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김민철 기자] 국정 쇄신을 촉구하며 병상 단식까지 돌입했던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단식 24일째인 23일 단식을 중단키로 했다. 당무위원회가 단식 중단 요청을 의결한 데다 본격적인 회복 치료와 함께 법원 출석 등 코앞에 닥친 주요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서다.
이와 관련해 천지일보는 이 대표와 함께 과거 주요 정치인들의 단식 사례들을 살펴봤다.
◆24일간 단식한 이재명
이재명 대표는 지난달 31일 당대표 취임 1주년을 맞아 무기한 단식에 돌입했다. 이 대표는 윤석열 정부에 ▲민생 파괴 민주주의 훼손에 대한 대국민 사과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반대 입장 표명 및 국제해양재판소 제소 ▲국정 쇄신 및 개각 등을 요구했다.
이 대표는 단식 12일 차에 말이 어눌해지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14일 차엔 의료진이 단식 중단할 것을 강력 권고를 받기도 했다. 이 대표는 단식 15일 차에 접어들어선 지팡이를 짚고 이동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단식 18일 차에는 민주당 의원들이 이 대표에 단식 중단 뜻을 강하게 밝혔으나 이 대표는 단식을 이어갔다. 19일 차엔 건강이 악화돼 여의도 인근 성모병원으로 후송됐다가 녹색병원에 입원했다.
이 대표가 병상 단식까지 이어갔지만 정치권 안팎에서는 출퇴근 단식, 웰빙 단식 등의 비판이 쏟아졌다. 이 대표는 입원하기 전 당시 오전 10시부터 오후 10시까지만 농성 단식을 하고 나머지 12시간은 국회 당대표실에서 휴식을 취하는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또한 비명(비이재명)계 의원들을 중심으로는 이 대표가 정기국회와 검찰 출석을 앞두고 단식을 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목소리가 나오며 “방탄 단식”이라는 오명도 들려왔다.
이후 민주당 의원들이 22일 오전 서울 중랑구 녹색병원에서 병상 단식을 이어가고 있는 이 대표를 찾아 단식 중단을 요청했다. 이 대표는 “뜻을 알았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 23일간 단식 한 김영삼 전 대통령
전두환 정권 당시 야당 지도자였던 김영삼 전 대통령은 1983년 5월 18일 민주화 5개항 요구 성명을 발표하고 단식 농성을 벌였다. 5개 요구사항은 언론 통제 전면 해제, 정치범 석방, 해직 인사 복직, 정치 활동 규정 해제, 대통령 직선제를 통한 개헌 등이다.
전두환 정권은 5개 요구사항 모두를 관철하지 않았지만 단식을 통해 민주화 투쟁 세력을 하나로 결집하는 결과를 만들어냈다. 당시 전두환 대통령이 김영삼 전 대통령을 서울대병원에 입원시켰으나 김영삼 전 대통령은 계속해서 단식을 이어갔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동료 의원과 사회 원로 등의 설득 끝에서야 23일간 이어진 단식을 마쳤다.
◆ 김대중 전 대통령, 13일간 단식투쟁
평화민주당 총재였던 김대중 전 대통령은 1990년 지방자치제 전면 실시 등을 요구하며 단식을 벌였다. 당시 3당 합당을 통해 탄생한 거대 여당 민자당이 지방자치제 약속을 어기고 내각제 개헌을 추진한 것에 대한 투쟁이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여당의 독주를 막기 위해 13일간 단식을 벌인 것이다. 이로 인해 1991년 지방선거가 열리고 1995년 자치단체장 선거가 실시됐다.
◆단식 9일간 진행한 김성태
당시 야당인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는 2018년 5월 더불어민주당원 댓글조작 사건(드루킹 사건) 특검 도입을 촉구하며 무기한 단식투쟁에 돌입했다. 드루킹 사건은 더불어민주당원과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가 프로그램을 이용해 당시 19대 대선에 출마한 문재인 후보와 민주당에 유리하도록 여론조작을 벌인 사건이다.
김 원내대표는 단식 3일 차 괴한의 피습을 받거나 8일 차 호흡곤란으로 병원에 이송되는 일도 발생했다. 김 원내대표는 9일간 우여곡절 단식 끝에 여아의 드루킹 특검 합의를 이끌어내는데 성공했다.
◆황교안, 9일 동안 단식 투쟁
자유한국당을 이끈 황교안 전 대표는 2019년 11월 문재인 정부에 ▲한일 군사정보보호 협정(GSOMIA) 파기 철회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반대 ▲선거법 개정안 반대 등을 촉구하며 단식투쟁에 나섰다.
황 전 대표는 단식 3일 차 지소미아 종료 유예 결정 후에도 단식 농성을 이어갔다. 지소미아 문제는 해결됐으나 공수처 설치 반대 및 선거법 개정안 반대 등은 해결되지 않은 이유에서다.
황 전 대표는 단식 5일 차부터 단백뇨 증상이 나타나는 등 건강이 급격하게 악화됐고 8일 차엔 의식을 잃고 응급실로 이송되기도 했다. 그는 병원으로 이송된 후 가족, 의사 만류로 9일 차에 단식을 중단했다.
황 전 대표는 지소미아 종료 연장에도 단식을 이어나가 명분을 잃었고 여권과 야당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