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환으로 둘러싸인 학교에
교사들, 눈물의 추모 행렬
교육부 “9.4 집회 엄정 대응”

(서울=연합뉴스) 2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대로에서 열린 '50만 교원 총궐기 추모 집회'에서 지난 7월 숨진 서이초 교사의 대학원 동기들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2023.9.2.
(서울=연합뉴스) 2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대로에서 열린 '50만 교원 총궐기 추모 집회'에서 지난 7월 숨진 서이초 교사의 대학원 동기들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2023.9.2.

[천지일보=김민희 기자] “공교육 멈춤의 날 저희(교사)는 아마 아플 예정입니다.”

지난 2일 오전 서울 양천구 신목초등학교를 찾은 4년 차 초등 교사 이모(30, 남)씨는 “몸을 사리는 교육부나 그 뒤에 숨어있는 관리자들이 너무 야속하다”며 이렇게 말했다.

이씨는 이날 오후 열리는 교사 집회에 참석하기 전 사망한 신목초 교사를 추모하기 위해 학교를 찾았다. 이씨는 “학교는 이 상황에서 무풍지대로 남고 싶은 것 같다”며 “(학교 측에서) 연가‧병가를 허가해 줄 수 없는 건 물론 재량 휴업, 단축 수업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한다”고 전했다.

오는 4일 숨진 서이초 교사의 49재를 기리는 ‘공교육 멈춤의 날’을 앞두고 현직 초등 교사 2명이 또다시 목숨을 끊는 일이 발생해 교사들의 분노가 커지고 있다.

경찰과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오후 7시께 신목초 교사 A씨가 경기 고양시 덕양구의 한 아파트에서 극단 선택을 했다. 올해로 14년 차 교사인 A씨는 초등학교 6학년 담임을 맡고 있었다. A씨는 사망 전날까지 질병 휴직 중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1일에는 전북 군산시 동백대교 인근 해상에서 초등 교사 B씨가 숨진 채로 발견됐다.

[천지일보=김민희 기자] 서울 양천구 신목초등학교가 숨진 교사를 추모하는 화환으로 둘러싸여 있다. ⓒ천지일보 2023.09.02.
[천지일보=김민희 기자] 서울 양천구 신목초등학교가 숨진 교사를 추모하는 화환으로 둘러싸여 있다. ⓒ천지일보 2023.09.02.

이날 신목초에는 검은색 옷을 입은 교사들의 추모 발길이 이어졌다. 교문 옆에는 ‘서울 서이초 선생님의 안타까운 죽음을 함께 슬퍼하며 삼가 애도를 표합니다’라는 문구의 플래카드가 걸려있었다. 이 플래카드 위에는 ‘신목’이라고 적은 포스트잇이 ‘서이초’ 글씨 위에 붙어 있었다.

교사들은 눈물을 훔치며 포스트잇에 추모하는 글을 적어 내렸다. 학교를 둘러싼 화환을 보며 오열하는 교사도 있었다.

‘화환으로 둘러싸인 학교, 이 광경을 또 보다니 가슴이 찢어집니다’ ‘목숨 걸고 교사해야 합니까. 교장 선생님, 관리자 말고 동료가 되어주세요’ ‘교육부 책임져라’ 등이 적힌 포스트잇이 교문을 뒤덮었다.

경기 평택의 한 초등학교에서 근무하는 5년 차 교사 이모(30, 여)씨는 “학교에서 너무 힘든 일을 겪고 죽으려는 생각을 많이 하던 중에 서이초 선생님 소식을 듣고 너무 힘들었다”며 “그 이후 (교사들이 집회에서) 목소리를 내고 있으니까 괜찮아지지 않을까 했는데 또 한 명이 돌아가셔서 희망이 없어진 느낌”이라고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이씨는 “언제까지 이런 일이 반복될 것 같다. 우리 학교에도 이런 꽃들이 놓일 상상을 하게 된다”며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정말 막막하다”고 털어놨다.

[천지일보=김민희 기자] 2일 서울 양천구 신목초등학교를 찾은 추모객이 숨진 교사를 위한 추모 글을 포스트잇에 적고 있다. ⓒ천지일보 2023.09.02.
[천지일보=김민희 기자] 2일 서울 양천구 신목초등학교를 찾은 추모객이 숨진 교사를 위한 추모 글을 포스트잇에 적고 있다. ⓒ천지일보 2023.09.02.

이씨는 숨진 교사의 사망 원인이 제대로 규명되지 않은 채 개인 문제로 취급될 수 있다는 데 대한 우려를 표했다. 그는 “(신목초) 선생님이 육아 때문에 힘들어했다는 기사가 났다”며 “(학교 일로) 힘들어도 아이 때문에 힘을 내려고 했던 선생님 같은데 육아로 극단 선택했다고 하는 건 아닌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교사들 사이에서) 죽어도 학교에서 죽고 유서도 교실에 남겨두면 경찰이 없앨 수 있으니 SNS에 뿌려야 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라고 전했다.

25년 차 초등 교사인 장모씨는 “신목이라는 학교는 선생님들 사이에서 힘들다고 소문난 학교”라며 “동료 교사이면서 두 아이를 신목초를 졸업시킨 동기 교사와 어젯밤 통화를 했는데 ‘신목이 신목했다’는 얘기를 했다”고 말했다. 장씨는 “염려하고 있던 부분이 이 학교에서 터지니까 더 당황스럽고 힘들다”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교사들은 일곱 차례 이어온 교사 집회의 마지막 힘을 공교육 멈춤의 날에 집중하려는 분위기지만 교육부가 이를 불법으로 규정하면서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교육부는 지난달 27일 각 시도 교육청에 공문을 보내 ‘집단행동을 위한 학교의 임시휴업 결정, 교원의 집단 연가‧병가 승인, 집회 참여는 모두 불법’이라고 엄포를 놨다.

교육부는 공문에서 ‘학생들의 학습권을 외면한 채 수업을 중단하고 집단행동을 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대응할 예정’이라고 명시했다. 집회 참여를 위해 연가‧병가를 사용한 교사뿐 아니라 임시휴업을 결정한 학교장에 대해서도 최대 파면 등 중징계를 예고했다.

교사들이 2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대로에서 '50만 교원 총궐기 추모 집회'를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2023.09.02.
교사들이 2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대로에서 '50만 교원 총궐기 추모 집회'를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2023.09.02.

전국 교사들은 지난 2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집회를 열고 교육부의 강경 대응을 비판했다. 경기 지역 7년 차 교사는 “법과 원칙을 지키지 않은 게 과연 누구냐”며 “법과 원칙을 지키다가 돌아가신 선생님들의 죽음을 함께 슬퍼하고 추모하는 게 동료 교사로서의 법이자 원칙”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선생님들을 죽음으로 내몰아 공교육을 멈추게 만드는 사람들을 벌하고 교육활동을 하는 교사를 보호하는 게 진정한 법과 원칙”이라며 “죽음에 대한 진상을 명확하게 밝히고 정당한 교육활동을 하는 교사를 보호하는 실효성 있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전국 교사 모임 ‘한마음으로 함께하는 모두’는 공교육 멈춤의 날인 4일 오전 서이초에서 숨진 교사를 추모한 뒤 오후 4시 30분부터 국회 앞에서 추모 집회를 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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