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근혜 대통령(오른쪽에서 세 번째)이 3일 오전 중국 베이징 톈안먼에서 열린 ‘항일전쟁 및 세계 반파시스트 전쟁 승전 70주년(전승절)' 기념행사에 참석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맨 오른쪽), 푸틴 러시아 대통령(오른쪽 에서 두 번째), 반기문 UN사무총장(왼쪽에서 두 번째) 등 각국 정상들과 함께 성루에 서 있다. (사진출처: 연합뉴스)

中전승절 행사 참석… 인민해방군 열병식 참관
시진핑·푸틴과 나란히… 달라진 한중관계 위상

[천지일보=임문식 기자]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한중러 정상이 3일 중국 톈안먼(天安門) 성루에 나란히 섰다. 오전 10시부터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항일전쟁 및 세계 반파시스트 전쟁 승전 70주년(전승절)’ 행사에서다. 특히 박 대통령은 시진핑 주석의 오른쪽 두 번째 자리에서 중국군의 군사퍼레이드(열병식)를 참관했다. 더욱 가까워진 한중 간 밀월관계를 반영한 것으로 분석된다.

열병식에선 시진핑 주석을 기준으로 푸틴 러시아 대통령, 박 대통령, 나자르바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 카리모프 우즈베키스탄 대통령, 반기문 유엔사무총장 내외가 오른쪽으로 나란히 섰다.

박 대통령이 천안문 성루에 오른 것은 우리나라 대통령 사상 최초다. 북한 정상은 지난 1954년 이곳에 오른 적 있다. 당시 중국 건국 5주년 기념식에 참석했던 김일성 주석은 마오쩌둥(毛澤東) 국가주석과 함께 열병식을 지켜봤다. 북한과 중국이 이른바 ‘항미원조(抗美援朝)’ 전쟁을 위해 함께 싸운 혈맹국임을 과시했던 자리다.

그런데 61년 만에 자리가 바뀌게 됐다. 박 대통령은 이날 시진핑 주석의 오른쪽 두 번째 자리에서 인민해방군의 열병식을 지켜봤다. 북한이 최우방국으로 여기는 러시아 푸틴 대통령 다음 자리다. 이처럼 한국 대통령이 최고 귀빈 자리에 오른 것은 한중관계의 달라진 위상과 동북아 안보지형의 변화를 극적으로 보여준 것으로 평가된다.

반면 북한 대표로 참석한 최룡해 노동당 비서는 오른쪽 끝으로 밀려났다. 최 비서는 이번 전승절 행사에 참석하지 않은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대신 왔다. 하지만 시 주석과의 거리는 멀었다. 북중관계의 현주소를 극명하게 드러내는 대목이다.

북한과 중국은 이미 북한의 계속되는 무력 도발로 소원해진 상태다. 중국은 북한이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 무력 도발 등으로 역내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킬 때마다 경고성 발언을 하는 등 불편한 속내를 감추지 못했다.

한편 중국은 최첨단 무기가 총동원된 열병식을 통해 ‘군사굴기’의 의지를 대외에 과시했다. 사상 최대 규모로 열린 열병식에선 미국 항공모함 등을 공격할 수 있는 중거리 탄도미사일(IRBM) ‘둥펑-21D(DF-21D)’와 ‘둥펑-26(DF-26)’이 처음으로 위용을 드러냈다. 또 미국 본토를 공격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둥펑(東風·DF)-31A’ 등 미사일 100여기와 전투기, 폭격기, 함재기, 해상초계기 등이 선보였다.

열병식은 군 병력 1만 2000여명과 500여대의 무기 장비, 200여대의 군용기가 동원된 가운데 치러졌다. 시 주석은 기념사에서 “중국이 평화발전의 길을 걸으며 패권주의를 추구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포하고 인민해방군 30만명 감축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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