 외국인 엄마들은 언어부터 문화 적응까지 아이 양육에 대해 완전히 무방비 상태에 놓인다”며 “열악한 환경에 내팽개쳐진 아이들의 안타까운 현실을 외면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곳에서는 다문화 가정 아이들의 언어교육부터 미술 교육, 한국문화 및 자국 문화 교육 등이 이뤄지고 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다문화 가정 자녀들은 꿈을 찾아간다고 이 이사장은 설명했다. 처음에는 정체성을 찾지 못해 위축되던 아이들이 다양한 교육을 거치면 놀랄 만큼 변한다고 한다. 이 이사장은 지난 2021년 서울시 공모사업을 통해 진행된 다문화 아이들을 위한 ‘글로벌 꿈의 학교’를 성공적인 프로그램으로 꼽았다.

“다문화 아이들의 강점을 살려줄 수 있는 프로그램을 통해 아이들 스스로 재능을 찾으면서 자존감이 많이 회복되는 것을 보고 놀라웠어요. 특히 상처를 받아 마음의 문을 닫은 아이들이 미술을 통해 자기의 속마음을 그림으로 표현하고, 그 의미를 설명하는 것을 보면서 기특해 눈물이 나기도 했어요.”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글로벌한문화희망봉사회의 미술 프로그램에 참여한 다문화 가정 아이들이 직접 그린 작품.  ⓒ천지일보 2023.09.26.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글로벌한문화희망봉사회의 미술 프로그램에 참여한 다문화 가정 아이들이 직접 그린 작품. ⓒ천지일보 2023.09.26.

한마디의 한국말도 못해 학교에서도 침묵을 지키며 정서 심리적으로 불안했던 소녀 윤희는 이 이사장의 가슴에 남은 아이다. 윤희는 이 이사장의 권유로 미술 프로그램에 참여한 뒤 재능에 두각을 나타냈다. 다양한 기법의 그림을 통해 외로움과 고독 등을 표현하며 마음을 열기 시작했다.

그는 “학교나 집에서 위축돼 있던 아이들이 모여 또래와 즐거운 활동을 함께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유대를 쌓게 된다”며 “프로그램을 진행할수록 아이들이 점차 센터에 나와 친구들과 보내는 시간이 더 길어지고, 밝아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민간 단체인 한문화희망봉사회는 개인 후원금 등으로 운영되고 있다. 프로그램 등을 운영하기에 재정이 열악한 상황이다. 돌봐야 할 아이들은 늘고 있지만, 치열한 경쟁률로 지자체 공모사업은 탈락하고 코로나19를 거치며 후원처마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안정적인 재정으로 다문화가정 아이들의 꿈을 지원해주고 싶다는 게 이 이사장의 소망이다.

그는 “국민들은 다문화 가정에 대한 혜택이 많은 줄 알고 있으나 다문화 가정을 위한 국가적 지원 상황은 여전히 미흡하다”며 “다문화 시대는 이제는 선택이 아닌 필수며 더불어 살아 가야 한다. 다문화 가정 아이들이 꿈과 희망 학업에 도전할 수 있게 도움을 주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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