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7848명 중 사망자 1820명, 영유아 다수
피해자들 “피해자 기준 모호해 극단선택 상황 처해”
“한 가족 구성원도 인정자와 불인정자로 갈라놓는다”

(캡처: 국회국민청원) ⓒ천지일보 2023.08.30.
(캡처: 국회국민청원) ⓒ천지일보 2023.08.30.

[천지일보=홍보영 기자] “이 사건의 소멸시효도 30년으로 정해져 있어서 2024년이면 만료가 됩니다. 이번 8월 31일 공청회가 열리지 않는다면 대한민국 21대 국회는 가습기살균제 사망희생자의 죽음을 헛된 죽음으로 만든 오명을 벗지 못하실 것입니다.”

30일 국회 국민동의청원에 따르면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 공청회 개최 요청에 관한 청원’이 올라와 있다. 청원자를 포함한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은 “2011년 8월 31일 가습기살균제 문제가 공식 발표된 이후 13년이 지나도록 피해구제도 제대로 되지 않는다”며 피해자들이 모은 의견으로 “8월 31일 국회 공청회를 열어 합리적인 해결방안을 논의해달라”고 요청했다.

가습기살균제의 피해 상황을 보면 지난 6월 30일 기준 총 5차 조사에 걸쳐 신고가 접수된 피해자 인원 7848명(신고 철회자 225명 포함) 중 사망자는 1820명으로, 영유아가 대다수였다. 나머지 6028명은 현재 생존해 있으며, 전체의 30%가 청소년인 것으로 파악됐다.

청원인은 “구제에 실패한 대표적인 참사피해자인 우리는 이미 치료비 부담과 근로능력상실로 인한 가계부채의 부담에 경제 및 생산 활동의 중단원인으로 오는 부채 증가가 한계에 달아 극단적인 선택으로 생을 마감하는 상황에 처해 있다”며 “그래서 우리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이 인생의 다음 페이지로 넘어가게 돕기 위한 논의를 해야만 한다”고 촉구했다.

청원인은 문제는 피해자 인정 기준이 모호해 고통받고 있다며 논의를 바탕으로 합의를 도출하자고 요구했다. 노출 확인자는 많으나 피해자로 인정받지 못한 경우도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피해자에 따르면 현재 가습기살균제 피해 기준은 지정병원에서 진찰을 받은 검사와 기록만 인정된다. 그마저도 기록발급일로부터 최근 10년 이전의 기록은 건강보험공단에서 삭제하고 발급을 해주지 않는다고 한다. 청원인은 “(피해자) 인정을 받지 못하면 검사비용이 본인 부담이기 때문에 비용부담과 접근성 문제, 대기시간 등의 문제로 진료를 포기해야 한다”며 “그래서 의료기록이 부족한 것이 실상이고, 한 가족 구성원도 인정자와, 불인정자로 갈라놓는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같은 공간에서 호흡을 통해 가습기살균제의 독성물질을 흡입했으니, 인과관계가 인정된 피해자와 함께 사는 가족의 피해까지는 인정을 해야 하는 것이 맞는데, 왜 정부는 한 가족 내에 피해자와 노출확인자를 나눠 가정을 파탄에 이르게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청원인은 이러한 문제들의 중심에 있는 당사자들이 모여 합리적인 해결방안에 대한 심도있는 논의를 공청회를 통해 하자고 제안했다.

앞서 지난 5월 22일 공청회가 열릴 계획이었지만 국회 측에서 ‘조정위를 통한 합의를 반대하는 그룹의 의견을 무시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어서 무산됐다. 하지만 청원인은 정보와 소식을 그나마 접하고 있는 피해자의 98.9%는 조정을 통한 합의를 원하고 있다며 반대하는 의견은 1.1%에 그쳤다고 밝혔다. 다만 조정이 진행되고 있는 사실 자체를 모르는 피해자 그룹의 수가 가장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청원인은 “반대보다 동의하는 수가 훨씬 더 많은데, 더 많은 피해자 그룹의 의견을 역으로 무시하는 것은 심각한 이율배반이 아니겠냐”며 “국회에서 가습기살균제피해자들이 처한 사면초가의 상황을 심사숙고해 주시기 부탁드린다”고 공청회 개최를 재차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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