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로코 구조대원들이 9일(현지시간) 지진 진앙과 가까운 알 하우즈 지역의 잔해 속에서 수색 작업을 펼치고 있다. (AFP/연합뉴스) 2023.09.11.
모로코 구조대원들이 9일(현지시간) 지진 진앙과 가까운 알 하우즈 지역의 잔해 속에서 수색 작업을 펼치고 있다. (AFP/연합뉴스) 2023.09.11.

[천지일보=최혜인 기자] 북아프리카 모로코에 규모 6.8의 강진이 강타하면서 사망자 수가 2100명을 넘기는 등 피해가 급증하고 있다. 대부분 잠이 든 심야 시간대 미처 피할 새도 없이 지진으로 집이 와르르 무너져 내리면서 변을 당한 것으로 파악됐다.

10일(현지시간) 모로코 내무부는 이날까지 서남부 마라케시를 중심으로 2112명이 숨지고 2421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부상자 중 1500여명은 중상이거나 위독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에 따르면 이번 지진은 120여년 만에 모로코를 강타한 최대 규모 지진으로 기록됐다.

구조 당국이 인력·물자난 속에 건물 잔해더미에 깔린 사람들을 구조하고자 사투를 벌이는 사이 72시간으로 여겨지는 ‘골든타임’이 코앞으로 다가오고 있다.

국제적십자사연맹(IFRC)은 이날 “앞으로 24∼48시간이 생존자 구조에서 매우 중요한 시간”이라고 밝혔다. 지진이 현지시각으로 지난 8일 오후 11시 11분 무렵 발생한 점을 고려하면 골든타임은 하루 정도가 남은 셈이다.

그러나 구조 당국은 진앙 인근에 거주하는 주민만 17만 200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지만 장비와 인력 부족으로 구조에 난항을 겪고 있다. 72시간이라는 골든타임(재난 시 생존 가능 시간)이 코앞으로 다가온 긴박한 상황 속에서도 구조대원들과 주민들은 맨손으로 무너진 건물 잔해를 들어 올리거나 곡괭이질을 하며 수색과 구조를 이어가는 처지다.

강진이 발생한 북아프리카 모로코 마라케시 외곽의 한 산악 마을에서 9일(현지시간) 주민들이 대피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2023.09.11.
강진이 발생한 북아프리카 모로코 마라케시 외곽의 한 산악 마을에서 9일(현지시간) 주민들이 대피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2023.09.11.
지난 9일(현지시각) 모로코 마라케시 외곽 마을에서 한 남성이 지진으로 숨진 형제를 매장한 후 흐느끼고 있다. (AP/뉴시스) 2023.09.11.
지난 9일(현지시각) 모로코 마라케시 외곽 마을에서 한 남성이 지진으로 숨진 형제를 매장한 후 흐느끼고 있다. (AP/뉴시스) 2023.09.11.

지진은 산악 지형으로 이뤄진 마라케시 남부에서 발생했다. 마라케시는 모로코의 옛 수도이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 있는 중세의 고도(古都)다. 베르베르인의 알모라비드 왕조가 1070년~1072년 사이 만든 도시로 베르베르어로 ‘신의 땅’으로도 불린다.

USBS는 이번 강진으로 사망자가 1000명∼1만명일 가능성이 35%로 가장 높다고 봤다. 하지만 1만명~10만명에 이를 가능성도 21%, 10만명 이상이 될 경우의 수도 6%가량 되는 것으로 추산했다. 경제적으로는 10억 달러∼100억 달러(약 1조 3370억∼13조 3700억원) 수준의 손실이 발생할 가능성이 37%로 추정됐다.

인명피해가 급증하면서 ‘신의 땅’으로 불리던 마라케시는 통곡의 땅으로 변했다. 잔해 곳곳과 병원 밖에는 담요에 싸인 시신들이 줄지어 놓여 이곳이 대참사를 겪은 곳이라는 사실을 알려준다.

잠든 사이 싸늘한 주검으로 변한 가족을 품에 안은 이들이나, 그렇게도 못 한 채 잔해 속에 깔린 가족을 둔 주민들로부터 곳곳에 오열과 절규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지진으로 4명의 가족을 잃었다는 위르간 출신 모하메드(50대)는 “두 자녀만 살아남고 모두를 잃었다. 집도 눈앞에서 순식간에 사라졌다”고 슬퍼했다.

10일(현지시간) 모로코 대지진 희생자 유족들이 물레이 브라힘에서 열린 2명의 장례식에서 슬퍼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2023.09.11.
10일(현지시간) 모로코 대지진 희생자 유족들이 물레이 브라힘에서 열린 2명의 장례식에서 슬퍼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2023.09.11.

산악 마을인 아스니 주민 파티마(50)도 “집이 무너지기 직전에 간신히 아이들을 데리고 뛰쳐나갔다. 이웃집도 무너졌는데 2명이 잔해 아래에 깔렸다고 한다”고 CNN에 전했다. 그나마 시신을 찾은 유가족들은 마을에서 장례식을 치르고 있다. 아미즈미즈의 한 주민은 “이번이 17번째 장례식”이라며 “집도 음식도 없다. 직장·학교 모든 게 끝났다”고 하소연했다.

마라케시 남부 아스니 지역에 사는 오마르 바죠우는 “처음에는 비행기가 우리 집 위에 떨어진 줄 알았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주변의 이웃집, 특히 진흙 벽돌로 된 집들은 대부분 무너져내렸고, 다른 집들도 큰 균열이 생겨 언제 무너지더라도 이상하지 않을 상태가 됐다”며 “여기저기 먼지가 날리고 비명이 들리는 등 마을이 순식간에 아비규환이 됐다”고 가디언지에 설명했다.

지진을 겪은 이들은 트라우마를 호소했다. 집이 무너지면서 남편이 머리를 심하게 다쳤다는 사이다 보드치치씨는 “가장이 크게 다쳐 우리 여섯 식구의 미래가 걱정된다. 지금은 신(神) 외에는 누구도 의지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반면 이번 대지진 여파가 수개월 더 이어질 거란 점이 우려를 더한다. IFRC는 올해 초 튀르키예·시리아 대지진 때의 경우를 들어 이번 사태 해결에도 최소 수개월이 소요될 거라고 내다봤다.

모로코군이 9일(현지시간) 마라케시 타페가그테의 무너진 한 주택에서 시신을 수습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2023.09.11.
모로코군이 9일(현지시간) 마라케시 타페가그테의 무너진 한 주택에서 시신을 수습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2023.09.11.
10일(현지시간) 모로코 아미즈미즈 은탈라 마을에서 한 여성이 지진의 여파로 파괴된 건물 잔해 위에서 슬퍼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2023.09.11.
10일(현지시간) 모로코 아미즈미즈 은탈라 마을에서 한 여성이 지진의 여파로 파괴된 건물 잔해 위에서 슬퍼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2023.09.11.
10일(현지시간) 강진이 발생한 북아프리카 모로코 마라케시 아미즈미즈 인근의 한 마을에서 자원봉사자들이 시신을 수습하자 유가족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지난 8일 모로코에서 규모 6.8의 강진이 발생해 2000명 이상이 사망했다. (AFP=연합뉴스) 2023.09.11.
10일(현지시간) 강진이 발생한 북아프리카 모로코 마라케시 아미즈미즈 인근의 한 마을에서 자원봉사자들이 시신을 수습하자 유가족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지난 8일 모로코에서 규모 6.8의 강진이 발생해 2000명 이상이 사망했다. (AFP=연합뉴스) 2023.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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